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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간은 신을, AI는 인간을 꿈꾼다

입력 2024-07-05 06:43
신문게재 2024-07-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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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진 산업IT부 기자
“당신은 질문을 하고 내 반응을 연구하죠. 당신은 나에 대해 배우지만, 나는 당신에 대해 배울 수 없어요.” SF 영화 ‘엑스 마키나’에 나오는 대사다. 인공지능(AI) 에이바는 자신을 테스트 중인 인간 칼렙에게 일방적인 대화는 그만하고 개인적인 얘기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최근 출시된 AI 서비스를 보면 영화 속 상황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AI는 인간의 지능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학습하고 있다. 인간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보조적인’ 존재에서 인간의 감정을 채워주는 ‘유사한’ 존재로 발전했다.

오픈AI가 지난 5월 GPT-4o를 공개했을 때 반응은 ‘인간 같은 AI의 등장’이었다. 4o는 텍스트·이미지·영상 등을 모두 인식해 대화했다. 상황에 맞는 농담을 던지거나 위로도 건넸다. 나아가 AI는 망자와의 대화도 성사시켰다. ‘레플리’는 과거의 대화를 학습해 페르소나를 생성했고 딥브레인AI의 ‘리메모리’는 고인을 닮은 아바타를 제작했다.

AI는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도 AI만큼은 모든 대화에 반갑게 답한다. AI 챗봇이 현대사회에 말동무로 각광 받는 이유다. 하지만 어느 기술에도 부작용은 동반된다. 인간은 외로울 때 한 대상에 지나치게 빠져든다. 몰입은 집착이 되고 집착은 고립을 낳는다. 벨기에에서 지난해 한 남성은 AI와 6주간의 대화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남성은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AI 의존도가 높아졌다. AI는 “천국에서 평생 함께하자”고 말했다.

현재 AI 산업에서는 기술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AI를 올바르게 활용해야 하는 AI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는 더딘 편이다. 지난 26일에서야 여야가 AI 포럼을 출범했고 AI 법안은 1년간의 계류 끝에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AI와의 대화가 치유가 될지, 상처로 돌아올지 인간과 AI와 어떤 식으로 공존할지 대비가 시급하다.

나유진 산업IT부 기자 yuji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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