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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산청한방약초축제…방책은?

입력 2022-10-21 09:19

산청 동의보감촌 전경.
산청 동의보감촌 전경.
◇ 산청과 허준



산청군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1일간의 ‘제22회 산청한방약초축제’를 마무리하면서 축제 띄우기 홍보에 나섰다.

군은 ‘성황리에 마무리’, ‘40만 명 다녀가’라는 제하의 목적성을 띤 채 내년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는 취지의 보도 자료를 각 언론에 배포했다.

당연히 호평도 있었겠지만 실제 군민 또는 관광객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다를 수도 있다.

실제 산청군민은 “별 관심 없다”는 반응이고, 인근 지자체 관광객들은 “볼 것도 없고 소고기 국밥에 번데기 파는 야시장 분위기더라”는 반응이다.

더해서 한의학계 관계자들은 “무슨 병에 무슨 약초 먹으면 낫는다는 돌팔이 집합소”로 비하하고 관광객들은 “좋아하는 가수 온다고 하기에 구경 왔다. 약초 싸게 살 수 있는지 해서 왔다”는 분위기다.

부스 참가자들은 “많이 팔 수 있는 대목”으로 치부하고, MZ세대들은 “검색해보니 허준과 산청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데 국민을 속이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진다.

지역 축제가 호평을 받고 오래 유지되려면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산청군의 축제는 그러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축제가 건강하기는커녕 예산을 투입해 가수나 부르고, 불꽃놀이나 하면서 국밥에 번데기 팔고, 만병통치 약초나 파는 다른 지역 축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병들고 늙어가는 축제는 아닌지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군은 산청에 놀러오는 관광객 중 MZ세대들이 대놓고 동의보감촌을 비웃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산청과 동의보감 그리고 허준은 무슨 관계인가? 언론의 기사조차도 대놓고 ‘관계가 없다’며 변명이 군색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상관없다는 기사는 물론 아예 ‘쪽팔린다!. 소설 쓰고 있네’ 라는 기사까지 판을 치고 있다.

수십 년 전이야 드라마·소설을 보고 읽으며 허준의 고향을 산음(산청)으로 여기는 국민이 많았지만, 이제는 포털 검색만으로도 진실여부가 가려지는 세상이다.

이러한 가운데 ‘아무 관계없다·변명이 군색하다·허구’라는 이미지가 산청에 덧씌워지고 있다.

이제는 산청군이 먼저 나서서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이런 손가락질·뒤통수 가려운 수군거림을 들어야 할 것인가?

한·중·일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사랑받는 삼국지연의는 삼국지 정사보다 더 사랑받고, 구름을 타고 다니며 어려운 백성을 돕고 탐관오리 혼내주는 홍길동은 조선왕조실록의 홍길동은 아니지만 국민의 사랑을 받는 원조 아이돌이다.

산청군은 정작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도 못한 채 뜨뜻미지근한 상태로 소탐대실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설 같다·드라마 같다’는 말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진기한 상황을 표현한다. 역대 드라마와 소설에서 (어린 시절 역사 자료가 없는)허준의 활동무대로써 작가들이 하나같이 꼽은 지리산이 펼쳐지고 온갖 진귀한 약초가 자라며, 인심 좋은 곳이 산청군(산음)이 아니던가? 이런 ‘사실’을 왜 산청군은 왜곡하고 하는가?

허준이 알려지게 된 것은 동의보감이라는 의학서의 의학적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그 동의보감 속에서 허준의 일반 백성을 위한 ‘단방 처방’ 그리고 ‘한글 처방’으로 알 수 있는 그의 ‘애민 정신’ 때문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한양으로 의관 시험을 보러 가는 도중에 병든 백성을 치료하느라 시험장에 늦게 도착해 입장도 못했던 에피소드는 전 국민의 탄식을 쏟게 만들었다. 역사적 사실을 가미한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민들이 허준을 기리는 마음은 높아졌지만, 그에 대한 소싯적 사료가 없어서 안타까워하던 중 산청군이 나서서 1000여억원을 투입해 허준을 기리는 ‘동의보감촌’을 조성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사실상 산청과 허준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지 않는가?

그리고 인터넷에 도배돼 있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허구의 인물이라는 설도 이제는 지겨울 만큼 팽배해져 있다. 드라마 소설의 작가가 유의태를 허준의 스승으로 내세운 이유는 (허준보다 약 100년 뒤에 활동한) 산청의 실존 인물 유이태라는 분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바와 같이 의술이 뛰어나고 유명하기 때문에 그를 소재로 전 국민이 존경할만한 이상적인 의료인 스승을 만든 것인데, 군은 이를 더욱 만류는 못할망정 류의태·유의태·유이태 이름 논쟁과 특정 가문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지경이니 한심할 지경이다.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알리고 허구의 인물로 가공된 설화임을 밝혀도 군에 불리할 이유는 없다. 홍길동 설화처럼 말이다.

