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인류의 유구한 ‘음주 역사’… 원숭이일 때부터 알코올 땡겼다

입력 2022-04-02 17:14

1
(연합뉴스)

 

인류의 음주 역사가 수백만 년을 거슬러 유인원 조상이 발효 과일을 골라먹던 때부터 시작됐다는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이 입증됐다.



원숭이가 실제로 알코올(에탄올)이 함유된 과일을 즐겨 먹고 소변에서도 알코올의 2차 대사 물질이 검출되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미국 UC 버클리에 따르면 노스리지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의 크리스티나 캠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2일 보도했다.

캠벨 교수 연구팀은 파나마 바로콜로라도섬에 서식하는 ‘검은손 거미 원숭이’가 먹다가 버린 과일의 알코올 농도가 1%∼2% 수준인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의 절반 정도다. 과일 속 알코올은 당을 먹는 발효균을 통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팀이 거미 원숭이 6마리의 소변을 분석한 결과, 5마리의 시료에서 알코올의 2차 대사 물질이 검출됐다. 이는 알코올이 거쳐 가는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와 관련, 캠벨 교수는 “야생 영장류가 인간의 간섭 없이 과일 속 에탄올을 섭취한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확인됐다”라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나, 인간의 알코올 섭취가 과일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에탄올을 먹어 온 영장류의 행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술 취한 원숭이 가설에 힘이 실리는 결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캠벨 교수는 “원숭이들이 칼로리 섭취를 위해 알코올이 함유된 과일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인간의 조상도 처음에는 원숭이처럼 칼로리 섭취량을 늘리기 위해 잘 익은 과일을 골라 먹었지만, 알코올을 액체 형태로 정제하면서부터 쾌락 효과를 노리고 알코올 남용에 빠지게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원숭이들도 인간처럼 취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취하기 전에 이미 과육으로 배가 채워졌을 것이고 발효 과일을 통해 먹이에 대한 항균 효과나 효모균 활동 등 생리적인 이득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인간이 알코올에 끌리는 성향은 영장류 조상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라는 인식은 알코올 남용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하면 알코올 남용도 당뇨나 비만 같은 영양 과다 질환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