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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논란, 이사 충실의무 오해서 비롯…소송 남발만 부추겨"

입력 2024-08-22 09:30
신문게재 2024-08-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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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나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등은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고, 자칫 이사에 대한 소송남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한국기업법학회 등이 함께 개최한 ‘2024년 하계 공동학술대회’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론의 허구성’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최준선 교수는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회사 외에 주주까지 포함)하는 상법개정안이 소액주주를 현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란 ‘이사 개인의 이익과 회사 이익 간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발생할 때, 회사로부터 위임계약을 맺은 이사는 회사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인데, 일부에서는 이를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도외시 한채 회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의무’인 것처럼 호도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법 개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현재 이사들이 회사에 충성하는 만큼 주주들에게도 충실할 수 있도록 현행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와 회사를 나란히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현행 회사법이 주주자본주의 원칙 하에서 주주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가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은 곧 주주 전체를 위하는 것”이라면서, “일부에서 이사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해야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소액주주 권한이 강화된다는 주장은 회사법의 ‘이사 충실의무’ 개념 자체를 오해했다”고도 했다.

최준선 교수는 상법 개정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남발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 회사법 학계는 이사가 회사에 대해 신인의무(수탁자가 위탁자의 최대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할 의무)를 이행하면 전체주주에 대해서도 신인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그런데 주로 경영학자들이 주장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와는 별개로, 주주에게 별도의 충실의무를 요구한다.

최 교수는 “이 때문에 회사 경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주들이 이 조항을 근거로 이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의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강제조항으로 넣는 것에 대해서도 염려했다.

이사의 어떤 경영판단 결과로 지배주주가 큰 이익을 얻고 나머지 주주들 이익은 매우 적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상법 개정론자들은 이런 이익 불균등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비례적 이익보호 의무’ 를 상법에 강제조항으로 넣겠다는 것인데, 이런 시도는 문제 해결의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행 주식회사 시스템상으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최준선 교수는 “지배주주에 유리한 ‘비례적이지 않은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시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며, 현행 상법에는 이런 이사회의 결정을 무효화하거나 취소시킬 수 있는 소수주주 권한들이 이미 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최 교수는 독일 주식법처럼 ‘경영판단원칙’을 상법에 명문화해야 하고, 주주 간 불균등한 이익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상법에 이미 해결책이 있는 만큼 상법 개정이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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