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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발목 잡은 엘리엇… 장기 소송전 벌일 듯

입력 2015-06-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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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서초사옥 모습.(연합)

 

브릿지경제 김민주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처음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를 할 때만 하더라도 시세차익을 노리는, 즉 주가를 올린 후 차익을 얻고 빠져나가는 ‘먹튀’로만 바라봤다. 그러나 9일 서울중앙지법에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단순히 차익만 얻고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즉 삼성과 엘리엇 간 공방전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엘리엇은 이번 가처분 신청 외에도 △외국인 주주 결집 후 주총 표 대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착수 △삼성물산 경영진 상대 소송 제기 등을 상황에 맞춰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단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 전에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엘리엇은 현재 들고 있는 7.12% 지분만 갖고 삼성물산 주총에 참석하게 된다. 자본시장법상 냉각 규정에 따라 5거래일이 되는 11일까지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엘리엇이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다음달 합병을 위한 삼성물산 주총에서 3분의 1 이상의 반대표를 모아야 한다. 이에 최근 지분율이 33.75%까지 늘어난 외국인들을 포섭해 표 대결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이 펀드를 운영하는 기관이나 연기금인만큼 전세계 주요 기업 주총 안건을 분석해 대형 기관투자가에 찬·반 의견을 제시하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관전 포인트로 올랐다. 엘리엇의 입김에 ISS 보고서까지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나온다면 외국인 의결권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 주주들이 엘리엇 우호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지만 주주마다 셈법이 다를 수 있어 이 역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의 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행사가인 5만7234원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도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를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현 주가에 비해 낮은 수준의 주식매수청구를 굳이 행사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총에서 엘리엇이 패배하면 합병비율 산정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국내는 물론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대상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한 분쟁해결 제도로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보장협정(BIT) 체결 내용에 포함돼 국내법보다 우선한다.

특히 합병비율 산정 기준이 자산 기준으로 돼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국내에선 주가 기준으로 돼 있는 자본시장법을 문제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 내부 지분이 취약한 계열사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주총에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과시키면 주가가 크게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상승효과를 포함해 그동안 저평가됐던 부분이 해소될 것이기 때문에 주가는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합병이 실패하면 주가가 합병 발표 이전으로 원상 복귀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엘리엇이 두 회사 합병을 진짜 반대하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라며 “엘리엇도 삼성물산의 투자자인 만큼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지는 게 반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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