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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주말에만 '가족'인 사람들을 보면서 '주말에만 만나요'

[#OTT] 디즈니+의 '주말에만 만나요' 가족의 정의 되물어
엄마다른 3명의 딸과 미혼 엄마의 좌충우돌 에피소드 '시간순삭'

입력 2022-06-15 18:30
신문게재 2022-06-16 11면

Weekend Family
극 중 프레드는 자신의 마지막 사랑을 에마를 보고 깨닫는다.(사진제공=디즈니+)

 

인형 같은 세 딸을 키우는 프레드는 이혼남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첫째 딸 클라라는 극렬한 환경보호운동가다. 순한 둘째 빅투아르는 성격과는 다르게 온갖 알러지를 달고 산다. 막내 로미는 깐깐하기로는 동네에서 알아준다. 프랑스 작품으로 디즈니+에서 방영되는 ‘주말에만 만나요’(Weekend Family)는 말 그대로 주말에‘만’ 만나는 아빠와 세 딸의 이야기다.

이들은 모두 엄마가 다르다. 흥미롭게도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 같던 프레드에게 첫 번째 전처가 소개한 캐나다인 여자친구 에마가 생겼다. 집 바로 아래 접골원을 운영하는 그는 전처의 단골이라는 이유로 에마를 치료하기도 하는데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 것. 6개월 후 이들은 동거하는 사이가 된다. 문제는 세 딸이 여자친구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정신과 의사인 에마는 사실 프랑스에 잠시 연수를 위해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 곧 떠나야 하지만 셀린 디옹의 노래 구절인 ‘난 겨울과 추위는 잘 알지만 당신 없이 사는 방법은 몰라’를 인용할 정도로 프레드에게 푹 빠져있다.

주말에만만나요
아이들의 손글씨로 제목을 쓴 이유도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를 증명한다.(사진제공=디즈니+)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주말에만 만나요’는 전세계적으로 불고있는 대안가족의 확장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전처 중 한명은 뒤늦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았다. 동성결혼을 하고 한명의 아들을 뒀다. 물론 세 딸과도 곧잘 어울린다. 스스럼없이 “안녕, 나의 누이들”이라고 어울리는 모습에서 프랑스가 가진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이들은 자칭 ‘엄마는 다르지만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다. 왕따나 시기 질투는 없다. 매주 모여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어울린다. 운명인지 에마는 아동전문 정신과 의사다. 결혼경험도 아이도 없는 그이지만 남자친구의 세 딸에게 기꺼이 친구가 돼 주기로 결심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막내 로미가 자신과 아빠의 사이를 질투해 전화번호를 바꾸고 문자를 가로채 헤어짐을 종용하는 등 출발은 좋지 않았다. 프랑스 현지 친구들과 고향 가족들까지 곧 은퇴를 앞둔 에마가 세번이나 이혼한 남자를 사랑하는 걸 ‘그저 한 순간의 사랑’으로 치부한다. 대놓고 반대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Weekend Family
디즈니+ '주말에만 만나요'.(사진제공=디즈니+)

 

국적도, 나이도 다른 한 여성의 가족꾸리기 고군분투기라고 보기에 ‘주말에만 만나요’는 꽤 많은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 2화에서 그려지는 ‘소비제로’는 큰 딸이 생활 모토로 삼는 지구 지키기의 실천방안을 아우르면서 세 전처들이 친구처럼 어울리며 에마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다. 

클라라의 엄마는 평소 탄소제로를 외치며 전기를 쓰지 않는 딸의 생활상을 알려주며 엘레베이터를 타는 전남편의 새 여자친구를 전담마크한다. 글루텐과 우유를 먹지 않는 빅투아르의 엄마는 예민함의 끝판왕이다. 각종 IT기기를 사용하는 데 능통하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성공했지만 무던하고 농담을 잘하는 프레드 덕분에 자신의 딸이 행복함을 아는 여자다. 비록 헤어졌지만 딸에게 좋은 아빠임을 인정하고 배다른 자매들과 그 엄마들과도 가깝게 지낸다. 

Weekend Family
아빠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첫 딸 클라라. 환경운동에 관심있는 요즘 아이들의 전형으로 나와 몰입도를 더한다.(사진제공=디즈니+)

 

배우지망생이자 브라질 혈통으로 보이는 로미의 엄마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딸들의 귀감이 된다. 가장 수다스럽고 스스럼없는 탓에 에마하고 가장 많이 부딪히지만 그 사이에 미움은 없다. 딸이 에마에 대해 가장 많은 적의감을 드러내는 걸 짐짓 말리지 않는 얄미운 면모도 있지만 그저 ‘한 남자를 사랑한 경험’을 공유하며 할 말은 하는 타입이랄까. 

‘주말에만 만나요’는 각 에피소드마다 금, 토, 일로 구분해 시간과 공간의 구분을 짓는다. 예를 들어 토요일에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고 토요일에는 누구나 감기가 걸리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일요일에는 각자의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러 오며 사건(?)이 종료된다. 10대 중반부터 막 틴에이저에 돌입한 세 딸들의 성장통도 사실적이다. 지구를 보호하느라 열을 올리지만 정작 가족의 프라이버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클라라, 농구대회에 나가 자신의 골대에 공을 넣고 환호하는 빅투아르의 눈치없음, 우연히 본 에마의 논문이 자신이 이불에 실수한 치부를 드러냈다고 오해하는 로미의 소심한 복수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Weekend Family
디즈니+ '주말에만 만나요'.(사진제공=디즈니+)

 

문제는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엄밀히 말하면 계모인 에마의 충고를 받아들이는지, 그 사이에 낀(?) 프레드의 행동은 어떤지가 관건인데 에피소드마다 기발함과 현실적인 조언이 넘친다. 한국이라면 ‘이보다 더 쿨할 수 없다’에 가까운 활약을 하는 전처들도 눈여겨 봐야 한다. 왜 한국에는 이런 ‘쿨한 이혼’이 없는가 개탄할 정도로 아이들의 부모로서, 각자의 삶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 보여주는 고민과 화합이 담겨있다. 

미리 고백하자면 아직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보지 않았다. 마지막 회를 보면 시즌 2가 나올 때까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다. 국내에 인지도는 없지만 프랑스 배우들이 보여주는 특유의 자유분방한 연기도 볼 만하다. 프랑스에 뱅상 카셀과 레아 세이두만 있는 건 아니다. 오픈 2022  채널 디즈니+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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