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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 놓인 중소 이커머스…'정산기한 단축' 부작용 우려

초기 투자에 적자 구조 놓인 중소 이커머스 '자금 융통' 악화
'혁신' 할 여유 자금 부족해 경쟁력 약화 가능성도 제기

입력 2024-09-06 06:00
신문게재 2024-09-06 10면

쇼핑몰 알렛츠 영업종료…판매자·소비자
지난달 31자로 영업을 종료한 가구·가전 제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 사무실 모습.(연합)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여파로 중소 이커머스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중인 ‘정산기한 단축’이 적용되면 줄도산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중소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16일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하던 플랫폼 ‘알렛츠’가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영업을 종료했고 사자마켓을 비롯해 NHN위투가 운영하는 쇼핑몰 4개도 이달 30일에 문을 닫는다. 다음 달 4일에는 패션 플랫폼 한스타일이 사업 철수를 예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산기한마저 단축되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존폐 기로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게 플랫폼 업계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커머스 업체의 ‘단축 정산 기한 규정’을 도입하고 법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기한을 15일 이내로 대폭 단축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정산기한 단축이 중소이커머스에 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과도한 정산기한 단축은 다양한 정산방식 제공이 어렵게 돼 일일 정산 및 송금에 따른 비용부담이 급격하게 증가될 것”이라며 “새로운 정산 시스템 개발 및 운용 비용을 증가시켜 중소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자금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초기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중소 이커머스들은 초기 성장단계에는 투자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사업을 하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커머스 사업모델(BM)에 있어서는 탄탄한 재무구조보다는 시장 선점이 성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업계 1위인 쿠팡이 지난 몇년간 어마어마한 적자에도 물류 시스템과 가격 할인, 로켓 배송에 공을 들이며 막대한 돈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커머스 사업모델 자체가 이렇다보니 현재 쿠팡과 오아시스마켓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적자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정산기한 단축’이 현실화 될 경우, 제 2의, 제 3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긴 정산주기를 활용해 판매 대금과 회사 운영비를 활용해 왔기 때문에 이를 획일적으로 단축하면,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대규모유통법에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은 60일, 위수탁은 4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플랫폼의 경우 그 정도는 기한은 가지고 가야 한다”며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자금 융통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네이버처럼 하루 만에 정산대금을 지급하라고 하면 중소 플랫폼들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자금 여유를 가지게 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정산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면 대기업 중심으로는 앞당기되, 성장 단계에 있는 중소 플랫폼은 유예하는 등 차등적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티메프 사태의 본질적 해결책은 ‘정산주기’가 아니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은 “전자금융법 42조와 전자금융감독규정 62조에 따라 전자상거래업체는 관련 업무와 실적을 정기적으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사실상 이 기능이 작동이 안됐었다”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을 넣는 것이 제 2의 티메프 사태를 예방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sy12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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