최근 경기도 파주시에서 허준 선생의 묘가 발견된 이후로 파주시는 한방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거창군에서는 산청군의 실존인물인 유이태까지 벤치마킹하려고 학술대회를 비롯한 기초를 쌓아가고 있다.

산청군에는 조선왕조실록에 당당히 기록된 명의 유이태 선생의 묘소가 있지만, 찾아갈 수 있는 푯말조차 하나가 없다. 유이태 선생을 소재로 해서 드라마에서 탄생한 이상적인 의료인이자 스승 ‘류의태’는 대한민국 의료인의 존경을 받기는커녕, 허구라는 비웃음만 사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장성에서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도둑놈이자 조폭인 홍길동을 테마로 관광을 펼치고 있고, 강원도 강릉에서는 구름을 타고 나르는 홍길동을 테마로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지만, 산청군은 허준도 유이태도 류의태도 모두 놓치면서 돈 주고 초빙한 유명가수에 비싼 폭죽만 터뜨리고 있다.

◇ 지역 한의계의 입장

한의사들이 산청한방약초축제에 관심이 없고, 냉소하는 이유는 (혜민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행사장이 먹으면 어디에 좋다는 만병통치 약초를 파는 돌팔이 집합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산청한방약초축제의 핵심은 혜민서다. 따라서 혜민서는 몇 배를 더 키워도 손해 볼 게 없다. 이번 축제에서는 한의사 19명이 참가해 고군분투했다. 실내 체육관에 100여 개의 베드를 놓고 전국의 한의사가 무료 진료를 보는 축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예전과는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농촌 지역에 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한방의료봉사를 가면 근처 한의원에서 항의를 하며 지역 보건소에 민원을 넣는 실정이다. 하지만 산청분회 소속 한의사들은 항의는커녕 자신의 업장(한의원) 문을 닫고 축제 기간 동안 혜민서에서 무료 봉사를 해왔다. 허준 선배의 애민 정신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기간 동안 초빙된 유명 가수 몇 명만 줄여도 축제 때 터뜨린 폭죽 몇 개만 줄여도, 이번 축제기간 혜민서에 참가한 19명의 한의사가 몇 배로 진료에 참가할 수 있다. 지진과 홍수 같은 자연재난 상황이 아니면서도 대대적으로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현재 대한민국에 어느 지역에 존재하는가?

혜민서의 진료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주로 근골격계 통증 질환 위주로 즉, 어디가 아프니까 무료 침이나 맞고 가라는 식인데, 인원과 진료 시간을 늘려서 당신은 어디가 안 좋으니 우선 여기서 침을 맞고 단방 처방으로 무슨 약초를 끓여서 일정기간만 복용하라고 약방문을 내어줘야 한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육미지황탕·이진탕·보중익기탕 등 수 백가지 처방 이외에도 각각의 목차마다 ‘단방’을 적어두었다. 비싼 처방을 구하기 힘든 백성을 위해서 이것만이라도 끓여서 먹으라는 취지다. 한자도 알아보지 못할까봐 한글로도 적어두었다.

축제 기간 혜민서 진료를 통해서 한의사에게 침 맞고 단방 처방을 받는 축제 참가자가 어디서 단방 약초를 구하겠는가? 축제 참가 부스에 가서 그 약초를 구입해 먹을 것이다.

단 각별히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드라마 허준에서도 나오듯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라는 허준의 처방을 받은 아들이 더 빨리 낫게 하고자 욕심을 부려서 처방 용량을 늘리는 바람에 어머니의 눈이 먼 사례가 나오듯이 혜민서에 참가하는 한의사는 그 환자에게 약방문을 내면서 끓여 먹는 양과 기간을 각별히 설명하고 기록해줘야 할 것이다.

