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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웅’ 아닌 ‘인간’ 잔다르크! 연극 ‘세인트 조앤’으로 전하는 김광보 연출·백은혜·이승주의 “여전한 여정, 정의 그리고 신념”

[짧지만 깊은: 단톡심화] 연극 ‘세인트 조앤’ 김광보 연출·백은혜·이승주

입력 2022-09-22 18:30
신문게재 2022-09-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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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 샤를 7세 역의 이승주(왼쪽부터), 조앤 백은혜, 김광보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

“그 답은 현재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행정가로서의 행보에 집중하던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자 단장은 3년만에 연출로 복귀하는 연극 ‘세인트 조앤’(Saint Joan, 10월 5~30일 명동예술극장)의 주요 화두인 ‘정의’와 ‘신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백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프랑스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부패한 권력에 의해 마녀 사냥의 희생양으로 스러져간 여인 조앤을 연기할 백은혜의 대답 역시 그랬다. 

“무엇이 정의인지 옳은 신념인지 그 정답을 누가 내릴 수 있을까요. 다만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깨어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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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사진제공=국립극단)

 

조앤의 화형과 복권을 동시에 집행한 샤를 7세 역의 이승주 역시 “정의란, 신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다르지 않은 답을 내놓았다. 

“그 답을 끝까지 찾아가는 과정이 삶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찾고 있고 앞으로도 찾을 것 같습니다. 답을 찾아가는 데 연극이, 이 작품이 큰 도움을 줍니다.”

연극 ‘세인트 조앤’은 ‘피그말리온’(Pygmalion, 1938),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56), ‘인간과 초인’(Man and Superman, 1903) 등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작품이다. 1925년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결정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김광보 연출의 ‘숨겨진 카드’, 백은혜 ‘나와 맞닿아 특별한’, 이승주 “꼭 필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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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 김광보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

“이 작품은 일종의 ‘숨겨진 카드’였어요. 언젠가는 주머니 속에서 꺼내고 싶은 심정이었거든요. 스케일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 자체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언젠가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었죠.”


앞서 김광보 연출은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임기 동안에는 연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취임기간 동안은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해 보겠다”고 했던 그는 “예술감독으로서 선후배 작업에 주력하는 것 뿐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는 생각에 ‘숨겨진 카드’였던 ‘세인트 조앤’을 꺼내 들었다. 

그 ‘숨겨진 카드’에는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 맞았다’ ‘나는 형제다’ ‘엠 버터플라이’ ‘사회의 기둥들’ 등을 함께 한 이승주, 2019년 ‘비’ 재연으로 처음 만났던 백은혜와 함께 한다. 잔 다르크를 비롯한 정의, 신념에 대한 이야기는 인물을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배우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진 가치관과 충돌하기도 한다. 

“지금의 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김광보 연출의 ‘숨겨진 카드’로 2017년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이후 5년만에 무대로 돌아온 이승주는 ‘세인트 조앤’에 대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잔 다르크를 막연하게 ‘성녀’ ‘영웅’이 아니라 주변에 있을 법한, 조금은 비범할지 모르지만 그냥 한 인간으로 그린 작품이에요. 결국 그런 가치관들이 다른 인물들과 충돌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더 낫다, 못났다,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 전에 각각 다른 가치관들의 충돌로 나아가는 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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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 샤를 7세 역의 이승주(사진제공=국립극단)

이승주는 “많은 연출가분들께서 극 중 인물과 맞닿은 지점을 발견하고 배우를 선택하시곤 한다. 그렇다고 제가 연기하고 무대에서 행하는 인물들이 항상 저와 맞닿아 있는 건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면들 중 어느 부분을 극대화시켜 무대 위에서 표출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 역시 샤를 7세와 같은 면이 있어요. 반면 또 어떤 면에서는 샤를 7세를 이해할 수 없는 지점도 있죠. 그 인물이 왜 이런 선택을 하고 그런 삶을 살게 됐는지를 좀 더 입체적이고 관객분들에게 선명하게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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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 조앤 역의 백은혜(사진제공=국립극단)

 

 


백은혜 역시 “모든 작품이 저와 신념이 같을 수는 없다”며 “버나드 쇼의 ‘세인트 조앤’에 나오는 신념은 명확한 부분이 있다. 만약 저와 많이 달랐더라면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인트 조앤’은 저의 신념과 굉장히 맞닿은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저한테는 굉장히 반가운 작품이고 특별한 이유 중 하나죠. 신을 믿고 있고 그에 대한 확신도 그래요. 종교적인 부분을 강조하려는 작품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저와 맞닿아 있어서 수월하기도 하고 그래서 굉장히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이죠.”


◇잔 다르크 아닌 조앤, 여전히 모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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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 김광보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

“잔 다르크의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잔 다르크를 통해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확신과 신념이라고 하는 것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개인의 가치관이 어떻게 오도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동시대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영웅’이 아닌 ‘인간 조앤’을 다루는 ‘세인트 조앤’에 대해 김광보 연출은 “자신만의 신념,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에 다가가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인간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절대적 다수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버나드 쇼가 얘기했듯 이 이야기에는 악인이 없어요.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직책과 직분에서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태죠. 제3자 입장으로 보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특별하게 나쁜 사람을 나쁘게 그리고자 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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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 샤를 7세 역의 이승주(왼쪽부터), 조앤 백은혜, 김광보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

 

이어 김광보 연출은 “그 사람들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일 수도 있고 그네들의 의지일 수도 있다고 파악했기 때문에 특별하게 어떤 인물을 더 착하게 혹은 나쁘게 그리지는 않는다”며 “상황에 충실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신념이나 가치관이 사회구조 또는 타인들에 의해 배제되어 지고 짓밟히는 과정들을 누구나 겪게 됩니다. 가치가 전도돼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이 작품에서도 비슷한 것들이 나옵니다. 차를 7세도 조앤을 배신하거든요. 필요해 의해 조앤을 받아들이고 또 필요에 의해 버리고 죽고 난 이후에도 필요에 의해 복권시키죠. 그것이 예나 지금이나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들이고 인간 사회의 다양한 면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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