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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아이스크림으로 본 사랑의 유통기한은?

[이희승의 영화 보다 요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아이스크림
콘, 하드, 퍼먹는 사이즈 등 전세대를 사로잡는 '불멸의 맛' 찾아보니…

입력 2023-08-17 18:00
신문게재 2023-08-18 12면

8월의 크리스마스
필름인화를 빠르게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아이스크림으로 전하는 정원의 모습. 시대를 대변하는 정서가 2023년에도 통하는 걸 보면 영화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사진제공=한국영상투자개발)

 

‘이 영화에 나온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어디 것인가요?’ 최근 국내 최대 영화퀴즈방에는 이 같은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그 주인공은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다. 허진호 감독의 1998년작으로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한석규)과 그 사진관에 불법 주차 차량 사진의 인화를 맡기러 오는 불법주차 단속요원 다림(심은하)의 이야기다.


지금은 CCTV가 자동으로(?) 위반딱지를 집으로 보내주지만 1990년대만 해도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쳤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자주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 둘이 한조가 돼 불법주차된 차의 사진을 찍고 딱지를 뗐다. 지금처럼 현란한 LED 경고등을 단 차가 자동으로 녹음된 안내방송을 하는 식도 아니었다.



사실 남자는 시한부 삶을 산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동네 사진관을 2대째 운영하는 정원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다. 세상에 미련은 없지만 혼자 남겨질 아버지(신구)가 걱정일 뿐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죽음은 이상하리만치 담담하다. 어떤 병에 걸렸는지도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정원의 가족과 친구들은 되려 더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이별을 준비한다. 그의 시한부 삶을 조금이라도 함께 누리고자 아무도 울부짖지 않는다. 그저 울음을 삼키고 한번 더 눈을 보고 웃을 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1
당시 회고의 인기를 구가한 심은하, 한석규가 캐스팅 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한국영상투자개발)

 

그런 정원의 얼마남지 않은 삶에 불쑥 한 여자가 등장한다. 당시만 해도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때라 필름 카메라로 찍은 불법주차 차량 사진의 현상을 종종 정원의 사진관에 맡겼었던 다림. 이번엔 급히 사진을 뽑아야 한단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급진전되지는 않는다. 동네에서 오다가다 만나고 나무 밑에서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나눠 먹는다.

정확히는 일명 ‘하드’라 일컫는, 나무스틱이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는 얼음과자를 먹는다. 8월의 뜨거운 날씨 속에서 가장 달콤하고 간단하게 더위를 식히는 음식이기도 하다. 극 중 정원을 부르는 다림의 호칭은 “아저씨”다. “오빠”였다면 영화가 가진 정서는 도매급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나이차는 있지만 어른의 사랑을 하려는 서툰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유독 시비 거는 차주들이 많은 날 필름을 맡기러 온 다림에게 정원은 그저 선풍기의 방향을 바꿔줄 뿐이다. 대부분은 친근하게, 때론 새침하게 다가오는 다림에게 정원은 늘 한결같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도, 곁을 주지도,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살고 싶어졌음은 자명하다. 사실 둘은 간접 키스도 나눈 사이다. 가게에서 산 떠먹는 아이스크림 한통을 두 사람은 최대한 천천히 아껴먹었다. 차마 서로의 입에는 넣어주지 않았지만 침이 묻은 숟가락이 아무렇지 않다는 건 그만큼 친밀감도 쌓였다는 뜻이다.

 

메로나 비비빅
계절적인 측면이나 미학적으로나 최고의 브랜드 작명으로 손색없는 빙그레의 인기 품목. 메로나와 비비빅. (연합)

 

병세가 악화된 정원이 병원에 입원하고 다림은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릴 뿐이다. 원망을 담아 던진 돌멩이가 제 몫을 다하며 며칠째 문이 닫힌 사진관 유리를 깨버렸다. 마지막 기력을 차리고 사진관에 도착한 남자는 깨진 유리창을 치우며 다림의 편지를 발견한다. 숨겨왔던 감정을 꾹꾹 눌러 답장을 쓰지만 끝내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 영정사진을 찍는다. 시간이 흘러 그의 장례식 후 아버지는 다시 사진관을 운영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다림이 사진 입구에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한 여름의 짧은 열기만큼이나 치열했던 감정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유독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많다. 정원의 상태를 모르는 다림이 놀이공원에 함께 가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을 먹는 신이 나올 정도다. 아마도 곧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의 운명을 허진호 감독은 사랑의 유통기한으로 본 게 아닐까. 영화 제작 당시 전국의 사진관을 다 뒤졌지만 마땅한 장소가 나타나지 않았고 군산의 한 카페에서 아름드리 나무가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하고 그 곳을 사진관으로 개조했다.  ‘초원사진관’은 한석규가 유년시절 살았던 동네에 실제로 있었던 이름을 따왔으며 크랭크업 후 철거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컬리 푸드 페스타’를 찾은 시민들이 한 부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있는 시민들.(연합)

