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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부자(56)씨는 대학생인 자녀(22)에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만들어주고 싶다. 미리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해두고 싶어서다. 그렇게 해도 되는지, 방법은 무엇인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 소득이 없는 대학생도 가입이 되나요?
가능하다. 2020년까지는 소득이 있는 사람만 ISA를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린 자녀 이름으로는 가입이 힘들었다. 2021년부터 제도가 바뀌어 만 19세 이상 국내 거주자라면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또 자녀의 소득이 있는 경우라면 15~19세 사이라도 가입할 수 있다.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증표를 가지고 금융회사를 방문해야 한다. 15~19세 자녀인 경우 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국세청 홈택스 혹은 정부24 홈페이지에서 발급하는 ‘소득금액증명’ 서류를 가져가면 된다. 자녀가 근로한 회사에서 발급한 근로소득지급확인서로 대체할 수도 있다.
◇ 자녀 대신 제가 돈을 넣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자녀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에 부모가 돈을 넣은 경우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 자녀의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납입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에는 아예 자녀 계좌에 입금하면서 증여신고를 같이 해두는 편이 낫다. 자녀에게 준 돈은 10년간 1인당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끼려면 증여 신고를 빨리 해두는 편이 좋다. 그래야 10년 뒤 추가로 증여세 공제가 가능해서다.
◇ 자녀 명의 ISA 자금을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소중한 자녀에게 증여하는 자산은 안전한 자산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절세 효과만 생각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보자. 김평범씨와 박부자씨는 둘 다 자녀 이름으로 ISA계좌를 만들고 각각 5000만원을 입금했다. 김씨는 예금에 넣어서 10년 뒤 계좌 평가액이 6000만원이 되었다. 반면 박씨는 주식에 투자해서 10년 뒤 계좌 평가액이 5억원이 됐다. 두 사람이 입금 시점에 사전 증여를 했다면 아낀 세금은 각각 얼마일까? 김씨의 경우 10년 뒤 증여가 이루어졌다면 증여 공제액 5000만원을 넘는 1000만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할 것이다. 계산해보면 100만원(=1000만원× 10%)이다. 박씨는 4억5000만원에 대해 8000만원[=(1억원×10%)+(3억5000만원×20%)]의 세금을 낼 뻔했다. 다행히 둘 다 세금은 내지 않는다. 사전 증여받은 이후 운용을 통해 늘어난 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세금 없이 자녀에게 5억원을 증여한 효과를 얻은 셈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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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A 만기 자금을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박부자씨의 ISA는 만기가 다가온다. 박씨가 이 계좌에 든 돈을 노후 대비로 쓰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연금계좌로 이체해 운용하는 것이 세금을 따져봤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정부는 2020년 ISA 만기 자금을 연금저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로 이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원래 연금계좌는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서 연간 1800만원까지만 납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제도를 활용하면 ISA에서의 이체 금액은 연간 납입할 수 있는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이미 연금계좌 납입한도를 다 채운 사람이라도 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자금 이체는 ISA 계약 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시행해야 하며, 만기 자금의 일부만 이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체된 자금은 만 55세부터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했을 때 발생하는 절세 효과는 두 가지다. 첫째, 세액공제 혜택이다. 연금계좌로 이체한 만기 자금 중 10%, 최대 300만원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소득에 따라 다르다. 연 소득이 4000만원(근로소득만 있으면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이면 세액공제율 16.5%가 적용되고 이보다 소득이 많으면 13.2%를 공제받는다. 둘째, 인출 시보다 저렴한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ISA가 만기가 되었을 때 만기를 연장하거나 해지 후 재가입하면 ISA의 세제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나중에 해지할 때 운용기간 동안 발생한 상품간·기간간 손익을 통산 후 순소득에 대해 일반형은 최대 200만원, 서민형 및 농어민은 최대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비과세 한도 초과금액은 9.9%의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예를 들어 일반형 ISA에 가입한 사람이 A상품에서 400만원의 이익이 나고, B상품에서 1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면 통산 후 순소득은 300만원(=400만원-100만원)이 된다. 이 경우 비과세 한도인 200만원을 넘는 소득 100만원에 대해서 9.9%의 세율로 분리과세되는 것이다. 그러나 연금계좌로 이체한 자금은 추후 연금으로 수령 시 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ISA보다 훨씬 낮은 세율인 셈이다.
윤치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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