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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마리 퀴리’ 박영수의 지금과 꿈, 사람들 그리고 더 소중해진 무대와 관객들

입력 2020-09-11 18:00

박영수
뮤지컬 ‘마리 퀴리’ 박영수(사진=이철준 기자)

 

“마리는 정말 힘든 역할이에요. 그런 역할을 (김소향·옥주현) 누나들은 즐기는 것 같아요. 물론 옆에서 바라보는 저의 입장과 실제 누나들의 내면은 다르겠죠. 분명 힘들텐데도 잘해내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저도 힘든 작품을 많이 해봤어요. 특히 ‘윤동주, 달을 쏘다’를 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즐기질 못했거든요. 저를 돌아보게 됐죠.”



뮤지컬 ‘마리 퀴리’(9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피에르 퀴리(박영수·임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박영수는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의 김소향·옥주현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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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를 연기하는 김소향(위)과 옥주현(사진제공=라이브)

뮤지컬 ‘마리 퀴리’는 두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마리와 폴란드 출신의 라듐시계공장 언다크 직공 안느(김히어라·이봄소리), 마리의 동료 과학자이자 남편 피에르, 언다크 사장 루벤(김찬호·양승리) 등이 라듐의 유익성과 유해성을 두고 갈등하고 공감하는 여정을 따른다.


 

◇‘멋있다!’ 김소향과 옥주현의 마리, 김히어라와 이봄소리의 안느


“(김)소향 누나는 정말 아득바득 열심히 살아온 모습이 보이는 마리예요. 그래서 혼자 두고 가는 게 너무 마음 아파요. 실제 마리 퀴리처럼 (피에르가 죽고 나서) 과학하는 사람을 만나는 걸 응원해줄 수 있는 피에르의 마음이 돼요.”

김소향의 마리에 대해 이렇게 전한 박영수는 “내가 옆에 없다면 또 다른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모습이 너무 보여서 눈물이 많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옥)주현 누나는 진심이, 마음의 떨림이 너무 많이 느껴지는 마리예요. 공연하는 모습만 보다가 무대 위에서 호흡을 해보니 진심이 막 느껴져서 또 울게 돼요. ‘마리 퀴리’로 처음 만났는데 문득 문득 놀라는 부분들이 자꾸 생겨요.”

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초연부터 안느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히어라에 대해서는 “2년 전 안느보다 탄탄해졌고 배우로서도 많이 성장한 걸 보면서 ‘멋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봄소리는 어려서부터 봐왔는데 너무 잘하고 성장하는 걸 보면 또 ‘멋있다’고 생각해요. 공연계에 멋있는 여배우들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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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퀴리’ 박영수(사진=이철준 기자)

 

“고향 부산을 떠나오면서 늘 함께 하던 친구들이 아닌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걸 처음 경험하게 됐어요. 혼자 낯선 공간에서 누군가와 친해지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죠.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건 무게처럼 느껴져요.”

그는 “성격 자체가 낯을 가리고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 아닌데다 한번 친해지면 늘 함께 해야하다 보니 저에겐 너무 큰 부담”이라고 말을 보탰다.

“게다가 당시에는 스스로 실력이 없다고 생각 했기 때문에 해야할 게 너무 많았거든요. 준비해야할 것도, 연습할 것도 너무 많아서 마음을 주는 자체가 정말 쉽지 않았어요. 시간이 좀 걸려서 계속 같이 하자고 한 친구들에게는 정말 신경을 많이 쓰게 돼요. 최근에는 ‘하경’이라는 친구에게 신경을 쓰고 있어요.”

얼마 전 제대해 다음 행보를 준비 중인 하경에 대해 박영수는 “요즘도 따로 연락을 하고 있다. 많이 동생이고 학교 후배인데도 오히려 절 챙겨준다”며 “너무 고마워 마음이 가는 친구”라고 털어놓았다.


◇차기작 ‘듀엣’, 다시 만나고 싶은 ‘랭보’ 그리고 잘 나이 들어가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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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퀴리’ 박영수(사진=이철준 기자)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는 힐링이 되는, 빠져들어 심취해서 할 수 있는 공연이었어요. ‘마리 퀴리’는 무대 위에서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멋있다’ 느끼는 공연이라면 ‘미아 파밀리아’는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공연 중 하나죠.”

지난달 말 마무리한 최근작 ‘미아 파밀리아’에서는 ‘마리 퀴리’ 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장민수와도 호흡을 맞췄다. 그는 “(장)민수 뿐 아니라 막내페어(황민수·장민수·문경초)가 다들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라며 “저희들끼리는 ‘이 페어 참 잘 뽑았다’고들 했다”고 전했다.

“저희끼리 연말 모임도 할 정도로 ‘미아 파밀리아’ 팀들이 되게 분위기가 좋아서 어떤 막내들이 들어오는지가 중요했어요. 세 친구들 연습 때나 테크니컬 리허설을 도는 걸 보면서 진짜 잘 뽑았다 했어요. 잘하면서도 무대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이죠.”