 

하지만 영화가 메가히트를 기록하며 복원, 이곳은 여전히 영화 팬들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에 ‘로마의 휴일’ 속 계단 아이스크림이 존재하듯 여기서도 아이스크림을 팔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지자체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는 이곳을 무료 개방하는 것으로 끝났다.

어쨌거나 여전히 국내 최대의 영화퀴즈방에서는 종종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아이스크림 브랜드에 대한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PPL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대에 촬영된 탓도 있지만 두 배우들이 먹는 아이스크림은 현재 판매되지 않거나 화면에 정확히 잡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드는 레몬 맛이라는 둥, 우유맛 빙과류라는 둥 설왕설래할 뿐이다. 썸을 타는 분위기에서 나눠먹었던 퍼먹는 아이스크림은 해태 ‘베스트원’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왔지만 아쉽게도 시판되지 않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해 유난히 아이스크림 판매가 늘었지만 물가 상승률은 10%가 넘었다. 지난달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가격을 인하한 라면, 빵, 과자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7월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는 118.99로 지난해 동월 대비 10.7% 상승했다. 빙과업체들이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요금 등의 인상을 이유로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K콘텐츠가 전세계를 점령하기 전 빙그레 메로나는 해외서 인기 폭발한 ‘K아이스크림’으로 불린다. 국내에는 하드 모양으로 출시됐지만 인기에 힘입어 일찌감치 홈사이즈의 퍼먹는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해외매출은 2018년 493억원에서 지난해 1042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올해도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국 역시 지난해 20여개국에서 올해 30여개국으로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19.8% 증가한 5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6월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 9.4%…상승폭 다시 확대
지난달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 폭이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서울 시내 아이스크림 판매점 모습(연합)

 

최근 광화문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만난 한 칠레 잼버리 대원은 “친구들에게 한국어로 된 메로나를 들고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면서 “사이즈는 작은데 가격이 높아 놀랐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데이터 기반 리서치 기업 메타서베이(MetaSurvey)의 아이스크림 선호도 조사(8월 7일~14일)를 보면 역시나 대세는 ‘구관이 명관’이다. 첫 번째로 ‘가장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빙그레 ‘투게더’가 5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가장 좋아하는 막대 아이스크림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응답으로는 ‘비비빅’이 28.5%, ‘돼지바’ 25.6%, ‘메로나’ 23.5%로 3파전 양상을 보였고 ‘스크류바’가 13.7%로 그 뒤를 이었다. 1974년생인 투게더와 1975년 출시한 국내 대표 통팥 아이스크림인 비비빅은 ‘할매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의 합성어) 인기품목으로 지난 몇 년간 MZ세대까지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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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아이스크림이 부담스럽다면? 과일·견과류 듬뿍 넣고 얼린 '요거트 바크' 만드는법

사실 아이스크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달달함의 대명사 누텔라를 먹기 전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라. 그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둘 다 엄청나게 달다. 요즘엔 요거트로 만드는 아이스크림 대체품이 큰 인기를 끈다. ‘요거트 바크’는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해 주는 걸로 알려진다.

①넓고 평평한 쟁반에 종이 호일을 깔고 그릭 요커트를 넉넉하게 부어 평평하게 얼린다. 꾸덕한 것 보다는 살짝 묽은 제형을 추천한다.

②그 위에 블루베리, 딸기, 바나나 등 먹고 싶은 과일과 견과류를 취향에 따라 부어준 뒤 하루 얼리면 된다.

③솔직히 예쁘게 담을 필요는 없다. 얼린 요거트판을 가나초콜릿이라고 생각하고 뚝뚝 부셔 입에 넣으면 끝.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걸 믿으면 안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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