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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기업 ④LG그룹] '전자명가' 구본무 회장, 車 전장·바이오 신사업 도전장…4세 승계는 숙제

입력 2017-01-04 14:40
신문게재 2017-01-05 10면

대한민국 재계의 2016년은 그 어느 해보다 시련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던 격동의 한 해였습니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수많은 도전을 불굴의 투지로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명실상부한 오늘 날의 ‘대한민국호’를 이끄는데 선봉이 되어 왔습니다. 지금의 아픔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법칙’만 통하는 글로벌시장은 우리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는 G2(미국과 중국)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전선이 정말 걱정됩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휘말려 주요 그룹들은 ‘정경유착’이라는 국민적 비난여론에 원치않은 ‘속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들이 아무리 무겁고 힘들더라도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그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본지는 2017년을 열면서 주요 그룹들이 안고 있는 과제를 점검해보고 올해 청사진을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2016.07.05_7월 임원세미나에 참석한 구본무 LG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조부인 고(故) 구인회 창업주는 일제강점기인 1931년 친동생 고 구철회 회장과 구인회상점이라는 포목점을 시작한 후 1947년 GS그룹의 창업주인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과 락희화학공업사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LG그룹의 근간인 ‘럭키(lucky)’라는 상표로 쓰게 된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가전명가’ LG그룹은 3세 구본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십 카드를 꺼내 들고 자동차 전장사업 등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995년 재계 주요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3세 경영을 연 LG그룹과 구 회장이 기존 가전 등 전자사업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도 전통인 ‘선도경영’을 통해 4세대 경영을 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 현대차, SK, 롯데 등이 ‘최순실 게이트’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LG그룹은 이를 비켜간 모습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숱한 정경유착 사건에 한 번도 엮인 적이 없을 정도로 투명한 LG그룹의 역사와도 연결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G는 지난 2004년 재계에서는 처음으로 지주사 전환을 해놔 지배구조와 관련한 잡음이나 경영승계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지난 1999년 LIG그룹을 시작으로 GS, LS 등 구씨가와 허씨가 간 원만한 ‘홀로서기’를 이뤄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목에서 LG 관계자는 “LG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있지만, 그 이면에서 원리원칙을 모토로 한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이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런 전통은 임직원들에게까지 계승되면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재계 주요그룹 중 처음으로 연말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이 내년 경영전략의 하나로 ‘오너십 카드’를 꺼내든 것. 최근 브렉시트·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산업계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 등 국내외 위기를 넘기 위해 구본무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 속에서 오너일가 핵심인 구본준 (주)LG 부회장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여기에는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사업전개와 효율적인 성과창출을 위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력 계열사 CEO를 역임했던 구본준 부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구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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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그룹 사옥.(사진=브릿진경제신문DB)

 

이 같은 구 회장의 결단의 배경에는 ‘아픈 손가락’ LG전자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 대대로 ‘선도경영’이 전통일 정도로 LG전자는 국내 전자업계를 평정해왔지만, 최근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사업포트폴리오마저 흐트러졌다. 소리 없이 강한 가전명가라는 자존심에 상처간 난 것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 1959년 라디오를 시작으로 1965년 냉장고, 1966년 흑백TV, 1968년 에어컨, 1969년 세탁기, 1996년 CDMA폰, 1998년 완전평면TV 등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전자명가다. 하지만 ‘사돈’ 삼성전자와 자존심 경쟁을 펼치고 있는 스마트폰사업에서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이 4364억원이나 발생해 스마트폰 도입 이후 사상 최악의 실적을 올렸다. 이에 구 회장은 올해 오너십을 통해 흐트러진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비하고, 미래 먹거리 자동차 전장사업과 바이오 등을 통해 ‘선도기업’의 위상을 구축해나간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경영승계 작업이다. 후계자로 지목된 구광모 상무가 지난해 3월 전후 지분 매입 등으로 그룹 내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등 대내외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영승계 작업이 다소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각각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전면에서 나선 상황과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구 상무는 2014년 말 지분 증여와 지난해 지분 매입 등을 통해 지주화시인 LG의 지분 6.03%를 확보해 아버지인 구본무 회장(11.28%)과 구 부회장(7.72%)에 이어 3대주주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 상무는 2015년 초, 앞으로 LG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지분 51%(102만주)를 인수에 우호지분으로 참여해 지분 7% 가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승진 대상자에 빠지면서 당분간 경영수업을 받아야 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구본무 회장이 다소 고령이고, 제4차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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