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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스완슨 진흙탕 싸움에 진 최두호, 문제는 ‘옵션2’

입력 2016-12-12 09:33

UFC 206 Mixed Martial Arts <YONHAP NO-1768> (AP)
최두호가 스완슨에게 패한 이유 가운데 다양한 공격 루트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
부산 팀매드는 명실상부한 UFC 코리안 세력의 중심이다.



UFC 최초 진출에 빛나는 김동현(35)과 국내 유일 UFC 코리안 여전사 함서희(29)를 비롯해 최두호(25), 김동현(27)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팀매드는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는 MMA명문체육관 중 한 곳이다. 최두호도 UFC에서의 원활한 행보를 위해 팀매드로 이적했을 정도다. 범위를 넓혀 해외 명문체육관과 비교하면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경기를 가졌던 함서희, 최두호의 게임을 보면 전략·전술적인 부분에서의 아쉬움이 크다.

함서희는 지난달 27일(한국 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서 벌어진 <UFC FIGHT NIGHT 101>에서 다니엘 테일러(26,미국)와 경기를 가졌다. 자신보다 큰 선수들과 가졌던 이전경기들에 비해 테일러는 신장이 더 작아 팀매드의 전략이 궁금했다.

함서희 측은 오소독스인 테일러에게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민 자세로 압박하는 공략법을 택했다. 테일러에게 거리에 대한 부담을 주는 한편 치고 들어오는 것에 맞춰 뒷손공격으로 카운터를 노렸다.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함서희의 이 같은 패턴에 테일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1라운드 내내 뒷걸음질 치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문제는 2라운드부터다. 상대 측에서는 백스텝을 밟아서는 답이 없다고 판단, 역으로 먼저 치고 들어가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테일러의 탄력적인 움직임과 묵직한 펀치를 믿었기 때문이다.

1라운드와 달리 테일러가 적극적으로 먼저 들어오자 함서희는 당황했다. 준비한 플랜이 헝클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난타전 상황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작게나마 가지고 있었던 신장의 이점은 사라지고 인파이팅에 능한 테일러에게 유리하게 분위기가 흘렀다.

아쉬웠던 것은 함서희 측 대응이다. 현대 MMA는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전략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엇비슷한 수준의 선수끼리 공방전을 벌일 때는 서로의 스타일을 분석해 허를 찌르는 전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라운드에서 고전한 테일러 측 변화를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함서희 측에서는 3라운드 내내 어떠한 변화도 주지 못했다. 경기 전 전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옵션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플랜이 통하지 않거나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했어야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최두호 경기에서도 답답했다. 최두호는 11일(한국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에어 캐나다 센터에서 벌어진 <UFC 206>에서 페더급 랭킹 4위 컵 스완슨(32,미국)과 격돌했다.

팀매드 측은 훅이 주무기인 스완슨에 맞춰 최두호의 장점인 스트레이트를 살리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왔다. 함서희 때와 마찬가지로 1라운드에서는 정타도 더 많이 맞추고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그러나 2라운드 들어서자 아쉬웠던 부분이 되풀이됐다.

스완슨 측에서는 깔끔한 타격전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적극적인 인파이팅으로 진흙탕 싸움을 주문했다. 적극적으로 치고 들어와 타격을 주고받는 난타전 양상을 띠게 됐다. 평소 플랜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분위기가 흐르자 최두호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최두호 역시 맷집과 근성이 좋아 3라운드까지 화끈하게 치고받는 경기가 이어졌지만, 그러한 방식은 스완슨의 영역이었다. 경기 결과 또한 스완슨의 판정승이었다. 최두호의 장점만 살릴 줄 알았지 스완슨의 진흙탕싸움에 대한 수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함서희 때처럼 상대가 전술을 바꿨을 때의 대처가 전혀 되지 않았다.

킥 사용법 역시 마찬가지다. 함서희·최두호는 평소와 달리 해당 경기 1라운드에서는 펀치와 함께 적절하게 킥을 섞으며 잘 풀어나갔다. 하지만 상황이 불리해진 2라운드부터는 킥이 거의 없었다. 킥이 필요한 상황에서 킥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두호가 이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코치진의 리드나 주문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황 변화에 따른 제2의 옵션을 경기 전 갈고 닦고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경기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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