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영화 ‘럭키’(사진제공=쇼박스) |
기억을 잃은 킬러가 연기자로 거듭나는 영화 ‘럭키’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김밥이 나온다. 공중목욕탕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기억을 읽은 형욱(유해진)은 발음이나 연기력은 형편없지만 몸을 쓰는 데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여고 앞 분식집에 취직한 그는 단무지로 꽃을 만들고 김밥을 흡사 종이처럼 잘라 스타가 된다. 타고난 칼솜씨가 김밥을 만나 예술이 되는 장면이 웃음을 더한다.
영화 '말아'(사진제공=인디스토리) |
EN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김밥(사진=방송화면 캡처) |
김밥(사진출처=픽사베이) |
자칫 광고가 될까봐 전화번호는 가렸지만 ‘광화문 김밥’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간판도 제대로 달아놓지 않은 숨은 맛집이었다. 이제는 친절하게 간판을 달아놓은 상태다.(사진=이희승기자) |
요즘 같은 날씨에는 초여름에 만들어둔 오이지를 살짝 양념해 넣으면 그야말로 몇 줄은 기본으로 없어진다. 개인적으로 참치나 치즈가 들어간 ‘맛의 더함’은 추천하지 않는다.
간 소고기를 넣거나 진미채, 크래미 등이 들어간 고급 김밥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김밥은 그저 김밥일 뿐 비싸게 먹는 김밥을 먹으려면 차라리 육회 비빔밥이나 오분자기 솥밥을 먹는 게 낫다는 지론이다.
김밥전문점에 가도 언제나 기본 김밥을 시키는 편이다. 간판의 이름을 단 000김밥이 있다면 일단 시켜본다. 그게 아니라면 야채 김밥이 그 집이 가진 맛의 깊이를 가늠한다는 게 다년간 수많은 전국 맛집을 다녀본 결론이다.
파는 김밥 중 가장 집에서 싼 맛이 나는 곳은 서대문역 근처의 이름도 없는 한 김밥집이다. 광화문에서 매체를 3곳이나 옮겼지만 이 집은 여전히 아침마다 근처 직장인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신(?)다. 가게는 약 3평 정도. 그나마 직사각형 크기라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빠듯하다.
당연히 안에서 시식은 불가능하고 문 앞의 스치로폼 통에 산처럼 쌓인 김밥을 선착순으로 가져가면 된다. 과거에는 김밥 하나에 삶은 계란을 하나씩 껴주며 2000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기본 김밥이 3000원이다. 이 사장님은 과거 통 크게 가게 문을 닫고 유럽여행을 다녀오실 정도로 개인의 삶에도 충실하신 분이다.
15년을 넘게 다녔지만 한번도 친한 척을 하거나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입덧중인데도 먹고 싶다거나 아이 생일이라 30줄을 사간다거나(집에서 직접 말았다고 하고 파티에 내놓기에도 적역)해도 “그런 사람 많다”고 일축한다. 하지만 변함없는 그 맛이 여전히 정겹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인터뷰 시간을 늦추고 회사 코 앞인 광화문 8번 출구가 아닌 서대문역 5번 출구로 나와 하염없이 걸어 그 곳에서 마지막 남은 몇줄의 김밥을 쟁취했다.
가끔 엄마의 손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는 꾸준히 가는 노포에 가 향수에 젖는다. 광화문에는 누구나 알 것 같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김밥 노포가 있다.
[말기 보다 중요한! 집 김밥 잘 ‘써는’ 법]
바게트 칼 빵은 딱딱한 겉 껍질이 잘 잘리게 울퉁불퉁돼 있다. 이게 김밥을 써는 데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사진=이희승기자) |
1. 손수 김밥을 싸 본 사람은 알겠지만 김밥이야 말로 ‘말면 말수록’ 일취월장하는 요리다.
2. 속 재료는 개인의 마음이지만 과하게 싸면 역시나 잘 터지는 게 김밥이기도 하다.
3. 아무리 잘 드는 칼이라도 집 김밥을 써는 건 수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한두 개 잘 잘린다 싶다가도 여지없이 모양이 망가지거나 터지기 부지기수다.
4. 그것은 하루에도 100줄 이상을 마는 김밥천국 직원이 아닌 이상 누구나 겪는 운명이다.
5. 이번에 일본산 빵 칼을 샀다. 온갖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진 결과물로 바게트를 써는 용으로 출시된 칼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바게트의 나라 프랑스산도 실패했지만 제빵용 빵칼이 김밥 썰기에 최적화돼 있단 소리를 듣고 구매했다
6. 손만 대면 썰리는 마법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그냥 식칼보다는 훨씬 잘 썰리고 모양도 예쁘게 잡히니 믿고 구매할 것.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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