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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베우둠-오브레임, 대기만성 빛깔의 불꽃

입력 2016-05-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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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시오 베우둠(사진출처=UFC 공식 홈페이지)

2005년 8월 28일 있었던 프라이드 FC는 MMA 헤비급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대회로 꼽힌다.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미르코 크로캅이 ‘60억분의 1’을 놓고 격돌했던 전설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등과 이들은 뚜렷한 색깔을 바탕으로 헤비급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표도르, 크로캅에게 가리기는 했지만 현재 UFC 헤비급에서 맹위를 떨치는 두 명의 파이터도 당시 참전했다. 현 UFC 헤비급 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39,브라질)과 상위 랭커 알리스타 오브레임(36,네덜란드)이 바로 그들이다.

당시만 해도 둘이 10여년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까지 MMA 헤비급 무대를 주름 잡을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베우둠은 크로캅의 주짓수 스승 정도로 이름을 알린 경험이 많지 않은 반쪽 파이터였고, 오브레임은 아랫 체급에서 활동했다.

당시 오브레임은 미들급(UFC 기준 라이트헤비급) 파이터로 ‘미들급 그랑프리’에 참가했다. 큰 키(196cm)와 달리 마른 체격이었던 그의 위치는 체급 내 복병 정도였다. 타격이든 그래플링이든 확실하게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약해 보이는 구석도 없었던 다소 어정쩡한 스타일이었다.

당시 오브레임은 최강의 상대 마우리시오 쇼군과 맞붙었다.

퀸튼 잭슨,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를 연파하고 올라온 쇼군은 슈트복세식 타격에 뛰어난 그래플링 기량을 뽐내며 일약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상태였다. 쇼군의 압도적 우세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초반은 오브레임이 지배했다. 타격은 물론 클린치 후 레슬링까지 모든 부분에서 쇼군을 앞섰다.

오브레임은 호리호리한 몸으로 쇼군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이변을 일으키는 듯했다. 그러나 회심의 ‘길로틴 초크’를 쇼군이 극복한 이후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체력이 방전된 오브레임은 거짓말처럼 무기력해진 반면, 쇼군은 여전히 힘이 넘쳤다.

그리고 쇼군의 반격이 시작되자 오브레임은 순식간에 TKO로 무너졌다. 약한 체력과 맷집이 또다시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베우둠은 나쁘지 않았다. 로만 젠소프를 맞아 1라운드 6분 1초 만에 트라이앵글 암바로 승리를 거뒀다. 서브미션 마스터다운 결과였다. 그러나 다음 경기에서 당시 상위권 강자였던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게 판정패하며 더 높은 위치까지 치고 올라가는데 실패했다.

화려한 주짓수 선수 경력답게 그래플링은 극강이지만 스탠딩 화력에서 약점이 많아 정상권으로 치고 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혹평이 많았다. 이후 베우둠은 같은 주짓수 고수였던 노게이라와의 승부에서 타격 약점을 노출하며 무너지고 만다. 회피력은 좋았지만 상대를 때려눕힐만한 타격실력이 없어 스탠딩 싸움을 벌이는 상대들에게 어려움이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의 혹평과 달리 둘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UFC 헤비급의 정점에서 활약하고 있다. 베우둠은 무에타이를 장착해 스탠딩 화력의 약점을 완전히 지워냈다. 스탠딩-그라운드에서 모두 강한 완전체 주짓떼로로 진화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최강 레슬러 케인 벨라스케즈(34,미국)의 아성을 깨고 정상에 등극한 상태다.

상승세를 타다 하락세로 접어들어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던 오브레임도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덧붙이며 다시금 헤비급 대권을 노리고 있다. 벨라스케즈 외에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최강의 2인자’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2,브라질)까지 무너뜨리며 투혼의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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