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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다소 뻔한? 그래서 재밌는!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Culture Board]

입력 2024-08-07 18:00
신문게재 2024-08-08 11면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

 

1930년대 통속 여류소설가 김말봉의 생애와 작품을 담은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8월 10일 인천서구 청라복합문화센터 청라블루노바홀, 8월 18~25일 명동예술극장, 8월 31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 9월 4일 광주광역시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가 전국투어에 나선다.

정안나 연출이 이끄는 극단 수수파보리 작품으로 2022년 대학로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초연된 후 2023년 재연됐다. 공연과 이론 작품상,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연출부문 등을 수상했고 지난 6월에는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포스터 -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인천)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포스터(사진제공=수수파보리)

이번 전국투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4지역맞춤형중소규모콘텐츠유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예술 활성화를 위한 행보다. 

 

김말봉은 남성 중심으로 근현대 문화예술사가 쓰여지던 일제강점기 ‘밀림’ ‘찔레꽃’ ‘망명녀’ ‘고행’ ‘화려한 지옥’ 등으로 사랑받았던 작가다.

 

스스로를 ‘통속소설가’로 칭했던 그는 황해도 재령의 명신학교 교원, 중외일보 기자 등으로 근무하다 1932년 보옥(步玉)이라는 필명으로 쓴 단편소설 ‘망명녀’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고행’ ‘편지’에 이어 ‘밀림’ ‘찔레꽃’을 각각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통속소설가로 사랑받았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그의 생애와 작품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을 만담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바람난 남편을 코믹하게 풀어낸 ‘고행’은 남성 중심의, 여성의 희생과 인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를 향한 발차기처럼 보인다. 

 

그의 대표작인 ‘찔레꽃’은 가난하지만 청순하고 아름다운 정순이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입주 가정교사로 부잣집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시탐탐 정순을 노리는 음흉한 눈길의 주인 할아버지, 인연이라 굳게 믿었던 약혼자 민수, 주인 집의 장남 경구와 딸 경애 등이 정순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여전히 사랑받는 K막장의 원조격이다..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생 오채옥과 황영빈, 그의 연인 백송희의 비극을 담은 ‘화려한 지옥’은 여성들의 연대, 공창제(1916년부터 1948년까지 일본에 의해 식민지 조선에서 실시된 성매매 관리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제시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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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극 중 극으로 소개되는 세 작품과 더불어 “순수귀신을 버리라!” “대중을 위한 작품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 일갈하던 김말봉의 예술관을 살려 당시의 다양한 대중문화예술 요소들로 꾸린다.  

 

당시를 풍미했던 변사를 모티프로 한 만담꾼과 해설자가 등장하고 인형을 활용하는가 하면 음악그룹 더 튠(이성순, 고현경, 이유진, 송한얼)이 1930년대 대중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격동의 시대를 관통했던 유행가 신민요를 비롯해 동요, 만요(코믹송), 가요 등으로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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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

 

연극 ‘햄릿’ ‘라스트세션’ ‘오펀스’ ‘두 교황’ ‘올드 위키드 송’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과 드라마 ‘닥터 차정숙’ ‘천원짜리 변호사’ ‘블랙의 신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의 남명렬을 비롯해 김말봉 역의 이한희, 해설자 김정우, 김하진 그리고 각 작품 별로 다른 역할을 소화하는 문경희, 신정은, 이진철, 임윤호, 이태희, 김단경 등이 출연한다.

고단했던 시대를 민중들과 더불어 관통한 음악들, 맛깔 나는 배우들의 연기, 남성 중심의 식민지 시대를 ‘통속’으로 주름잡았던 김말봉과 그의 파격적인, 지금까지 사랑받는 K막장 드라마의 원조는 뻔하지만 그래서 여전히 흥미롭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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