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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늘면, 하림 주가 오른다'…그 속설의 진실은?

입력 2015-04-20 17:45

# 박상현(47)씨는 지난해 증권사 영업점에서 근무하다 퇴직자 명단에 이름이 오르면서 회사를 나오게 됐다. 한 달 동안 별다른 일 없이 쉬고 있지만 자식 둘 다 중학생인 만큼 경제활동을 그만둘 수 없어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놓은 돈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그중 치킨집이 큰 기술을 필요치 않고, 그나마 장사가 된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이곳 저곳 발품팔며 치킨집 창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프라이드치킨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몇 년간 불황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칼바람에 퇴직자들이 대거 사회로 나오면서 우스갯소리로 ‘하림 좋은 일만 시킨다’, ‘하림 주가가 뛴다’는 식의 농담이 나돌았다. 회사 밖을 나온 이들이 치킨집 창업에 뛰어들면서 덩달아 하림도 호재를 맞을 것이라는 의미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몇 년 간 퇴직자수가 유난히 많았던 금융업계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29만1273명으로 전년보다 4396명 감소했다. 지난 2012년 말(29만9717명)에 비하면 2년 새 8444명이나 줄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속설이 어불성설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퇴직자 중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50대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할 나이인 만큼 창업시장에 눈을 돌리기 쉽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타 업종에 비해 자본이 적게 들고, 특별한 전문기술이 필요하지 않은데다 고객층이 넓은 치킨집이 선호 창업으로 꼽히면서 육계시장 점유율 1위인 하림도 어느 정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치킨’ 관련 상표출원도 꾸준히 늘고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43건이었던 ‘치킨’이 결합된 상표의 출원은 지난 2010년 422건, 2011년 609건, 2012년 470건, 2013년 554건으로 10년간 약 260% 증가했다.

정성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퇴직자와 하림에 미치는 영향이) 당연히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치킨집 증가와 함께 치킨집의 닭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 “아직까지는 퇴직자들이 선호하는 창업 업종이 치킨인 만큼 퇴직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을 때 하림의 매출액 증대에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몇 년 전부터 떠돌아다닌 유행어이긴 하지만 현재 사회모습을 반영한 것이니 허튼소리만은 아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점이 하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 원인이 아닌 만큼, 종목 자체의 성장성과 실적 등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늘어난 퇴직자들이 너도나도 치킨집이나 커피점 등에 뛰어들고 있는 서글픈 현실상황을 빗댄 농담에 예기치 않게 하림이 수혜주로 지목됐지만 이들이 아니라도 하림 주가는 긍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하림은 유관 업종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꾸준히 늘려온데 이어 오는 6월 해상 운송업체 팬오션 인수 작업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데, 인수 후 팬오션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인수가 마무리 되면 하림이 자산 총액 5조원을 넘어 내년 4월 공정거래위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정 연구원은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기업규모도 커진데다, 전체적인 그룹차원에서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면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며 “시장 일부에서 부채비율 증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하림 계열사는 전체적으로 재무구조가 탄탄한데다가, 자산 재평가도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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