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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5분의 1… '밸류업 공시' 한 달 성적표

[브릿지 리포트] 밸류업 공시 이끌 동력이 안 보인다

입력 2024-07-01 13:37
신문게재 2024-07-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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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반기 밸류업 공시 상장사 현황 (표=노재영 기자)

 

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주주와 투자자에게 알리기 위해 도입된 ‘밸류업 공시’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2685개 대상 상장사 가운데 참여한 곳은 8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시 참여율이 낮은 것은 세제혜택 등을 통한 유인책이 부족한데다 지배구조 개편에 시간이 걸리는 기업들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탓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벨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총 8개사로 집계됐다. 지난 28일 기준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가 2685곳임을 감안하면 전체 상장사의 0.29%에 불과한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한 것이다.

참여 기업을 살펴보면 코스피 시장에서는 키움증권과 콜마홀딩스 단 두 곳만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KB금융(4분기)과 DB하이텍(3분기), 우리금융지주(3분기)는 하반기 공시를 예고했다. 코스닥에서는 에프앤가이드가 밸류업 공시를 했고, HK이노엔(4분기)과 콜마비앤에이치(내년 1분기)는 공시 예고만 한 상태다.

밸류업 공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27일부터 시행됐다. 기업이 스스로의 실적과 업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도달하게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게 목적이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에프앤가이드의 경우는 5년 중장기 목표를 설정했고 자기자본비율(ROE) 18%, 최소 배당성향 26%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처럼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적은 것은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 참여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8곳 가운데 3곳이 금융투자업종인데, 이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다른 민간 기업에 비해 금융당국의 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 곳들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눈치를 크게 볼 필요가 없는 기업은 공시가 자율에 맡겨진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업은 밸류업 포트폴리오와 공시가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참여할 수 있지만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망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등은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어 중장기적으로 봐야 하는데 일본 사례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제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상 오너 일가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부분이 선결 과제”라면서 “이달 발표될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세나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관련 논의를 통해 세금이 낮아지면 밸류업 공시 활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하지만 개정안이 마련되더라도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연내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12월에 있을 밸류업 지수 편입을 목표로 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맞춰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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