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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人] 풋풋한 신예들의 향연 연극 ‘어나더 컨트리’, 13인의 아해들이 무대를 질주한다! ② 게스코인의 권력자들 이지현·이태빈·배훈

실존인물 모티프로 한 줄리엔 미첼 연극 ‘어나더 컨트리’, 이지나 예술감독, 배우 김태한 연출 데뷔작
가이 베넷 박은석·이동하·연준석, 토미 저드 문유강·이충주
연준석, 문유강, 이지현, 배훈, 이태빈, 이주빈·최정우, 김의담, 김기택·황순종, 이건희, 채진·전변현 등 13인의 신인 배우들 대거 발탁

입력 2019-04-26 21:00

어나더 컨트리 이지현 이태빈 배훈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바클레이 이지현(왼쪽부터), 멘지스 이태빈, 데비니쉬 배훈(사진=강시열 작가)

“나침반이 없는 사람 같아요. 상황에 따라 되게 유연하죠.”



기숙사장이자 최고 상위 계층인 ‘트웬티투’(Twenty Two)인 바클레이 역의 이지현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가이 베넷 연준석의 말에 “좀 독특하지만 유쾌하고 재밌다”며 말을 보탠 토미 저드 문유강은 “단 그 재미가 남들과는 다른 재미다. 독특함을 인정하면 굉장히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풀어낸 줄리엔 미첼 작품으로 1930년대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영국 명문 공립학교의 게스코인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사회, 권력에 대한 이야기다.

1981년 그리니치 씨어터에서 첫 선을 보이고 198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 입성했던 ‘어나더 컨트리’는 루퍼트 에버릿(Rupert Everett), 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 다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Lewis), 콜린 퍼스(Colin Firth),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 등이 무대에 올랐던 신인등용문 같은 작품이다.

이지현·이태빈·배훈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가이 베넷(박은석·이동하·연준석)과 마르크스를 신봉하는 토미 저드(문유강·이충주)가 속한 학교에서 최상위를 일컫는 ‘트웬티투’와 기숙사 선도부에 속한 바클레이·멘지스·데비니쉬로 분한다.

이지현은 퀴어영화 ‘뷰티풀’, 충무로뮤지컬영화제 ‘베터 예스터데이’, 웹드라마 ‘내일은 스필버그’ ‘새벽 세시’, 뮤직비디오 등으로 차곡차곡 경력을 쌓은 숨은 원석이다. ‘어나더 컨트리’가 연극 데뷔작으로 “고민 많던 바클레이를 원캐스트로 맡길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라는 제작진들의 귀띔이다.

어나더 컨트리 이지현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바클레이 역의 이지현(사진=강시열 작가)

제작진의 말처럼 “목소리 톤이 캐스팅에 한몫 한” 이태빈도 원캐스트로 기숙사 선도부 멘지스를 소화한다.

 

지난해까지 보이그룹 마이틴 멤버였지만 연기에 전념하기 위해 팀 탈퇴를 감행했다. 유쾌한 현실주의자 데비니쉬 역으로 강영석과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배훈은 별명이 ‘큰 미소’일 정도로 잘 웃는, 그래서 데비니쉬 그 자체다. 



◇남들과는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기숙사장 바클레이 이지현

“점심으로 무엇을 먹어야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고 어려워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점심메뉴’를 논하는 이지현은 연준석의 표현처럼 ‘나침반이 없는’, 문유강의 전언처럼 “독특함을 인정하면 재밌는”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재밌고 여유있게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 이지현은 오디션 필살기로 “사람들 눈을 마주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장이기도 한 이지현에 대해 오디션 동기들은 “랩도 하고 비보잉도 했었다는데 본인의 말과 눈으로 보여지는 현 사태(?)에 괴리감이 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힘이 없어 보이는데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원래 그래서 다들 피곤하냐고 자주 묻죠. 그렇지만 굉장히 열심히, 잘하는 형이에요.”

