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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심화] ‘빛의 시어터’ 지안프랑코 이안누치 아트디렉터가 전하는 ‘지금’ 예술 “기술로 빅뱅할 예술의 자유 ”

입력 2022-06-03 18:15

빛의 시어터 첫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빛의 시어터’ 서울 첫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 혹은 영역들에 의문이 제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과 미술도 마찬가지죠. 지금까지는 예술이나 미술은 신성하게 생각해야하는, 불가침의 영역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탈물질화, 비물질화의 시대예요. 그런 시대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보급할 수 있을 것인가죠.”



지난달 27일 개관한 빛의 시어터 서울 첫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Gustav Klimt, Gold in Motion, 2023년 3월 5일까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내 상설전시관)의 아트디렉터 지안프랑코 이안누치(Gianfranco Iannuzzi)는 이렇게 “지금 예술”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빛의 시어터는 제주에 조성된 ‘빛의 벙커’에 이어 티모넷이 추진하는 몰입형 예술 전시 ‘빛의 시리즈’ 두 번째 프로젝트다. 구스타프 클림트를 비롯해 한스 마카르트, 오토 바그너, 에곤 쉴레 등 오스트리아 빈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3000개 이상의 고화질 이미지, 프로젝터, 서버, 스피커, 영상 음향 자동화 시스템 및 3D 음향 등 최신기술로 구현해 낸다.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빛의 시어터’ 서울 첫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중 에곤 쉴레 시퀀스(사진=허미선 기자)

 

‘비엔나의 신고전주의’(Neoclassical Vienna)로 시작해 ‘클림트와 빈 분리파’(Klimt and Vienna Secession), ‘클림트: 황금기’(Klimt: The Gold Period), ‘클림트와 자연’(Klimt and Nature), ‘에곤 쉴레’(Egon Schiele), ‘클림트와 여성: 색채의 향연’(Klimt and Women: Spreading of Colours)까지 이어진다.

지안프랑코 이안누치 아트디렉터는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에 대해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각 전시마다, 공간마다 스토리가 있어서 흥미롭고 특별한 작업”이라며 “똑같은 소재와 주제를 다루지만 똑같은 재연이 아니라 공간을 해석해 새로운 동력을 불어 넣는다. 이에 파리, 뉴욕, 서울 등 장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고 소개했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전시죠. 관람객 스스로가 선택한 동선에 따라 저마다의 고유 전시 구성이 가능해요. 그런 면에서 전시의 주체는 관람객이죠.”

 

◇#무형화 #비물질화 #공유될 ‘지금 예술’ 

지안프랑코 이안누치
‘빛의 시어터’ 서울 첫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의 아트디렉터 지안프랑코 이안누치(사진=허미선 기자)

“예전처럼 예술작품이 한 사람 혹은 한 기관에 소유돼 연구되기보다는 공유하는 개념이 보편화되는 추세예요.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작품, 오브제 그리고 그 원본(오리지널) 등의 개념이 좀 모호해질 거예요. 그렇게 예술의 신성성, 불가침성에 대한 부정이 일어나고 블록체인, NFT 등의 기술을 통해 예술의 자유가 폭발하게 될 겁니다.”


그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예술에 대해 “시대에는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클림트의 말을 인용하며 “무형화, 비물질화”를 강조했다. 기술이 최첨단화될수록 아날로그와 휴머니즘을 추구하고 역사·인문·예술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에 “또 다른 창의와 지식”을 언급했다.

“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아날로그식 도구를 사용해 몰입형 설치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슬라이드, 회전식 슬라이드 영사기, 테이프 녹음기 등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낡은 도구들이죠. 하지만 저는 머지않은 미래에 이러한 도구들이 인생 제2막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영상들과 자료들을 지금까지 보관해 왔어요. 아마도 곧 그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어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유익한 진보이고 발전이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기술이 역사와 개개인의 기억을 억압하기 시작한다면 오히려 창의성과 지식의 발달을 저해할지도 모른다”고 말을 보탰다. 이같은 양면성에도 기술은 예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새로운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을 제시하고 인류가 한 걸음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죠. 동시에 명확하지 않은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한 깊은 사유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기술을 생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다양한 도구들 중 하나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믿어요.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이 그림을 그렸던 붓은 현대 회화 작가들이 사용하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술은 기술에 의해 길들여질 수 없습니다. 기술이 예술을 대체하거나 자유로운 창의력을 장악해서는 안 됩니다.”


◇“시대에 발맞추는” 전염병 시대의 예술가

빛의 시어터 서울 첫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빛의 시어터’ 서울 첫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중 ‘거울의 방’(사진=허미선 기자)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과 전염병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죠. 예술이 우리를 현실에서 구해내 평행세계로 도피시킬 수는 없어요. 이에 예술가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발 딛고 인류를 돕기 위해 꾸준히 작업해야 합니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시대의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 이렇게 전한 지안프랑코 이안누치 아트디렉터는 “지난 30년간 제가 만든 모든 예술 작품은 예술을 통해 정서적인 경험을 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한 교류의 장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개인주의와 퇴보하는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저만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기여한 부분은 아주 작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술가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대중들을 위해 창작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성적이고 음악적이면서도 시각적이고 몰입적이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디지털 아트를 통해 특별한 공간을 재활용하고 재생시키고 승화시키는 것 그리고 대중들 스스로가 액터(Actor)가 될 수 있도록 예술 작품의 중심부로 이끄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지금’ 예술이자 예술가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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