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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빌딩 벽면, 차량 선루프도 발전소 된다…차세대 태양광 '페로브스카이트'

[테크리포트] 신·재생에너지 신기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존 태양 전지 대비 효율 ↑…최대 효율 약 44%
생산 비용은 최대 16분의 1 수준으로

입력 2021-12-06 07:15
신문게재 2021-12-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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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업계도 핵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광 시장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를 차세대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는 필름처럼 얇고 반투명하게 만들 수 있어 기존에는 태양 전지 설치가 불가능했던 건물 유리창이나 자동차 선루프·창문 등에 붙여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투자 비용도 기존 태양전지 대비 최대 16분의 1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 상용화시 태양광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안팎 중론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지난 183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광물에 붙여진 이름으로, 19세기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의 이름에서 따 왔다.

페로브스키는 우랄산맥에서 ‘산하 칼슘 타이타늄’이라는 광물을 처음으로 발견, 페로브스카이트로 명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결정 구조를 가진 화학 물질로, 광전 효율이 높다. 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는 기존의 실리콘 태양 전지보다 가볍고 유연한 데다, 제조 공정도 간편하다. 고온 공정이 불필요하고 액체 상태에서도 공정이 가능하며, 재료도 실리콘보다 저렴해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내 페로브스카이트 등 기술의 전망은 밝다. 국내 연구 기관들이 잇따라 눈부신 성과를 발표하는 모습이다.

작년에 석상일 유니스트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전지의 경우 미국 신·재생 에너지 연구소가 기록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전지 데이터 가운데 최고 효율인 25.5%를 달성했다. 지난 3월에는 서장원 한국 화학 연구원 책임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이 효율 25.2%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전지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조남철 순천향대학교 교수팀이 페로브스카이트의 고질적인 문제인 열 안정성을 극복할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큐셀 등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셀로 불리는 ‘탠덤 셀’의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오는 2023년~2024년 양산이 목표다.

‘탠덤 셀’은 실리콘 태양 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층해 만드는 태양광 셀로, 아주 얇은 페로브스카이트를 코팅해 서로 다른 광흡수층을 갖게 하는 원리다. 탠덤 셀은 위쪽 페로브스카이트에서 단파장 빛을 흡수하고 아래쪽 실리콘에서 장파장 빛을 흡수해 기존 실리콘 태양광 셀 대비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실리콘 태양광 셀의 이론적인 한계 효율치가 29% 수준인 데 비해 탠덤 셀 최대 효율은 44%까지 가능하다. 또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 대비 동일 면적 기준 50% 정도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미 영국은 내년부터 탠덤 셀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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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에 있는 한화큐셀 판교 연구소 (사진 제공=한화큐셀)

 

한화큐셀 관계자는 “향후 관련 기술이 더 발달해 페로브스카이트 단독으로 (태양광으로) 쓰인다면 건물 유리창과 자동차 선루프 대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모듈이 쓰일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에 탠덤 셀 국책 과제 연구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한화큐셀은 소부장 기업들, 학계와 함께 탠덤 셀의 원천 기술을 확보해 상업화에 나서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태양광 소재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방침”이라 언급했다.

앞서 한화큐셀은 탠덤 셀 연구를 위해 2019년 경기 성남에 차세대 태양광 셀 연구 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이 밖에 신성이엔지와 현대에너지솔루션, LG전자 등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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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전력 연구원에서 개발한 유리창호형 태양 전지 (사진 제공=한국전력)

 

한국전력 경우 지난 2020년 8월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 업체 유니테스트와 손 잡고 ‘유리창호형 태양 전지’ 상용화에 나섰다.

유리창호형 태양 전지는 반투명하고 가벼워 벽이나 유리창 등 건물 외장에 부착할 수 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땅이 부족하고, 고층 건물이 많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친환경 발전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가령 이 태양 전지를 20층 건물에 설치할 경우 200㎾ 규모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매해 210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효과도 추산되고 있다. 또 유리창호형 태양 전지는 1000℃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요한 실리콘 태양 전지와 달리 200℃ 이하에서 공정을 거쳐 생산 비용이 낮으며 그럼에도 광전 변환 효율은 비슷하다.

한전은 태양 전지 면적을 넓히는 기술을 보유한 유니테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유리창호형 태양 전지를 상용화 가능한 크기로 만드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 전지를 사업화 하려면 최소 10㎝×10㎝ 이상 크기의 모듈을 제작해야 하는데, 현재 한전의 기술로는 2.5㎝×2.5㎝ 면적까지만 구현할 수 있다. 유니테스트는 200~800㎠ 수준의 대면적 제작이 가능해, 양사는 협력을 통해 800㎠ 이상 면적에서도 높은 효율을 갖춘 태양 전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유리창호형 태양 전지의 사업화에 성공하면, 설치가 쉽고 공간 제약이 크지 않은 장점을 활용해 창고·공장·주차장 지붕과 자동차 선루프 등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 과학 기술 기획 평가원의 2018년 발표에 따르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셀의 상용화 예상 시점인 2025년 세계 태양 전지 수요는 115hPa에 달하고, 2029년 페로브스카이트 수요는 누적 673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박민규 기자 miminq@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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