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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베우둠, UFC의 어설픈 악역으로 변신?

입력 2016-09-12 09:46

MMA UFC 203 <YONHAP NO-1632> (AP)
여유있는 캐릭터를 유지해 오던 베우둠이 브라운과의 경기에서 상식 밖의 행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전 UFC 헤비급 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39,브라질)은 여유 넘치는 캐릭터로 유명하다. 평소에도 싱글싱글 잘 웃고 경기에 임해서도 상대의 맹공에 여유 있게 대처를 잘한다.



헤비급 최고 주짓떼로라는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2000년대 들어 MMA를 제외한 주짓수, 레슬링 등 그래플링 대회에서 무려 19차례나 우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최고의 테크니션이면서 신체조건은 물론 굉장한 악력까지 지녀 종합 무대에서는 상대를 막론하고 그와 그라운드 싸움을 피한다.

엘리트 레슬러 출신은 물론 같은 주짓수 블랙벨트조차 잠깐의 몸싸움 후 화들짝 놀라 스탠딩으로 탈출할 정도다. 현역 선수 중 누구도 베우둠과 대놓고 그래플링 공방전을 벌일 파이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베우둠은 다운을 당한 상태에서도 느긋하게 누워서 상대를 향해 손짓하는 등 특유의 여유 있는 파이팅스타일을 지켜왔다.

베우둠에게 지난 5월 브라질 쿠리치바서 있었던 스티페 미오치치(34,미국)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이전 경기에서 베우둠은 헤비급 최강자로 불리던 케인 벨라스케즈(34,미국)를 완파하는 업적을 세웠다. 과거 원조 세계 최강자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0,러시아)까지 잡아 그 의미가 남달랐다. ‘70억분의 1’로 불리던 두 명을 모두 이긴 것이다.

그럼에도 베우둠에게는 쉬이 새로운 ‘인류 최강자’라는 호칭이 붙지 않았다. 강한 것은 분명했지만 캐릭터적인 면에서 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좀 더 승리를 추가해 최강이라는 이미지를 굳힐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첫판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미오치치는 철저히 베우둠전을 대비하고 나왔다. 펀치 위주로 나가던 그동안과 달리 베우둠이 킥을 차면 그대로 돌려주고 거리를 잘 잡은 채 적절한 테이크다운 방어를 통해 승부를 스탠딩 싸움으로 몰고나갔다. 베우둠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평소와 달리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고 그 과정에서 카운터펀치를 맞고 무너지고 말았다.

절치부심한 베우둠은 11일(한국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 론즈 아레나에서 있었던 UFC 203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장신(2m) 타격가 트레비스 브라운(33,미국)을 맞아 공이 울리기 무섭게 날려차기를 시도하는가하면 몸을 거꾸로 뒤집어 내리찍듯 킥을 내고 백스핀 블로우에 뒤돌려차기까지 크고 화려한 기술을 연달아 시도했다. 더욱 공격적이고 화려하게 바뀌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문제는 이후의 행보였다. 너무 조급하게 공격을 감행해 평소보다도 경기력이 더 좋지 않았지만 양선수의 기량차가 존재해 무난하게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경기 중 스톱을 요구하던 브라운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펀치를 먹이는가하면 경기 후 상대쪽 코치를 발로 밀어내듯 차는 등 돌발행동을 통해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상황에 따라 커리어 내내 흠이 될 만한 행동이었다.

물론 경기 중 브라운을 향한 펀치에는 문제가 없었다. 브라운의 손가락 부상은 경기 중 일어난 일이고 이런 일로 플레이를 멈추고 심판을 부른 자체는 잘못됐다. 손가락 부상을 당한 것은 안타깝지만 경기 중 일부라 선수 스스로가 멈출 자격은 없다. 경고나 감점을 먹었어도 할 말이 없었다.

만약 그런 식이면 과거 정찬성이 조제 알도와의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어깨가 탈구되었을 때도 브라운이 그랬던 것처럼 동작을 멈추고 심판을 불렀으면 될 일이었다.

심판 역시 정식으로 플레이를 스톱시키지 않았다. 지켜보고 있다가 무방비 상태의 브라운을 때린 것은 다소 얄미울 수 있지만 베우둠은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다만 홈팬들의 눈에 밉상으로 보였을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경기 후 있었던 브라운측 에드먼드 타베르디안 코치와 말싸움을 하다가 있었던 발차기 사건이다. 인터뷰 장에서 베우둠은 타베르디안 코치가 어머니를 욕해서 분노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베우둠은 발차기만큼은 자제해야했다. 그렇지 않아도 적지에서 야유를 받고 있었는데 예상키 힘든 돌발 행동을 했다는 것은 UFC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자신을 아끼는 팬들을 실망시킬만한 태도였다. 화는 나겠지만 경기 후 항의를 하거나 다른 적절한 조치도 많았다. 상대편 코치를 공격하는 행위는 각본에 의해 짜여진 프로레슬링에서나 봄직한 행동이다.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고 다음 경기에서 구설수에 오르는 등 현재의 베우둠은 이래저래 사면초가 몰려있는 분위기다. 마음은 급하겠으나 제대로 된 도약을 위해서 다시금 여유 있던 옛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설픈 악역은 베우둠과 어울리지 않는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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