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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8년만의 슈퍼 엘니뇨가 온다… '세계 곡물 대란' 비상

[금주의 경제학] 애그플레이션 심화 경제·사회 불안으로 확대될 듯

입력 2015-07-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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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북서지역.(AFP=연합)

브릿지경제 박효주 기자 = 5월부터 때 이른 폭염이 시작되는 등 올해 날씨가 심상찮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예측되는 엘니뇨현상 때문이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의 페루와 에콰도르 서부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0.5도 이상 상승하지만 심할 때는 7~10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최근 이 지역 해수면 온도가 1.4도 이상 높은 상황이 2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3월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엘니뇨 단계를 주의에서 경보로 한 단계 격상했다. 특히 올해는 18년 만에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실질GDP 큰 타격… 물가 상승 불가피



NOAA가 밝힌 올해 5월의 엘니뇨지수 기록은 1.2로 이미 ‘중’단계 엘니뇨 진입이 현실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NOAA에 따르면 올해 5월 세계 평균 기온도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엘니뇨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지역엔 홍수가, 서태평양 지역엔 가뭄이 든다. 무역풍이 약화되면 서태평양쪽의 따뜻한 해수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해수의 온도분포가 달라지면서 적도 부근의 대기 순환도 변한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기상 변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엘니뇨는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 등으로 경제적인 불안감을 유발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엘니뇨가 주요국 실질 GDP에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인도네시아, 칠레, 뉴질랜드, 호주, 남아공 등의 실질 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물가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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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축산업→식품가공업… 연쇄작용 우려

직격탄을 맞은 건 농업이다. 농작물 생산이 줄어들면 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고 인구의 67%가 농민인 인도가 가뭄으로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또한 브라질(옥수수 생산량 세계 3위, 커피 생산량 세계 1위)과 인도네시아(쌀 생산량 세계 3위) 등 주요 곡물 생산국가의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

캘리포니아가 주산지인 아몬드 등 견과류와 오렌지·레몬 등 감귤류 값이 치솟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가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아몬드의 경우 국제 가격이 파운드(450g)당 5.2달러로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렌지와 레몬 소매가는 전년 동기 대비 20% 올랐다.

인도산 호두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값이 뛰었다. 닛케이는 가뭄 때문에 아몬드 등이 들어가는 빵·과자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올해 곡물 대란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쌀 25만t을 추가 수입했다. 가뭄이 심해지면 수입량을 늘리기로 했다.

곡물 값 상승은 곧 육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뭄으로 사료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립아이(rip eye) 2개가 든 소고기 한 팩은 과거 20달러였지만 이제는 30~40달러 선으로 가격이 뛰었다.


◇ 한국도 영향권… 내년까지 지속될 듯

우리나라도 엘니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봄 계속된 가뭄으로 6월 야채가격이 급등했다. 파와 배추가격이 90% 오른 것을 비롯해 무(34.3%), 참외(23.2%), 마늘(21.0%), 고춧가루(11.1%), 돼지고기(8.0%) 값이 급등했다.

가격 상승 뿐 아니라 전염병 창궐, 고용감소 등 사회불안이 증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리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리아는 2006년부터 내전 발생 직전인 2010년까지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생활고가 심해졌고 시리아인들의 사회적 불만은 높아졌다. 이러한 영향이 내전으로까지 번졌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가뭄이 내년 1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더욱이 ‘대가뭄(Megadrought)’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애리조나대와 코넬대 공동 연구팀은 미 남서부와 중부 대평원 지역의 경우 2050년까지 최소 35년 이상 지속되는 대가뭄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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