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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 펀치 파퀴아오, 주먹과의 작별 “5월 정치판에서”

입력 2016-04-1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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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파퀴아오가 브래들리와의 경기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은퇴를 자축했다. (연합)

 

매니 파퀴아오(38,필리핀)가 인파이팅을 앞세워 은퇴전을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파퀴아오는 10일(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매치에서 티모시 브래들리(33,미국)를 맞아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전성기에 비해 몸놀림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당한 움직임을 과시하며 적극적인 공격으로 7라운드와 9라운드 두 차례 다운을 뺏어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파퀴아오는 “이제 나는 은퇴한 선수다”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고, (정치인으로) 대중들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말로 공식은퇴를 확인했다. 5월 필리핀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는 등 향후에는 새로운 인생을 열 계획이다.

은퇴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통산 58승 2무 6패의 기록을 남긴 파퀴아오는 현역 최고를 넘어 아시아 복싱 사상 최고의 슈퍼스타로 남게 됐다. 하라다 마사히코(일본), 카오사이 갤럭시(태국), 장정구, 유명우(이상 한국) 등 아시아 출신의 위대한 세계챔피언은 시대마다 존재했지만 파퀴아오는 격이 다르다.

플라이급, 슈퍼밴텀급, 슈퍼페더급, 라이트급, 웰터급, 슈퍼웰터급 등 무려 8체급에서 세계타이틀을 거머쥐는 전대미문의 성과는 복싱 역사상 손가락에 꼽힐 전설적 업적임이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에릭 모랄레스,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 후안 마뉴엘 마르케즈를 비롯해 오스카 델라 호야, 리키 해튼, 쉐인 모슬리, 안토니오 마가리토, 미구엘 코토, 조슈아 클로티 등 쟁쟁한 선수들이 파퀴아오 주먹에 쓰러졌다. 향후 이런 아시아권 대형복서가 또다시 나올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파퀴아오는 신장(169cm)이 작고 리치(170cm)가 짧지만 공격적으로 부딪히는 상황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동체시력이 좋고 스탭과 핸드스피드가 뛰어나 경기 내내 쉼 없이 움직이며 치고 빠지고를 반복한다. 성능 좋은 고성능 기관총에 탄창을 가득 채우고 상대를 폭격하는 듯하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상대는 누적 데미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진다. 운영능력마저 워낙 뛰어나 파퀴아오에게 흐름을 빼앗기게 되면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

파퀴아오의 순간 몸놀림은 마치 한 마리 짐승을 연상시킨다. 순간적으로 서로 부딪히는 상황에서는 항상 상대보다 반박자 빠르게 반응하며 먼저 정타를 맞추는 경우가 많다.

레프트의 달인답게 오소독스의 오른손과 충돌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드물다. 아무리 빠르고 기술이 좋은 선수라도 파퀴아오의 왼손 공간으로 조금만 깊숙이 들어오면 큰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9,미국)가 관중들의 심한 야유 속에서도 끝까지 파퀴아오에게 거리를 유지한 이유다.

메이웨더는 경기 내내 자신이 유리한 상황 속에서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끝까지 방심을 하지 않고 파퀴아오의 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파퀴아오라면 불리한 흐름을 한순간에 뒤집을 역량이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은퇴전 상대였던 브래들리는 과거 파퀴아오와 1승1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던 선수다. 메이웨더와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아웃복서로서 세계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공격의 적극성과 보는 재미(?)는 메이웨더보다 훨씬 낫다. 브래들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경기운영능력과 근접 거리에서의 섬세한 펀치 테크닉에서 밀리며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공식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파퀴아오는 완전히 링을 떠나게 됐다. 정계 진출에 야심이 큰 만큼 링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그가 복싱사에 남긴 위대한 업적은 팬들 사이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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