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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도대체 어떤 가게길래 넷플릭스는 폐점 한달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을까?

[#OTT]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 인간의 초심과 요리를 엮다!

입력 2022-07-20 18:30
신문게재 2022-07-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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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0일에 파란 문을 연 레스토랑 ‘안드레’의 한 장면.(사진제공=넷플릭스)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 오는 건’ 한순간이지만 ‘내려 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는 전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불린 ‘안드레’가 폐점하는 과정을 그린다.


시점이 과거인 이유는 이미 이 식당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드레’는 폐업했고 직원들은 각자 흩어졌다. 유난히 힘들고 수직적인 서열로 인해 이직률이 높은 요식업계에서 이곳 직원의 평균 근무일수는 무려 2년 반 이상이다. 대부분 전세계에서 찾아온 요리지망생이다. 그 중에서는 자신의 식당을 운영했던 요리사도 있지만 무조건 설거지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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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와 올리브 나무’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한눈에 봐도 이곳을 운영하는 대표이자 셰프인 안드레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른 이들은 평소대로 한 곳에 모인다. 

 

예약 체크와 당부 사항, 바뀐 음식 리스트를 공유하는 자리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공기가 다르다. 안드레는 “1년 후 식당을 폐업할 것이고 미슐랭에서 받은 별점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다.

 

그의 요리 철학에 공감하며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강했던  직원들은 당혹스럽다. 

 

유난한 성격과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던 안드레는 모두에게 보스 보다는 스승이자 친구에 가까웠다.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50대 셰프 중 유일한 아시안이었던 그는 뉴욕타임스가 뽑은 10대 레스토랑에 들 정도로 전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의 아내이자 식당 매니저를 자처하고 있는 아내는 이런 사실을 예상했다는 듯 직원들을 다독인다.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는 셰프의 세계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폐점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대만 출신인 그는 요리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기본을 닦았다. 지금은 아버지나 다름없는 첫 식당의 셰프들은 안드레의 성실성과 요리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일찌감치 눈치챘다. 근무 첫해는 몸무게가 16㎏이나 빠질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7년 후 그곳을 떠나는 제자 안드레와 그를 키운 스승은 부둥켜 안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달려가겠다”며 서로를 다독였다.

 

안드레의 폐점 소식을 듣고 싱가포르로 날아온 스승은 말한다. “네가 프랑스가 아니면 잘 자라지 않는 올리브 나무를 식당에 심는다고 했을 때 난 이미 성공을 예상했다”고.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안드레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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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많지만 돈도 명예도 없었던 남편에게 한눈에 반했던 팸. 10살이 된 럭키는 레스토랑 안드레가 문을 닫은 뒤 그들의 곁을 떠났다. 그곳을 떠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며 아시아 요리를 전세계 주류로 만들겠다는 주인의 꿈에 방해되지 않겠다는 듯. 자식과 같았던 럭키의 추모 멘트가 ‘안드레와 올리브나무’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식당이 개점할 때부터 일을 도운 아내 팸은 요식업 경력이 전무했다. 테이블에 까는 린넨의 다림질과 길이까지 꼼꼼히 따지는 남편의 성격을 알기에 일부러 직원들 보다 먼저 출근해 테이블 옮기는 일을 도맡았고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고객들은 안드레의 유별난 요리에 열광했지만 사실 그 맛과 분위기를 완성하는 건 매니저를 자처한 팸의 공이 컸다. 

 

카메라는 손님들이 몇 번째 방문인지 당시에 어떤 요리를 주문했고 남겼는지가 세세하게 적힌 리스트를 소중히 다루는 팸의 모습을 간과하지 않는다. ‘유명 셰프의 탄생 뒤에 가려진 빛나는 존재’에 대한 존경이자 여성으로서 포기해야 했던 삶에 대한 단상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고 싶었다는 그는 “지금도 늦지 않았지만 남편이 어느 날 아파트에서 내려오라고 해서 가보니 리트리버 새끼 강아지를 선물하더라”고 웃는다. 레스토랑 ‘안드레’를 막 오픈한 시기였다. 지금은 자식이나 다름 없는 반려견과 함께 아침 산책을 나서는 팸의 행복한 표정은 식당에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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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몽펠리에에 있는 한 식당에서 쌍둥이 셰프인 푸르셀 형제와 바닥부터 시작한 안드레. 그 중 자크 셰프는 그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는 폐점이 공식화되며 더욱 인기를 끈다.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직원들의 동요도 없어보인다. 도리어 이곳의 마지막 멤버로 지내는 게 자신의 숙명인 듯 받아들인다. 다국자들로 이뤄진 만큼 스태프들의 점심으로 저마다의 고국 음식을 돌아가며 만드는 루틴도 변한 것이 없다. 

 

싱가포르에 여행와서 우연히 이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은 뒤 취직까지 한 여성 셰프 중 한명은 한국인이다. “한국요리를 만들면 직원들이 점심을 남기지 않는다”며 웃는 그는 “만나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며 몇주를 버틴 나에게도 차별 없이 요리를 가르쳐 주신 분”이라고 안드레의 새로운 선택을 지지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완전히 내려놓는 다는 것. 그리고 전혀 다른 분야는 아니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주인공의 소회는 담담하기 그지없다. 그의 자서전에는 “한 요리를 완벽히 해 내는 순간 메뉴에서 제외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인생 역시 여기에 충실함을 관객들은 먹먹하게 따라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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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안드레의 요리는 폐점 소식이 알려지자 예약율이 더욱 치솟았다.(사진제공=넷플릭스)

 

눈으로 보는 요리의 세계도 경이롭다. 안드레의 요리철학인 ‘옥타필라소피’의 근간인  ‘Artisan’ ‘Texture’ ‘Pure’ ‘Salt’ ‘South’ ‘Unique’ ‘Memory’ ‘Terrour’를 챕터별로 나눠 보여준다. 단순히 요리로 정의 될 수 없는 이 단어들을 향한 스타 셰프의 집녑은 그리 놀랍지 않지만 적어도 장인을 뜻하는 프랑스어 아르티장(Artisan)은 안드레의 정의하는 단 하나의 단어가 아닐까. 

 

음식이라고 하기엔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안드레의 요리는 이제 없다. 적어도 레스토랑 안드레에는 없다는 뜻이다. 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요리를 세상 어딘가에서 여전히 만들고 있을테니.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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