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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정영주, 배우와 제작자 사이 “매일이 전쟁같아도!”

입력 2021-01-23 21:10

정영주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배우이자 제작자 정영주(사진=이철준 기자)

 

할 게 이렇게까지 많은 줄은 몰랐어요. 각오를 하고 들어왔는데도 매일이 전쟁이에요. 하나 해결하면 그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위에 다른 뭔가가 쌓이고 또 쌓이고….”

 


몇몇 제작자들과 접촉하기도 했지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통에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3월 14일까지 정동극장)를 직접 제작하기로 결심하면서 정영주는 그야말로 “전쟁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배우와 제작자 사이 정영주 

 

정영주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배우이자 제작자 정영주(사진=이철준 기자)

“연습실에서는 철저히 배우로 함께 하려 노력했어요. 연습실을 나와 집으로 가는 동안,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가 전쟁이죠.

 

이어 전화통이 쉬질 않고 울려대고 계속 통화를 해야하는가 하면 연습한 걸 정리하고 그걸 또 복기하고…”라고 되뇌는 배우이자 제작자 정영주의 일상은 새벽까지 이어지곤 한단다.

 

배우만 할 때는 개막 일주일 전부터 꿈에서 런(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을 돌아요. 그런데 이번 ‘베르나르다 알바’는 두달도 넘게 꿈에서 런을 돌았어요. 어떤 날은 계획하지도 않은 의상이 다 맞춰져 있고 또 어떤 날은 누구 신발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계속 얘기하고 있고…아침에 일어나면 어깨가 뻐근해요. 주먹은 꼭 쥐고 있고….”

제작자로서의 부담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베르나르다 알바’를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오래 알고 지내던 재능 넘치는 선후배들과 함께 한다는 데 “감사하고 행복한” 날들이기도 하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2018년 공연계에서 내로라하는 여배우 10명을 한 무대에 올리며 파란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프랑코의 군사독재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에스파냐의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의 유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바탕으로 한다.

둘째 남편 안토니오의 사망에 엄격하게 집안 단속에 나선 미망인 베르나르다 알바(정영주·이소정,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폭압적인 그녀에 순응하거나 맞서는 다섯 딸 앙구스티아스(김려원·최유하), 막달레나(임진아·황하나), 아멜리아(김환희·정가희), 마르띠리오(전성민·김국희), 아델라(오소연·김히어라)의 이야기로 ‘씨유왓아이워너씨’ 등의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가사·음악을 꾸렸다.  

 

베르나르다 알바와 다섯 딸 그리고 치매를 앓으면서도 자유와 사랑을 갈구하는 알바의 노모 마리아 호세파(황석정·강애심), 충직한 집사지만 묘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집사 폰시아(이영미·한지연)와 하녀(이진경), 어린 하녀(이상아) 등이 연출하는 기묘한 분위기가 플라멩코(Flamenco) 리듬과 사파테아도(Zapateado, 반복되는 스텝과 회전을 특징으로 하는 발구름)와 팔라마(Palma, 12박자가 기본인 손뼉리듬) 등에 실린다.


◇오디션 “생경하고도 신기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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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장면(사진제공=정동극장)

 

“오디션에 참가만 하다가 심사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생경하고도 신기한 경험도 했어요. 준비 없이 능력만 믿고 온 친구, 순수한 마음으로 캐릭터 하나로만 승부하는 친구, 원래 잘하는데 떨어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친구, 의기와 호기만 부리고 가는 친구…다 보이더라고요. 신기했어요.”

1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한 ‘베르나르다 알바’ 오디션에 대해 정영주는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며 “캐스팅이 되지 않은 배우들도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작품의 색,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다 보니 결과가 달라진 것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무대 배우로 26년을 활동하면서 지켜보던 배우들에 대한 개인적, 공적 데이터가 있다 보니 가려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움직임은 좀 떨어지지만 연기가 기가 막힌 녀석이 있고 무대 위에서 유난히 예쁜 녀석이 있고…모든 게 장점이에요.”  


그리곤 “그걸 끊어내느라 제가 (결정을 내는 데) 제일 오래 걸렸다”며 “20년지기도 떨어뜨려야 했고 혼자 마음 속으로 다음을 기약한 배우들도 있다”고 말을 보탰다.

“사람 관찰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알은 체 하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을 혼자 간직하는 것도 좋아하죠. 그래서 가끔은 그 친구 모르게 짝사랑할 때도 있어요. 계속 마음 속에 담아두는 거죠. 그러다 기회가 생기면 친해지거나 함께 공연을 하거나…. 그렇게 차곡차곡 마음에 쌓아두었던 배우들과 ‘베르나르다 알바’를 함께 하니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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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배우이자 제작자 정영주(사진=이철준 기자)
◇베르나르다 알바, 내 배우 삶의 기준

  

“이 공연이 출연 중이 배우들 인생에 어마무시한 터닝포인트가 돼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수없이 해내고 수행한 캐릭터 중 하나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어느 배우한테는 ‘그때가 참 찬란하고 좋았더라’ ‘너무 행복하고 건강하던 때였더라’라고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이자 캐릭터이길 바라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이렇게 전한 정영주는 “객석에서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들이 있으니 너무 꽉 채우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객분들이 함께 채워주실테니 본인들만의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그리곤 배우이자 제작자인 정영주에게 ‘베르나르다 알바’가 어떤 의미인지를 털어놓기도 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저를 거쳐간 많은 캐릭터들 중 하나이고 작품이에요. 동시에 여배우들이 저마다의 소리를, 정서를 맘껏, 온전히 자신만의 캐릭터로 누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베르나르다 알바’가 배우 삶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 같아요. 또 어떤 작품을 제작하게 될지, 갑자기 연출을 하겠다고 나설지도, 시놉시스를 좀더 발전시키겠다고 할지도 모르죠. ‘베르나르다 알바’가 좀 더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한 시드가 됐다고 생각해요. 이제 거름도 주고 정성을 들이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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