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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화재키운 '드라이비트 공법'이 뭐길래?

입력 2020-10-09 10:58

울산 남구 아파트서 큰불
9일 새벽 울산시 남구 신정동 한 아파트서 불이 나 화염이 치솟고 있다. (연합)

울산 3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의 확산 원인으로 드라이비트 공법이 지목되고 있다.



9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14분쯤 울산시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2층에서 시작돼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고 주민 88명이 단순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소방본부는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났다”는 최초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산 원인으로는 강한 바람이 불을 키운 데다 외벽에 불에 타기 쉬운 드라이비트 공법이 지목되고 있다. 마치 재난영화처럼 외벽에서 화염이 치솟은 이유가 드라이비트 공법이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드라이비트공법은 미국의 ‘드라이비트(Drivit)’사(社) 가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외벽과 내벽 사이에 단열재를 끼워넣는 일반적인 건축 방식과 달리 몰타르 등으로 마감한 단열재를 외벽으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단열 성능이 높은 데다, 시공이 용이해 경제성이 뛰어나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공법이다. 다만 외부에 단열재를 쓰다 보니 일반적인 건축방식보다 화재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드라이비트공법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드라이비트공법이 모두 화재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단열재로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흔히 스티로폼이라고 불리는 ‘발포폴리스티렌’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진 유기단열재는 불에 매우 잘 탄다. 반면 모래·자갈 등 무기 원료로 만들어진 ‘그라스울’, ‘미네랄울’ 등은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다. 준불연재로 불리는 ‘페놀폼’은 불에 타긴 하지만 발포폴리스티렌에 비해선 훨씬 안전하다.

드라이비트 공법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생긴 건 우리나라에서 가격이 싼 스티로폼이 단열재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스티로폼의 가격은 보통 무기단열재의 30~60% 정도에 불과하다. 화재에 취약하지만, 가격이 싸서 많이 이용됐다.

이처럼 스티로폼을 많이 사용하는 드라이비트공법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2010년 건축법을 개정해 운동·위락시설 용도의 건축물, 6층 이상 또는 높이 22m의 건축물 외벽 마감재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자재를 쓰도록 의무화 했다.

하지만 이번에 화재가 난 울산 주상복합아파는 2009년에 완공돼 개정된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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