또한 혜민서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그 약방문을 ‘어디가 안 좋으면 어느 약초를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해서도 안 되고, 처방 량과 기한을 잘 지키겠다’는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물론 한의사에게 몸에 딱 맞는 자신만의 처방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건 전국에 있는 전문 한의원의 진료를 거쳐서 받아야 될 일이고, 축제 기간의 혜민서에서는 단방 처방만 위의 조건으로 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참가 한의사에겐 부스 참가 업체의 판매 약재 목록이 미리 제공되면 좋을 것이고, 부스 참가 판매자에게는 약방문을 갖고 오는 사람에게 추가해 다른 약재를 끼워 팔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미리 받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한의사협회와 한의사들에게 산청약초축제가 만병통치 약초를 파는 돌팔이 집합소가 되지 않고, 축제 참가자와 부스 참가자에게는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의사 집단은 양방의 공격에 매우 위축이 돼 있는 실정이다. 한의사들은 산청한방약초축제를 무관심으로 외면할 일이 아니라,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에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백성을 하나라도 더 모아야 하는 것처럼 (실제로 먹고 살기 위해 왜구의 앞잡이가 된 백성도 많다)조금이라도 한방에 관심이 있는 국민이 한의학의 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임진왜란 때 신분·계급이 다르다고 의병을 멀리하지 않았듯이 약초축제에 참가하는 약초판매상·참가자들에게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 모두가 한의학에 관심이 있어서 온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구절초

산청군의 동의보감촌은 한국 최대의 구절초 자생군락지(100만여㎡·30만평)로도 유명하다, 아니 유명했다.

최근 몇 해 동안 군은 동의보감촌의 수목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는데, 구절초가 점점 줄어들더니 올가을에는 탈모증에 걸린 사람의 머리처럼 동의보감촌 구절초는 듬성듬성한 상황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지자체(정읍·공주)에서는 제각기 구절초 최대 군락지라는 명분을 걸고 열심히 홍보 중에 있다.

구절초는 동의보감에서도 주요한 약재로 언급됐지만, 최근에 관절염에 대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하수오·홍삼·노니·새싹보리·초록입홍합·보스웰니아의 유행을 잇는 소위 대세 건강식품이 됐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런 유행에 발맞춰 축제를 개최하고 홍보를 하는데, 정작 산청군은 동의보감촌에 지천으로 널리 구절초를 ‘현대적으로’ 홍보는커녕 지켜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성철스님

성철스님은 산청군 단성면에서 태어났고 현재 생가에는 겁외사와 기념관이 있다. 동의보감촌(한의학)과 성철스님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하겠지만(그러면 산청군과 실존인물 허준은 무슨 관계인가?), 관광산업은 단순한 역사탐방보다 스토리텔링이 더욱 중요하다.

성철스님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한약을 입에 달고 자랐고, 전국 선방에 다니면서도 한약을 계속 복용한 것으로 말려져 있다. 성철스님의 속가시절 독서 리스트에 보면 세계철학서 외에도 ‘동의수세보원’ 등 한의학 서적이 있다. 성철스님께서 출가하신 후에 산청에 계시던 모친께서 체질이 약한 스님이 걱정돼 부산 범어사까지 전달해드린 것도 바로 한약이었다. 스님 스스로 하신 말씀도 바랑에 반드시 챙기는 필수품이 바로 약탕기라고 하셨고, 약탕기에 관련한 에피소드도 제법 있다. 성철스님의 제자로서 대한불교 조계종 12대 종정을 역임하신 법전스님이 성철스님의 약을 달일 때 고안했던 ‘저울추 약탕기’는 불교계에서 단군신화만큼이나 유명하다.

축제 때마다 등장하는 정체모를 ‘대왕 약탕기’보다는 지극한 모성애와 뼈를 깎는 고행을 이기고 도인을 만든 ‘산청 약초’와 ‘성철 스님 약탕기’ 스토리가 더욱 극적이다. 겁외사의 회주로 계시는 성철스님 상좌 원택스님을 하루 빨리 찾아뵙고 성철스님과 한약에 대한 일화를 인터뷰 기록으로 남기고 홍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방약초축제와 때를 같이 해 열리던 불교문화제전이 특정 종교의 항의로 이제 열리지 못하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중국 공자·인도 석가모니·유럽의 기독교 성인들과 관련한 행사·축제가 다른 종교집단의 항의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나? 다만 산청군만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 복지부동한 결과로 여겨진다.

◇ 결론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인 허준 선생을 기리는 국민의 마음은 높지만 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드라마 같은 조건을 갖춘 산청군에서 허준을 기리는 동의보감촌을 조성했다. 이에 더 나아가 산청에서 실존했던 유이태 선생을 알리고, 소설 속에서 이상적인 스승 상을 보여주었던 ‘류의태’도 함께 기리게 됐다. 대한민국 불교계의 정신적인 지주 중 한 분인 성철스님도 산청의 기운을 받으셨다.

국내 최대의 구절초 자연군락지인 동의보감촌을 잘 가꾸고, 매년 허준과 유이태를 비롯한 류의태의 애민정신을 기리는 축제로 거듭나야만, 산청군의 축제가 성공리에 개최될 수 있다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경남=정도정 기자 sos683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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