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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 최초 개인전 ‘많은 것을 동시에’의 톰 프리드먼 “우리는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짧지만 깊은: 단톡심화] ‘많은 것을 동시에’ 톰 프리드먼

입력 2022-05-12 18:30
신문게재 2022-05-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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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에 대해 설명 중인 톰 프리드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지난 2년 간 전세계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와 감소세의 반복을 지켜봤고 추이에 따라 바뀌는 방역지침 등을 경험했어요. 이를 계기로 세계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됐는지를 실감하게 됐어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비롯돼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얼마나 이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연관되는지를 새삼 느꼈죠.”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많은 것을 동시에’(6월 25일까지 리만머핀 서울)를 위해 내한한 톰 프리드먼(Tom Friedman)은 잠시 멈추거나 시각을 달리하면 혹은 선입견을 벗어던지거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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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리드먼의 한국 최초 개인전 '많을 것을 동시에' 중 'Listen'(사진=허미선 기자)
양귀비 씨앗을 4000만배 확대하면 보이는 표면의 육각형들을 표현한 ‘파피시드’(Poppyseed, 2022)가 그렇고 잘 듣기 위해 애쓰는 듯 머리를 기울인 작은 녹색 조형 ‘리슨’(Listen, 2022)이 그렇다.  

 

사람의 형상을 한 ‘무제’(Untitled, 2021)나 ‘해즈맷 러브’(Hazmat Love, 2017)는 보통의 사람보다 작은 반면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돼온 초현실적 곤충 연작 중 하나인 ‘비’(Bee, 2022)는 호박벌을 실물보다 확대해 표현한다.


무거워 보이는 ‘리슨’은 전체가 스티로폼에 페인트칠을 해 실제로는 가벼운 반면 거품형상으로 가벼워 보이는 ‘무제’는 스테인리스로 주조해 크롬으로 도금한 작품으로 그 무게는 200kg에 이른다. 이를 ‘대척점’이라고 표현한 톰 프리드먼은 가벼움과 무거움, 과장과 축소 등를 유희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아버지도, 저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주 사용하는 제스처인데 ‘난 몰라’를 의미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두팔을 벌려 환영하는 데 쓰이기도 해요. 다의적인 의미를 가진 제스처라 흥미로웠고 탐구하게 됐죠.”

전시장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무제’는 그의 설명처럼 그 자체로도 ‘대척점’을 표현한다. 그는 “형태적으로는 사람과 유사하지만 외계에서 온 생명체, 에일리언이라고 생각하고 제작했다”며 “어딘가 낯선,.눈에 익지 않은 것으로 의도했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그의 일상, 주변의 것들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되어 메모로, 스케치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특정한 소재를 보고 바로 작품으로 만들어야지 하기 보다는 일종의 필터를 가지고 주변의 것들을 눈여겨봐요. 항상 그들에게서 배운다는 자세로 눈여겨보며 머리와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 뒀다가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 싶을 때 끄집어내죠. 그렇게 눈여겨보고 쌓아두고 끄집어 내 작품화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배우거든요.”


◇‘대척점’에서 관계형성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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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리드먼과 ‘Being’(사진=허미선 기자)

 

“거대하게 키우거나 축소시키는 기준은 일종의 관계 형성이에요. 인간 형상을 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실제 보다 작아요. 그렇게함으로서 관람객이 작품을 상대로 주도권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도록 하죠.

이어 하지만 ‘빙’(Being, 2021)은 거대하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으니 (관람객과의 관계 형성을 가늠해 보니) 확대해서 제작해도 되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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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리드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에는 없지만 (뉴욕 파크 애비뉴, 시카고 사우스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텍사스 컨템포러리 오스틴, 록펠러 센터의 채널 가든 입구 등에 순차적으로 설치됐고) 곧 홍콩에서 선보일 ‘루킹 업’(Looking up, 2015)은 3피트나 돼요.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의 형상인데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 모습과 똑같이 위를 올려다보도록 의도한 작품이죠.”


그렇게 톰 프리드먼은 유희와 더불어 작품과 관람객과의 관계, 작품 간 관계에도 주목한다. 


