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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덫②] ‘소득크레바스’ 취준생, 대부업에 손벌렸지만

내‘일’ 없는 20대, 졸업 후 소득절벽
은행권 대출 거절 당해 사금융 전전
10명中 5명이상 이마저도 거부당해

입력 2018-12-23 11:00
신문게재 2018-12-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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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청춘(靑春)을 아름답다고 했는가. 누가 푸른 봄이라고 했던가. 고진감래, 웃기는 소리다. 고통은 피하고 싶지만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게 인생인가 보다. 청춘의 겨울은 더 춥다.


K씨는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취직 준비를 하고 있다. 원하던 직종의 경쟁률이 높아 몇 번의 고배를 마신 뒤 그는 지금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는 중이다. 아직 정규직을 구하지 못한 K씨에게는 이미 20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이 있다. 그가 한 달에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은 월세 50만원과 가스비·교통비·핸드폰 요금 같은 생활비 30만원이다.



K씨는 “한 달에 꼭 들어가는 돈만 80만원이며 식비나 여가비 등을 더하면 취직해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금액이 한 달에 30만원 정도 밖에 안 될 것 같다”면서 “뭣 모르고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율도 학기마다 달라지고, 취업도 안 되는데 이자만 늘어나니 답답하다”고 했다.

K씨처럼 졸업하고 난 뒤 취직될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소득 크레바스’라고 한다. 크레바스란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을 말하는데 소득에 ‘틈’이 생겼다는 것이다.

과거 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만 일컫는 말이었지만, 졸업 후 취직을 못해 소득없는 20대들이 늘어나자 이 말이 20대에게도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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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이 간격이 길어질수록 제도권 밖에서 빚질 확률이 높아진다. 서민금융연구원 김희철 수석부원장은 “집에서 손 벌릴 수 없으니까 알바로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하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 온 학생들의 경우 주거비 감당도 어렵다”면서 “취직해야 하니까 학원도 다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은행권 대출을 알아보는데 신용등급이 낮아서 승인이 안 나니까 대부업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20대의 대부업 대출금이 늘어났고, 연체율도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 ‘연령대별 대부업 개인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 7월말 기준 대부업체 상위 20개사에서 돈을 빌린 사람 가운데 20대의 연체율이 7.0%로 가장 높았다. 30대가 6.6%로 뒤를 이었다. 40대는 5.7%,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5.2%였다. 20대 대부업 이용자는 2014년 26만1551명에서 4년만에 3만4636명(13.2%)이 감소했지만 대출잔액은 359억원(4.5%) 증가했다.

이마저 거절당하는 20대도 많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부업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사람들을 연령대로 봤을 때 20대가 50.4%로 가장 많았다. 2016년 11.8%, 2017년 26.9%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은 대부분 주거관리 등 기초생활비 조달 목적(64.4%)으로 돈을 빌리려고 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사채시장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20대들이 제도권 대출이 어려우니 사채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사채시장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20대를 위한 특별 금융상품 마련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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