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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시장 금리인하 기대 과해"… 유가·공공요금·환율이 변수

금통위 동결 배경과 전망

입력 2023-04-11 14:30
신문게재 2023-04-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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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2월에 이어 4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 오름세는 둔화되는 반면 경기가 예상보다 더 둔화되면서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11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 전망보다 성장 예상치가 좀 떨어졌다는 것은 당연히 그 쪽에 웨이트(무게)가 컸다고 할 수 있다”며 “한은의 첫 번째 책무는 물가안정이고, 두 번째 책무가 금융안정이므로 경기를 걱정하는 것은 경기 숫자 자체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나빠짐으로써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이것이 지금 현재 가장 큰 관심사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경기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그간 누적된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연간 성장률은 IT 경기 부진 심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 2월의 전망치(1.6%)를 소폭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의 흐름이 이어지겠으나,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 완화와 중국 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둔화가 더딘 모습이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에 3%대, 연말에는 3% 수준으로 둔화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2월 시점의 연간 전망치 3.5%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향후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의 전망치를 다소 웃돌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3월 근원인플레이션율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각각 4.0%, 3.9%로 전월(4.0%) 수준이거나 소폭 낮아지는데 그쳤다.

이번에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일각에서는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 1월 금리인상이 마지막 인상이지 않을까 싶다”며 “두 차례 동결을 했는데 여기서 또 한 번 인상한다면 금리가 재상승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통위원들은 이번 금리 결정에는 전원일치 동결 의견을 제시한 반면,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시각은 대부분이 지난 2월 당시의 3.75%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월과 같이 이번 회의에서도 금통위원 5명은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1명이 3.50%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며 “금통위원 중 많은 분이 금리인상 종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경로에 변수는 물가 경로와 미국의 긴축행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등이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감산 등으로 국제유가는 최근 오름세를 보였고, 중국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는 여름부터 타이트해진 수급여건의 영향을 받아 재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인상 가능성이 있는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시기와 인상폭 역시 하반기 이후 물가경로에 상방압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전망에는 산유국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 경기 둔화 정도, 공공 요금 인상의 시기와 폭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겪은 미국은 오는 5월 금리결정을 앞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71.7%(현지시간 10일 기준)로 반영하고 있다. 하루 전 71.2%에서 0.5%p 올랐다. 금리를 현 수준(4.75~5.00%)에서 동결할 가능성은 28.3%다. 연준이 금리를 25bp 추가로 올리면 한국(3.50%)과 미국(상단기준 5.25%)의 금리차는 현재의 150bp에서 175bp로 벌어지게 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 등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한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환율 수준과 관계없이 금리뿐 아니라 여러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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