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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인재진 예술감독① “19년을 한결같이 한국형 페스티벌, 결국 사람!”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2-09-16 18:00
신문게재 2022-09-16 12면

인재진 감독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변하지 않는 것은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랑, 열정 등 같아요. 그리고 이 자라섬을 찾아오는 관객들도 그렇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사랑해주는 관객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이죠.”



2004년 허허벌판이던 자라섬에 재즈페스티벌을 출범시킨 서른아홉의 인재진 예술감독은 이제 “돋보기를 써야 보이는” 나이가 됐다. 벌써 19회째, 내년이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10월 1~3일)도 스무살이 성년식을 치른다. 인재진 예술감독의 말처럼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그 축제를 찾아오는 관객들의 사랑과 열정은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지속가능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바람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다.

“그간 굉장히 많은 부침이 있었고 외부적으로 어려운 상황들도 많았어요. 지난 2년은 코로나19 때문에 행사 대부분을 못하면서도 온라인으로 버티고 위드 코로나를 맞아 짧게나마 해올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해요. 이렇게 오래 하는 데가 많지 않잖아요. 특히나 한 사람이 감독으로서 이렇게 오래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죠.”

 

◇한국형 음악 페스티벌의 새로운 전형을 ‘내가’ 제시한다!

인재진 감독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제가 그때 부르짖던 표어랄까요. 캐치프레이즈가 하나 있어요. ‘한국형 음악 페스티벌의 새로운 전형을 내가 제시한다!’ 지금 생각하면 되게 용감했던 것 같아요. 혈기가 왕성했죠. 계속 시행해 보고 고쳐도 보고 하는 과정을 10여년 넘게 해왔는데 그 과정도, 결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어 인재진 감독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부르짖던 ‘한국형 음악 페스티벌’에 대해 “표면적인 것”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음악 프로그램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축제는 그 외의 것들도 되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해외 페스티벌을 그대로 가져와 접목시키기가 쉽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축제에 오면 맛있는 걸 다양하게, 많이 먹을 수 있어야 하죠. 해외 축제는 맛있는 것도 많고 회전도 빨라요. 하지만 한국 음식들은 대부분 국물이고 조리 시간도 오래 걸려요. 먹기도 힘들고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나오죠. 관객들이 새로운 것들을 바라고 그 기대들을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지역민들, 참여하는 업체나 스폰서들이 이해하고 개발하고…일련의 그 움직임이 한국화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곤 “또 하나는 한국의 거의 모든 축제들이 공공예산으로 치러진다는 것”이라며 “공공예산의 비중이 워낙 크고 정치적인 상황으로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그 환경 안에서 지속가능하게 뭔가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들도 해외와는 다른 ‘한국형’”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것들 속에서 지속가능한 한국형 페스티벌의 갈 길은 무엇인가 이리저리 막 헤엄쳐 나가는 과정들이었어요. 그 시간이 20년 가깝게 되니 지역에서도 다른 것들을 다 차치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시죠. 가평에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가평의 자랑’이라는 암묵적 동의 같은 것들이 있어요.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성과죠.”


◇축제의 지속가능성, 결국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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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재즈페스티벌 현장(사진제공=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사무국)

 

“축제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가능성과 가치 그리고 비전 공유예요. 결국 사람들이죠. 공무원을 포함한 지역민, 관객들, 스폰서들 등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요.”

대한민국 축제의 가장 크고 어려운 숙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좋든 싫든 지역사람들이 인정하는 페스티벌의 가치, 장기 협찬으로 내년, 더 나아가 10년 후를 안정적으로 맞이할 수 있게 하는 스폰서들, 매년 더 애정을 가지고 자라섬을 찾는 관객들. 이들은 축제를 지속가능하게도 하지만 그 반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재진 감독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지자체 수장이 바뀌거나 정치적 입김 혹은 협찬사들의 요구 등이 축제의 색을 순식간에 바뀌게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지속가능성의 열쇠는 사람들이 쥔 셈이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도 19회째를 이어오면서 협찬사들이 늘었고 가평군수도 네번이나 바뀌었다. 페스티벌 관련 공무를 담당하는 과장은 수십명이 넘게 스쳐갔다.

