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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경제학] '비용'에서 '효용'으로… 임금의 재발견

'저성장' 돌파구로 새롭게 떠오른 '소득주도 성장론'

입력 2015-04-29 09:00

최근 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에서 아르바이트 종사자의 한달 평균소득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1분기(1~3월) 전국 15세 이상 아르바이트 종사자의 평균시급은 691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5580원으로 오른 최저임금의 상승률인 7.1%보다 4.2%p 더 높은 수준이다. 

 

기사를 읽은 네티즌들은 대부분 현실과 괴리감 있는 내용이라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아직까지 최저임금 수준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오랜 경기침체 속 부진을 면치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만 주는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연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다짐하지만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들은 앓는 소리만 한다. 여기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을 1.6%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는가 하면 최저임금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이 엄습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우선 기업부터 살아야 경제도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지출을 증대시키기 마련이고 수익이 악화된 기업은 일자리를 줄이기 때문에 실업률이 늘어난다는 오랜 경제적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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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 붐?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에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논리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낮은 임금으로 유명한 미국의 월마트는 지난 달 6년 동안 7달러 대로 동결해 왔던 최저시급을 이달부터 9달러로 인상하고, 내년부터는 10달러로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여기에 미국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날드가 오는 7월부터 직영매장 직원 9만 명의 최저 시급을 9달러에서 9달러 90센트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임금 인상 열풍이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7달러25센트에서 10달러10센트로 무려 40%나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예년에 비해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 중국도 올해 최저임금을 평균 14%나 올렸다. 독일 기업들도 올해 임금을 평균 3.5%나 올리며 1990년대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폭의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들은 왜 우리 기업들의 논리와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 정말 임금 인상이 실업률을 높일까?

미국의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 버클리 대학 교수와 앨런 크루거(Alan B. Krueger)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서로 다른 최저임금을 도입한 주(州)들의 사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률 증가가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 냈다.

이들은 1992년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올린 뉴저지주와 바로 옆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비교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4.25달러의 최저임금을 그대로 유지한 상황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전후를 비교한 결과, 예상 밖으로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펜실베이니아 체인점보다 고용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도 2013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실증 연구 결과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2010년부터 소득주도 성장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했고 이에 찬성하는 경제학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의 원인을 임금 격차에 따른 소득 불평등에서 찾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정부가 적극적인 ‘양적완화(돈 풀기)’ 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기대만큼 되살아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혜택이 아래로 퍼진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이에 국민 소득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이 새로운 카드로 떠올랐다.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은 임금을 ‘비용’으로 보던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소비의 원천’으로 본다. 가계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 고용 창출,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소득주도 성장론…한국에도 유효할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모두 부인한 바 있다. 크루그먼은 지난 3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고용주와 근로자의 관계는 상품처럼 단순한 수요와 공급보다 더 복잡하다”면서 “임금을 올리면 근로자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고, 기업은 인력 교체가 필요하지 않아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주는 경제를 통해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늘리고, 복지정책으로 중산 서민층의 생활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주장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론적으로는 소득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데다 내수 소비 대신 저렴한 해외 직구 등을 통한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국내 경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선순환을 이끌기 위해서는 기업의 결심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기자 jakim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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