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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로나19 국면에 더욱 치열해진 남중국해 분쟁

입력 2020-06-29 07:00
신문게재 2020-06-29 11면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이 전 세계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코로나19 확산 관련 소식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을 정도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수록 세계 곳곳의 움직임은 제한되고 봉쇄된다.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각국이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에도 꾸준히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이다. 인도, 홍콩,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전방위로 영향력을 뻗어나가면서 관련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모토로 삼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그 중 남중국해는 중국의 세력이 해양으로 팽창해 나가면서 주변국과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곳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 역내 주변국들이 영유권 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중국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미중 갈등 구도와 분쟁 당사국인 아세안 회원국의 대응이 남중국해 분쟁 양상을 결정할 국제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US-MILITARY-USS RONALD REAGAN
2019년 10월 6일 남중국해에서 합동 훈련 중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좌측) 등 미 함정들 (AFP)

 

◇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더욱 뜨거워진 남중국해 분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26일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한 제36차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논의가 집중된 것은 남중국해 분쟁 문제, 즉 중국의 움직임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정상회의를 진행한 뒤 발표한 의장성명에서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최근의 동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남중국해나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역내 실효 지배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아세안 의장국 베트남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길 원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등 10개국의 절반 이상이 남중국해 문제를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중국에 우호적인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아세안 회원국 사이에서도 입장이 양분되는 모습이다.

 

아세안 화상 정상회의 주재하는 베트남 총리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26일(현지시간) 하노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열린 제36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연합)

 

산둥함
해상훈련 중인 중국의 두번째 항공모함 산둥함 (국방부망 캡처=연합)

 

◇ 왜 남중국해인가?

남중국해는 중국의 남쪽에 있는 바다(South China Sea)다. 이 해역을 가운데에 두고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대만이 둘러싸고 있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모인 4개의 군도(스프래틀리 군도, 파라셀 제도, 맥클스필드, 프라타스)가 있다. 이 가운데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갈등이 가장 첨예하다.

사실 이 해역의 자연 지형물 자체의 경제적 가치는 미미하다. 그런데 왜 중국과 주변국들이 이처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걸까.

전 세계 원유수송량의 70%, 해양물류의 약 25%가 지나가는 통로로 경제적, 안보군사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오는 원유 대부분이 들어오는 에너지수입의 핵심 통로이기도 하다. 70억 배럴 이상의 원유와 대량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천연자원의 보고로도 알려져 있다. 이 해역을 차지하면 국제해상의 지위가 달라진다.

남중국해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군도를 영유하고 있던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전한 후 이 지역에서 철수한 이래 말레이시아 등 남중국해 연안국가들이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뻗어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에 있어서 남중국해는 전략적인 거점이었고, 중국은 지난 1992년부터 영유권을 선언해 이곳에 인공섬 등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실효지배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등 역내 국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 해역의 산호초, 암초 등의 영유권을 놓고 충돌을 거듭해왔다. 물론 분쟁의 대부분은 중국의 승리로 끝났다.

중국과 연안국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던 미국은 지난 2010년 7월 하노이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당시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공해상에서 평시에 어느 나라 군함이나 선박이든 항행할 수 있는 자유)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남중국해에 핵심관련국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은 지속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해나갔다. 남중국해 인공섬에 활주로와 창고를 짓고 미사일을 배치한데 이어 최근에는 스프래틀리군도와 파라셀제도를 행정구역으로 설정해 상징적인 방법으로도 실효 지배를 강화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에 대해 “미국의 군함과 항공기가 자주 침입해 중국의 주권에 도전하고 중국 해양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지배권을 재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중국과 다투는 베트남은 반발하며 “주권 침해 행위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비난했다. 이 해역에서는 지난 4월 파라셀 군도 인근에서 베트남 어선이 중국 해양경비 함정의 방해 행위와 고의적 충돌로 침몰했다고 베트남 외교부가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불법 조업 중인 베트남 어선에 수차례 경고했으며 어선이 해양경비정에 돌진해 침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의 시선은 이제 하늘로 향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이다. ADIZ는 각국이 사전에 식별되지 않은 외국항공기가 ‘자국의 영공’에 무단 침범하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설정하는 곳으로, 군사력에 의한 실력행사를 가능케 한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남중국해 상공에 ADIZ 설정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2013년에 첫 ADIZ를 동중국해 상공에 설정한 바 있다. 이 ADIZ는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상공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ADIZ를 설정하게 되면 하이난과 본토의 해안 레이더와 스프래틀리군도 및 파라셀제도에 새로 설치한 레이더를 가동해 해당 ADIZ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 대부분을 잡아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ADIZ 설정을 통해 초계활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베트남 및 필리핀 등 관련국 뿐만 아니라 미국과도 직접적인 무력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수호이 전투기
중국 수호이(쑤·蘇)-30 전투기 (환구시보 캡처=연합)

 

◇ 反中 전선 구축하는 美와 팽창하는 中 사이에 고민 깊어지는 韓

미 국방부는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틈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은 최근 남중국해에 잇달아 함정을 파견하고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키는 등 위력시위를 진행해왔다. 또 10만t급 항공모함 3척(로널드 레이건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니미츠호)을 태평양지역에서 동시에 전개해 대만 주변과 남중국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국군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항공모함 3척을 동시에 전개하는 것은 북한의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 군함들을 파견해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진행해 왔다. 일본과 호주, 영국 등의 해양국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은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 인도태평양지역내 반중국 전선을 구축해 중국 고립 작전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한국의 고민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는 전통적인 동맹관계이고, 중국과는 우호적인 무역관계와 대북 관리에서 협조가 필요한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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