이렇게 전한 박영수는 ‘마리 퀴리’에 이은 차기작 ‘듀엣’(10월 23~2021년 1월 31일 KT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준비에 한창이다.

 

‘듀엣’은 2000년 한국에 초연돼 2007년까지 공연됐던 라이선스 뮤지컬로 골든글로브 각본상 수상작 ‘굿바이 걸’, 미국 작가조합상 각본상의 ‘선샤인 보이’ ‘도시 탈출’, 토니상을 거머쥔 무대작 ‘기이한 부부’ ‘용커즈에서 길을 잃다’ 등의 닐 사이먼(Neil Simon)이 대본을 집필하고 영화 ‘스팅’ ‘스타탄생’, 무대작 ‘코러스라인’ 등의 마빈 햄리시(Marvin Hamlisch)가 넘버를 꾸렸다.

까칠하면서 허당기 넘치는 오스카상 수상 작곡가 버넌 거쉬(박건형·박영수)와 통통 튀는 신인작가 소냐 왈스크(문진아·제이민)의 로맨틱 코미디다. 13년만에 다시 돌아오는 ‘듀엣’에서 박영수는 완벽해 보이지만 허당기 넘치는 작곡가 버논 거쉬를 연기한다.

“(남경주, 최정원, 성기윤 등) 쟁쟁한 선배님들이 하셨었고 너무 오랜만에 오는 작품이니 어떻게 또 재밌게 만들까, 현대에 맞는 어떤 작업들이 펼쳐지질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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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의 차기작 '듀엣'(사진제공=글래드컬쳐)

그는 “과거 작품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앞으로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 최고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가 하는 ‘미아 파밀리아’가 잘돼서 너무 좋고 피에르 퀴리랑 마리의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소문이 나는 게 소원”이라고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작품으로 ‘랭보’를 꼽았다. 뮤지컬 ‘랭보’는 천재시인 랭보와 베를렌느의 시로 대사와 넘버를 꾸린 작품으로 2018년 초연, 2019년 재연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공연돼 사랑받은 작품이다. 박영수는 초연에서 연기한 랭보에 대해 “정말 애정하는 배역 중 하나”라며 “‘윤동주, 달을 쏘다’의 윤동주 시인과는 전혀 다른 시인이야기라 도전한 작품이었다. 지금 하라면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영국에서는 유명 연예인보다 국립극장(NT, The Royal National Theatre) 배우를 만나는 게 평생 소원이 사람들이 있대요.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만 저도 그런 배우가 되면 어떨까를 상상해요. 너무 큰 꿈일 수도 있지만 유명해지고 TV에 나가지 않아도, 배우로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천천히 잘 나이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제가 하고 있는 걸 열심히 한다면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요.”


◇코로나19로 더욱 소중해진 무대와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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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퀴리’의 박영수(사진=이철준 기자)

 

“배우로서 저도 온몸으로 그 영향을 받고 있죠. (지난 7월)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제 때 개막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 같이 모여서 ‘그 다음 주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못하면 온라인으로 갈지도 모른다. 일단 지켜봅시다’라는 얘기를 듣는데 ‘공연 한번 하는 게 이렇게 어려워졌구나’ 싶어 울컥 했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겪었던 상황들에 대해 박영수는 이렇게 전하며 “울컥하는 마음에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연출인) 이지나 선생님한테 가서 느닷없이 ‘감사합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이지나 연출님의 ‘지구를 지켜라’가 공연 중이었거든요. ‘힘드셨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안멈추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린 기억이 나요. 당시 관객이 정말 없었어요. 텅빈 객석을 보면서 그럼에도 와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해서 더 힘을 내 공연했죠. 이런 사건이 없이 흘러갔다면 일상으로 여겼을 공연이, 관객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2013년 초연부터 고종으로 분했던 박영수는 “진짜 죽어라 열심히 했다”고 털어놓았다. 애초 7월 8일부터 26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던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이태원 클럽發 코로나19 확산세에 미루고 미루다 18일부터 9일 남짓 관객들을 만났다.

“저의 ‘잃어버린 얼굴 1895’ 속 고종을 너무 사랑해주시는데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역할을 언제 또 할지 모른다는 마음에 오신 분들을 위해 정말 죽어라 열심히 했어요. 한분이라도 더 보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코로나19로 스스로를 ‘무한긍정주의’라는 박영수도 여러 작품을 떠나보내면서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한다, 못한다’ 기로에서 연습만 계속하는 상황을 견뎌야 했던 ‘잃어버린 얼굴 1895’을 비롯해 테크니컬 리허설(극장에서 배우들과 함께 기술적인 부분 중점으로 전체 공연 장면을 진행하는 연습)까지 진행했던 ‘마마돈크라이’ 10주년 공연이 두 번이나 취소됐고 ‘영웅본색’은 조기 폐막했다.

“관객분들이 공연 한편을 보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고 계시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아무 이상 없이, 피해주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 배우들도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진짜 ‘너무너무’ 감사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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