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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View] 전세제도보다 전세자금 대출제도가 문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세자금 80~90%까지 대출, 갭투자 부추겨
임대보증금·전세자금 대출에도 DSR 적용… 투기꾼 악용 막아야
당정, '전세사기 특별법' 추진… 피해자 우선매수권·저리 융자

입력 2023-04-23 16:37
신문게재 2023-04-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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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의 주택수 1139채, 피해자 3명이 사망한 125억원대 ‘건축왕’ 주택수는 2700채, 무일푼으로 빌라를 사들여 사기를 친 ‘빌라의 신’ 1277채, 동탄 오피스텔 전세 사기 부부의 주택수 253채 등 지난해부터 닮은꼴 전세금 피해 사건이 하나둘씩 터지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많은 매물을 보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높아진 전세 자금을 활용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구입)’가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 사기 피해 사태가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주택 시장에서 전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전세 제도 존폐론은 주로 전세자금 대출 규제 논란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동탄 오피스텔 전세금 피해 사건의 임대인인 A씨 부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1억원 안팎의 동탄지역 오피스텔 253채를 차례로 매입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보유세 등 자신들에게 부과된 세금을 내지 못하게 됐고, 전세 만료 후 수개월이 지난 임차인들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그들이 살던 오피스텔이 경매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집값의 50~8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일정 기간 거주하는 방식의 전세 제도는 외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월세보다 안정적이고 집주인도 쉽게 목돈을 보유할 수 있어서 한국서는 긍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무분별한 갭투자를 이용한 전세 사기가 잇따르면서 일각에선 전세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세 제도는 임차인에게 절대 좋은 제도가 아니다. 아예 폐지해야 한다”, “건설사와 임대인, 은행에만 이용당하는 제도다”등의 전세 존폐론 관련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투자로 마음먹고 사기를 치려고 하면 지금처럼 전세사기가 가능한 제도적 허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적 구휼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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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갭투자를 가능하게 했던 전세 대출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세자금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받지 않고 있으며 전세금의 80~90%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전세금 상승으로 이어져 갭투자를 부추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특히 부동산 급등기에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은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 “전세자금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전세 제도를 바꾸게 되면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건설업계에서는 전세제도가 없어질 경우 분양 성적 악화로 아파트 분양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의 경우 임차인의 전 재산에 해당되는 큰 돈이 될 수 있어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면 실제 다른 대출을 받는 게 어려워 지는 등 서민들 생활이 더 힘들어 질 수 있는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세 사기가 발생했다고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전세 제도를 없애면 결국 월세가 오르면서 서민들 주거 환경이 더 열악해지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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