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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빚' 주거불안 악순환… "집, 꼭 사야하나?"

입력 2015-04-16 16:57

최근 주택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많은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수요자들의 주거불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전세난의 영향으로 기존 전세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부 월세 또는 월셋집으로 들어가고, 다달이 지출되는 주거비용에 부담을 느껴 청약시장으로 밀려나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자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높이고 있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예비 청약자들의 대출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주거불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국토교통부의 ‘201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전·월세가구 중 월세가구 비율은 지난 2012년(50.5%) 보다 4.5%포인트 오른 55.0%로 늘어났다. 

 

임대차 가구의 가구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도 2012년(19.8%)에 비해 0.5%포인트 오른 20.3%를 기록했다. 월세가구가 한 집에서 사는 기간을 나타내는 평균거주기간은 2012년 4.3년에서 0.8년 감소한 3.5년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주택구입 여력이 되지 않아 집을 빌려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집 없는 설움’에 못 이겨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잇달아 내놓은 매매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집 사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영향이 크다.

이런 환경 속에서 결국 주택을 구입했지만 수요자들의 앞에 가계부채라는 큰 부담이 닥친 것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제는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대가 지났다”라면서 “대부분 지역에 분양되는 단지에서 시세차익을 얻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규모를 늘려 집을 사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안고 가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지금은 낮은 금리와 청약자격 완화로 집 사는 것이 쉬워졌지만 어느날 갑자기 금리가 오르는 상황을 맞게 된다면 이 같은 방식으로 집을 산 수요자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집을 살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더라도 주택구입에 대한 최종 결정은 수요자의 몫”이라면서 “수요자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나 향후 발생할 금융비용 등을 따져 주택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것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주거불안 악순환 연결고리가 생겨난 것은 부동산 자산을 특히 중시하는 우리 정서의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가구주 연령계층별 자산 및 부채현황’ 조사에서 이러한 모습이 증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 60세 이상 국민의 총 자산 중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88.7%에 달했다. 

 

50~59세는 81.6%, 40~49세는 71.9%, 최근 주요 수요층인 30~39세도 62.3%를 보였다. 해외 선진국들의 수치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국민 평균 부동산 자산의 비율은 같은 기간 29.3%를 보였다. 일본도 39.9%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시대가 지날수록 부동산 자산 비율이 줄어들고 있지만, 빠른 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현재의 주택수요층들은 과거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 구매를 통해 재산을 축적한 사례를 목격했기에 당장 부동산 자산의 비율을 낮추는 움직임을 보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부동산 자산 비율이 낮은 선진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가치 폭락 사태를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비율이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에서 다시 한번 거품이 걷히는 때가 온다면 내수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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