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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방송인? 사업가? 저는 웹툰 작가 기안84죠"

[人더컬처] 방송인 겸 웹툰 작가 기안84

입력 2020-04-28 07:00
신문게재 2020-04-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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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기안84(35·본명 김희민)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웹툰 작가 중 한명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한 ‘패션왕’과 ‘복학왕’으로 인기 웹툰작가 반열에 오른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엉뚱하고 유쾌한 일상을 공개하며 방송가가 가장 주목하는 웹툰작가로 자리 잡았다.

기안84는 요즘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주식회사 기안84’를 차려 대표로 취임했고 가수 윤종신이 수장인 미스틱스토리와 전속계약을 하며 본격 방송인으로서 행보를 예고했다. 뿐만 아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건물을 가진 ‘건물주’가 돼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웹툰 작가로서 일상도 여전하다. 이미 연재 중이던 ‘복학왕’과 더불어 지난해 11월부터 새 웹툰 ‘회춘’을 선보이며 매주 두 번의 마감전쟁을 치른다.

한 우물만 파기도 바쁜 세상,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은 기안84의 스케줄을 들으면 시상식에 패딩점퍼를 입고 오거나 제주도의 수도를 묻는 ‘나 혼자 산다’의 2얼(두 번째 얼간이) 캐릭터는 ‘방송용’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소속사 미스틱 사옥에서 만난 기안84는 다소 피곤한 얼굴이었다. “막 ‘복학왕’ 마감을 마치고 왔다”고 했다. 그는 “창작의 고통이 상당하지만 그래도 내 직업은 웹툰 작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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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의 장면들(사진제공=MBC)
“제 직업이 만화가가 아니라면 개그맨이나 배우가 아닌 저를 누가 (방송에서) 쓰고 어떻게 미스틱스토리에 들어오겠어요. 하하. 다만 요즘 충분히 쉬지 못해 제 자신이 없어진 기분이 들 때는 있어요.” 

 

그럼에도 방송은 늘 즐겁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 혼자 산다’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다. 2016년부터 4년째 출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제작진, 출연진에 대한 신뢰의 방증이다. 

“처음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때 이말년, 주호민 작가 등 웹툰 작가들의 방송출연이 붐이었어요. 집이 없어 경기도 분당 네이버 사옥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제작진이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다며 콘셉트를 반겼어요.” 

당시 방송에서 기안84는 회의실 바닥에서 쪽잠을 잔 뒤 회사 화장실에서 씻고 구내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는 등 마감에 쫓기는 웹툰 작가의 삶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해 6월부터 ‘나 혼자 산다’에 고정출연하며 금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다. 기안84의 미술학원 후배 김충재씨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 미술 작가로 발돋움 했다. 

“만화 그리는 사람들은 혼자 밥 먹고 혼자 그림 그리는 경우가 많아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제가 많이 변했죠. 방송 초창기에는 마감도 비교적 잘 지켰고 사회화가 됐어요. 하하.”

‘나 혼자 산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1회 촬영과 2회 촬영이란다. 기안84는 “(전)현무 형이 찾아와 함께 청소를 하는 에피소드였는데 집에 연예인이 있는 게 신기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얼간이’ 형제들인 이시언, 헨리 등과 티격태격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산 방송분은 지우고 싶은 흑역사라고 했다. 

한때 ‘썸’을 타며 베스트커플상까지 수상한 박나래는 ‘좋은 동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형은 대화가 통하는 사람.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멤버로 기안84를 꼽는 것과 달리 정작 연예인에게 대시를 받거나 따로 연락하는 연예인은 없다고 했다. 기안84는 “만약 연인이 생겨도 공개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내가 욕먹는 건 괜찮지만 연인이 욕 먹는 건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 혼자 산다’ 출연진 이름 쓴 ‘회춘’, 30대 초반에 기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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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의 한장면(사진=MBC)

 

신작 ‘회춘’은 기안84가 ‘패션왕’ 연재를 마칠 무렵 기획한 작품이다. 축구선수 아들을 둔 가정을 중심으로 인생의 노년기에 신체가 젊어지는 ‘회춘’을 맞는다는 발칙한 상상이 웃음을 안긴다. 주인공인 축구선수 아들은 김헨리. 엄마는 박나래, 아빠는 김현무 그리고 엄마의 ‘절친’은 지화사다. 모두 ‘나 혼자 산다’ 출연진 이름에서 따왔다. 기안84는 “원래 주인공 이름을 기안으로 하려고 했는데 주인공이 잘생겨서 헨리의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안산에서 이말년 형이랑 같이 살 때였어요. 그때 제가 서른 살이었는데 앞으로 더 나이를 먹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지더라고요. 아저씨가 되면 연애의 즐거움도 누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더럭 겁이 났다가 만약 ‘청춘’이 두번 있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에 기획했죠. ‘나 혼자 산다’ 멤버들 이름을 사용하니 성훈 형과 시언 형은 좋아했는데 나래는 현무 형과 부부사이라고 했더니 저를 고소한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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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의 장면들(사진제공=MBC)

기안84는 웹툰 제목처럼 ‘회춘’할 기회가 생긴다면 2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메뚜기만 잡아도 즐거웠던 시절”이라며 “연애를 해도 좋고 뭘 해도 좋을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기안84의 바람과 달리 그의 초년병 시절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포털사이트 야후를 통해 데뷔했지만 야후가 카툰면을 폐지했다. 

이후 네이버 웹툰에 3개의 원고를 보냈지만 모조리 떨어졌다. 룸메이트인 이말년이 승승장구했던 것과 달리 돈이 없어 찜질방에서 자거나 놀이터에서 소주를 마시며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나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들처럼 초창기는 누구나 힘들죠. 저도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연재만 시켜주면 잘할 자신이 있는데 아무도 연재를 시켜주지 않았거든요. 그때는 정말 내 길이 아닌가 싶어 만화를 접으려는 마음까지 들었죠.”

이제 기안84는 ‘유명한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은 어느 정도 이룬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안주하지 않는다. 요즘은 영상제작에 대한 꿈인 생겼다. ‘패션왕’이 영화화됐지만 만족하지 않고 직접 제작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개인적인 희망사항으로는 춤을 배울 계획도 갖고 있단다. 

“허무맹랑할 수 있지만 나중에 만화 스토리를 영상으로 만들면 대박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만화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할 때가 있거든요. 영상연출이나 제작의 꿈을 갖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소속사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고 춤을 배우려고 해요. 하하”

인터뷰를 마친 뒤 기안84는 소속사 미스틱스토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 실력(?)을 선보였다. 어린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을 보며 가수를 꿈꿨던 소년, 방송에서 빅뱅의 노래를 부르며 어설픈 춤 실력을 뽐내곤 하던 그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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