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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정보-행동 역설

입력 2024-09-01 13:12
신문게재 2024-09-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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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기업경영에서 불확실성은 관리하기 어려운 위협요인 중 하나다. 20세기 유명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77년 출판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현대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 정의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모든 인간과 기업은 안정적인 환경을 갈구한다.



불확실성이 클 때 전략적 방향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그 데이터 속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기기의 실시간 추적으로 인해 생성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단기 행동을 훨씬 더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현재를 최적화하며 고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빅데이터가 미래지향적 사고, 상상력, 전략적 사고를 방해한다. 이 같은 현상을 ‘정보-행동 역설’(information-action Paradox)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데이터를 무시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에서 데이터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 데이터는 집중과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며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플랫폼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고객 통찰력, 재무 분석, 운영 성과 등의 데이터는 대체로 과거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과거의 광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패턴을 찾고 예측을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온전히 대변하지는 못한다.

이에 여전히 비전과 상상력을 갖춘 리더십을 발휘할 인간이 필요하다. 미국 투자 회사 인사이트의 대표인 스콧 D. 앤서니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리더는 의도적으로 방황하면서 불확실성 극복과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콧은 변화의 조기경고 신호를 찾기 위해 고객만족도, 영업이익, 매출액과 같은 후행지표에서 순추천고객지수(eNPS)와 같은 선행지표에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행지표는 과거의 고객 행동이 기반인 반면 선행지표는 미래의 문제나 기회를 가리킨다. 판매량을 기반으로 한 과거 데이터가 미래의 판매량을 담보하지 않는다. 데이터 기반의 예측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도 한다. 시장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널리 제공될수록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기회와 위협을 보고 이에 대응한다. 때문에 경영진은 과거 데이터에 얽매이기 보다는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비정형화된 고객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경쟁자 분석, 과거의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이런 출발은 매력적인 매출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데이터에서 그런 내용이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경쟁자도 본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연상적 사고다. 메릴린치의 창업자 찰스 메릴는 연상적 사고를 발휘해 은행과 슈퍼마켓을 연결해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과거 소수 부유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였던 은행을 대다수 사람들이 손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슈퍼마켓과 연결해 데이터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쟁자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냈다. 그 출발은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약한 분야를 찾아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었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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