“그런 과정에서 페스티벌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들이 있었어요. 새로 무엇인가를 만들기보다 지켜가는 것, 하나의 레거시(Legacy, 전통)로서의 기능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과정들이 되게 중요했죠. 그 과정들에서 가장 중요했던 근간은 지역 주민들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였어요.”

그는 “우리의 자랑이라고 얘기하고 응원하시는 지역민들 뿐 아니라 차가 막히고 시끄러워서 싫다는 분들도 사실은 페스티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은 그 참여들을 무시하지만 그 또한 외면해서는 안되는 관심이기 때문에 축제를 지속시키는 힘이자 동력”이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주민이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지역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인지하게 된 과정들” 그리고 “지역주민을 비롯한 지역 자체와 가치를 공유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강력한 지속가능성이자 경쟁력이며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결국 사람들이죠.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가진 숙제마저 좋아하는 애정을 가진 스태프들, 그들 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자라섬을 찾아주는 관객들과 다음을 예측가능하게 해주시는, 10년 넘게 참여한 롯데를 비롯한 스폰서들 그리고 좋든 싫든 10월이면 재즈페스티벌을 한다는 가치를 차곡차곡 함께 쌓아온 군수님을 비롯한 지역사람들이요.”


◇자라섬뱅쇼, 유자재막걸리에 이은 축제음식 특공대

인재진 감독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그래도 19회째를 해오다 보니 음악, 문화의 다양성에 아주 작은 기여는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까지 58개국에서 1200여팀의 재즈 뮤지션이 자라섬을 다녀갔고 누적관객은 200만명에 이른다. 인재진 감독은 황무지에 19년을 지속해온 재즈페스티벌을 출범시킨 데 대해 “아주 작은 기여”라고 겸손하게 표현했다. 10월이면 기차역부터 메인 무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재즈로 넘쳐나고 자라섬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재즈페스티벌을 위해 돌아가는 듯한 진기한 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지역에서의 축제는 지역색이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역시 초기에는 트로트, 서커스 등의 프로그램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축제 기획자이자 책임자인 인재진 감독에게는 “메인 콘텐츠에 대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해외에서 오는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 중 하나가 ‘재즈’라는 정체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거예요. 요즘 같은 시대에 재즈만으로 수만명의 관객을 모은다는 데 놀라움을 표하곤 하죠.”  

 

인재진 감독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지역색은 메인 콘텐츠가 아닌 곳에서 발휘된다. 그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선보여온 자라섬 뱅쇼, 유자재즈막걸리 등은 지역 주민들과 특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먹거리들이다. 인 감독은 “이번엔 축제음식 특공대를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에 ‘축제푸드올림픽’이라는 축제음식개발 경연대회같은 걸 했어요. 지역주민들이 열심히 개발한 축제음식을 유명 셰프들을 초청해 심사해 8팀을 최종선발했죠. 이를 통해 축제음식, 지역의 숨은 고수 등을 발굴하고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개발된 축제음식 레시피를 교육했어요. 이번 축제 기간 동안 푸드트럭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역 주민들도 재밌어 하더라고요.”

그리곤 “그렇게 선정된 8팀의 축제음식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축제에서도 그 가능성을 가늠할 예정이다. 더불어 인 감독의 전언에 따르면 “올해 또 하나의 변화는 가평 읍내에 있는 장터에서 밤에 개최되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장터에 무대를 만들어 공연을 하려고 그곳 상가번영회 회원들과 굉장히 긴밀하게 회의하고 있죠. 그 무대에서 외지인과 지역민들이 하나의 음악을 즐기면서 먹고 마시면서, 정말 잔치 같은 광경이 연출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주 작은 시도들이지만 조금씩이라도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렇게 작더라도 조금씩 발전하고자 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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