막내 전변현의 말에 연출이자 커닝햄 역의 배우 김태한은 “잘 몰랐을 땐 바클레이 역할에 몰입해서 저렇게 의기소침해 다니나 했다”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 

 

배훈 이태빈 이지현
연극 ‘어나더 컨트리’ 데비니쉬 배훈(왼쪽부터), 멘지스 이태빈, 바클레이 이지현(사진=강시열 작가)

 

“토미 저드가 마르크스주의를 선망하고 옹호하다 보니 자칫 우리 연극 전체가 그런 성향으로 보일까 조심스러워요. 더불어 고등학생들이 기숙사의 규율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토론을 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렇게 전한 이지현은 바클레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사로 “내가 받은 공포나 두려움을 후배들에겐 주지 않겠다. 부정적인 대물림이 없는 삶을 나 또한 원한다”를 꼽았다.

“전 분야를 공부하는 똑똑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안정적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담기에 따라 변하는 물 같은 배우를 꿈꾸는 멘지스 이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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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어나더 컨트리’ 멘지스 이태빈(사진=강시열 작가)

 

“정말 깜짝 놀란 게 (김태한) 연출님의 디렉팅을 받으면 바로 바로 바뀌어요.”

기숙사 선도부 파울러 역의 이주빈이 칭찬한 이태빈도 스스로를 표현하는 한마디로 “물”을 언급했다.

“첫인상이 물처럼 차갑고 무뚝뚝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하지만 담기는 그릇에 따라 변하는 물처럼 어디서나 잘 적응하는 편이죠. 앞으로도 물처럼,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물 같은 배우를 꿈꾸는 이태빈에 대해 오디션 동기들은 만장일치로 “목소리가 좋다”고 외쳤다. 이주빈은 이태빈에 대해 “닫힌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며 “이해심도 많고 생각이 깊은 친구”라고 귀띔했다.

“멘지스는 기숙사 선도부(프리팩트) 중 한명으로 다소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신중하고 냉철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물이에요.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작품이지만 굉장히 많은 의미와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스스로가 생각하는 어나더 컨트리에 대해, 내가 이 사회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지 적응돼 버린 것인지에 대해 고민 중이죠.”


◇미소가 아름다운 데비니쉬 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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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어나더 컨트리’ 데니비쉬 역의 배훈
“미소가 아름다워요. 별명이 큰 미소죠. 사람 좋은 웃음이 굉장한 장점이랄까요.”

데비니쉬 역의 배훈에 대해 오디션 동기들은 한결같이 ‘아름다운 미소’를 최고 장점으로 꼽았다. “눈치가 없어서 좀 귀엽기도 하다”는 배훈 역시 스스로를 표현하는 말로 ‘웃음’을 언급했다.

“웃음이 많은 편이라 늘 웃고 다녀요. 그래서 ‘웃음’이 저를 표현하기 좋은 말 같아요.”

이렇게 전한 배훈은 데비니쉬에 대해 “유쾌한 매력을 가진 현실주의자”라고 설명했다. 배훈이 소개한 데비니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로는 “우리 아빠가 투웬티투에 드는 건 학교생활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어”를 꼽았다.

더불어 “극 초반 학교를 혼돈에 빠뜨리는 큰 사건”을 언급하며 “그 사건으로 인해 시작된 회의에서 각 인물들이 보이는 반응들이 의미심장하다”고 설명했다.

“사건 보다는 기숙사와 자신의 계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들이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죠. 언뜻 보면 무거운 주제들을 얼마나 신선한 방법으로 재밌게 전달하는지가 ‘어나더 컨트리’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재밌지만 그 안에는 굉장히 깊은 뜻이 담겼죠.”

가장 어려운 일에 대해서는 “말을 놓는 것”이라며 “아직도 동생들에게 말을 못놓았다”고 토로했다.

“아직도 제가 이 공연으로 데뷔를 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나요. 그래서 마냥 행복하고 즐거워요. 지금은 ‘어나더 컨트리’ 안에서 제 역할을 다 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제 꿈은 웃는 배우예요. 제가 늘 웃고 행복해야 관객분들도 즐겁고 행복할 것 같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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