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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천적? UFC 헤비급은 전국시대

입력 2016-05-27 08:05

미오치치 & 오브레임
현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와 도전자 알리스타 오브레임. 사진 = UFC
벨라스케즈
전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 사진 = UFC
정상급 선수들끼리의 대결에서는 상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UFC를 비롯한 격투기 세계에서 상성이란, A라는 선수의 스타일이 B라는 선수의 스타일과 유독 맞지 않고, B라는 선수의 스타일은 유독 C라는 선수의 파이팅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천적 관계다.

기량 차이가 크다면 상성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승부에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무하마드 알리가 마지막 전성기를 달리던 당시 헤비급 복싱 최강자 대결 구도는 그러한 상성이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했다.

알리는 예술에 가까운 아웃복싱을 선보였다. 장신이면서도 빠른 동체시력, 기민한 스탭, 부드러운 움직임을 동시에 갖췄던 그는 경기 내내 자신의 거리와 타이밍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녹였다.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면 상체를 뒤로 제치는 기술로 피하고 카운터를 가하는 것은 그를 대표하는 그림 중 하나였다.

조 프레이저는 알리의 라이벌로 불렸다. 기량이나 업적에서는 알리에 비해 살짝 모자랐지만 일단 둘이 붙게 되면 혈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웃복서의 주 패턴은 치고 빠지기다. 일단 정타를 맞추고나면 같이 치고받기보다는 얼른 뒤로 빠지며 기본적인 포인트 우위를 가져간다. 이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급해진 상대는 무리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아웃복서는 외려 그러한 성향을 이용해 자신의 페이스로 점수를 더 따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 인파이터 프레이저는 알리의 공간을 누구보다도 잘 뚫어냈다. 가드를 굳히고 허리와 어깨를 낮춘 자세에서 상체 움직임으로 잽을 피하며 근거리로 들어갔다. 알리라 해도 빠르고 묵직한 펀치를 갖춘 인파이터에게 근거리를 허용하게되면 난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프레이저는 전형적 슬러거인 조지 포먼에게 호된 맛을 봤다. 프레이저가 거리를 좁히려 압박하면 아웃복서 알리는 뒤로 빠진다.

반면 포먼같은 슬러거는 제자리에서 중심을 잡고 들어오는 인파이터를 그대로 받아친다. 아무래도 움직이면서 파고드는 쪽보다는 먼저 자세가 잡힌 채 펀치를 하는 쪽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알리는 포먼같은 슬러거와 결코 치고받지 않는다. 슬러거의 강펀치가 터질 수 있는 거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스탭을 살려 공간을 빠져나간다.

본래 아웃복서가 더 빠른 경우가 대부분이기도하거니와 중심이 낮은 슬러거의 특성상 스피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포먼과 싸울 당시의 알리는 전성기가 지난 노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아웃파이팅에 ‘로프 어 도프’라는 특유의 전략까지 들고 나오며 기적 같은 승리를 이뤄냈다.

이렇듯 정상급 파이터들끼리의 대결에서 상성은 전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현재의 UFC 헤비급 역시 그러한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탄탄한 레슬링과 무한체력을 앞세운 케인 벨라스케즈(34,미국)의 독주가 이어지는가 싶었지만 주짓수와 무에타이 조합을 앞세운 파브리시오 베우둠(39,브라질)이 이를 끊어냈다.

그러한 베우둠 역시 최근 스티페 미오치치(34,미국)에게 당했다. 사이즈가 대등한 상태에서 더 빠르고 스탠딩 테크닉에서 앞선 미오치치의 위력이 빛났다.

하지만 베우둠이 당한 것처럼 미오치치 역시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2,브라질), 알리스타 오브레임(36,네덜란드)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들 역시 만만치 않은 사이즈에 타격 능력 역시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킥 테크닉이 좋은 오브레임은 상성 면에서도 난적으로 예상된다.

UFC 헤비급 구도가 물고물리는 상황이 될수록 팬들은 더욱 흥미진진함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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