‘홀 인 더 월’(Hole in the Wall, 2022)과 ‘빙’ 그리고 ‘파피시드’와 ‘월’(Wall, 2017), ‘비’가 그 예다. ‘홀 인 더 월’에 대해 톰 프리드먼은 “드릴 작업으로 구멍을 뚫었고 그 과정에서 생긴 파편이 바닥에 있다”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노동집약적인 반면 이 작품은 그냥 벽에 구멍을 뚫으면 그만이었던,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뚫기만 하면 되는 ‘홀 인 더 월’의 구멍과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빙’의 머리에 뚫린 구멍을 비교하면서 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빙’은 동명의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 연작이에요. 폐품과 폐기물 등을 모아서 작품을 구성해요. 처음에는 실제에 가깝게 채색 작업을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재해석하거나 추상적 표현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사유하죠.”

‘파피시드’와 나란히 배치된 ‘월’은 ‘환각’이라는 공통분모로 관계를 맺는다. 그는 “양귀비씨앗은 미국에서 베이글 등 식재료로 자주 사용되지만 마약류나 환각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게 흥미로웠다”며 “그 지점이 ‘월’과 연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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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척점에 있으면서도 서로 관계를 맺는 톰 프리드먼의 작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Poppyseed' 'Wall' Bee'(사진=허미선 기자, 리만머핀 서울 제공)

“빔 프로젝터로 영사되는 작품으로 통상적인 조명 아래서 제 손이 벽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표현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딱딱한 벽이 아니라 탄성을 가진 것처럼 표현함으로서 좀더 깊이 있어 보이게 했죠. ‘월’과 바로 옆의 조형물인 ‘비’는 제가 자주 선보이는 ‘대척점’의 표현이에요. ‘월’은 물성이 아닌 소재로 뚫고 나오려는 움직임을 표현했다면 ‘비’는 물성 소재로 만들어진 조형물로 벽 위에 앉아 있죠. 그리고 ‘비’는 육각형으로 ‘파피시드’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요. 양귀비씨앗의 벌집구조와 실제 벌 사이의 공간 혹은 관계에 대해 연결 짓고 사유하게 하거든요.”


◇서울을 닮은 ‘스페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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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리드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서울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스페이스타임’(Spacetime, 2019-2022)이에요. 서울은 오르막도, 내리막도 많고 공감각적으로도 흥미진진한 공간이죠. 오르면서 보이는 풍경, 내려다보는 풍경 등이 다른, 다각도로 볼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서울과 닮았다고 꼽은 ‘스페이스타임’은 철사(Wire), 페인트, 스티로폼, 판지(Cardboard), 알루미늄 호일, 실(Yarn), 충전재(Pillow Stuffing) 등으로 꾸린 3차원 드로잉 작품이다. 톰 프리드먼은 ‘스페이스타임’에 대해 “물성을 가진 작품에 조명을 비춰 그림자로 인해 형성되는 드로잉까지를 한 작품으로 표현한다”며 “다양한 관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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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닮았다는 '스페이스타임' 앞에서 톰 프리드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중앙의 인물은 앙리 마티스의 ‘자화상’에서 모티프를 얻었고 파이프는 르네 마그리트에서 영감을 얻었죠. 바나나는 앤디워홀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 안의 점은 쿠사마 야요이의 영감을 받았어요. 그렇게 여러 관계 형성으로 구성된 작품이죠.”


‘스페이스타임’ 중 마티스의 ‘자화상’에서 영감받아 표현한 인물과 닮았다는 말에 그는 “특별히 저를 투영한 건 아니지만 마티스가 ‘자화상’을 그릴 당시 나이가 제 또래였으니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무엇이든 열려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탐구하는 그는 ‘스페이스타임’ 중 망치에 대한 “뭘 부수거나 두들기고 싶은 거냐?”는 질문에 또 다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

“망치는 특정 의미를 내포하기 보다는 작업 중 자연스레 녹아들지 않을까 싶어서 넣었는데…. ‘두들긴다’는 말이 흥미로워졌어요. 무슨 의미를 지닐까 생각하게 되네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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