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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양준모·신영숙① “사랑이 있는 한!”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2-10-28 18:00
신문게재 2022-10-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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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니엘 역의 양준모(왼쪽)와 미란다 신영숙(사진=이철준 기자)

 

“웃음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행복해요. 아무도 죽지 않는 밝은 작품이 참 괜찮다는 생각을 최근에 진짜 많이 하고 있어요. 요즘 사실 너무 바쁘거든요. 그런데도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에서도, (신영숙이 도로시 브록으로 새로 합류해 11월 5일 개막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연습에서도 계속 웃음소리를 듣다 보니 피곤한 줄을 모르겠어요.”



신영숙 뿐 아니다. 양준모 역시 “제가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하게 된 계기에는 (2020년 줄리안 마쉬로 출연한) ‘브로드웨이 42번가’도 있었다”며 “많은 관객들이 편하게 즐기며 관람하는 걸 보면서 저도 너무 행복했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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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중 다웃파이어로 변장한 양준모(사진=이철준 기자)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11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슬하에 3남매를 둔 이혼부부 다니엘과 미란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양준모와 신영숙은 강렬한 카리스마와 폭발하는 감정을 담은, 가창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들을 주로 선보였던 배우들이다.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웃는 남자’의 조시아나 여공작, ‘엑스칼리버’의 모르가나, ‘캣츠’ 그리자벨라, ‘황금별 여사’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은 ‘모차르트!’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명성황후’ 등의 신영숙이 그랬고 ‘영웅’의 안중근, ‘웃는 남자’의 떠돌이 광대 우르수스, ‘하데스타운’의 하데스,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 ‘오페라의 유령’ 팬텀,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 토드’ 등의 양준모가 그렇다.

그랬던 두 사람은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데뷔 이래 첫 ‘보통사람’(?)을 연기하며 “관객분들의 웃음을 계속 들으면서 너무 행복해서 한회 한회 줄어드는 게 아깝고 ‘왜 벌써 끝나가는지’ 아쉬울 지경”에 이르렀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뮤지컬 탄생기를 다룬 ‘썸씽로튼’의 캐리(Karey)·웨인(Wayne) 커크패트릭(Kirkpatrick) 형제와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오패럴(John O‘Farrell) 콤비가 크리스 콜럼버스(Chris Columbus) 감독,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주연의 동명 영화(1993)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자유분방하다 못해 철없는 성우 다니엘(양준모·정성화·임창정,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과 그런 다니엘에 지쳐 이혼을 선언한 미란다(신영숙·박혜나), 그들의 세 아이 리디아·크리스·나탈리(김태희·설가은, 이운재·윤준상·유석현, 김가은·조소은·김소희) 그리고 미란다의 마음을 흔드는 대학동기이자 사업파트너 스튜어트(김다현·김산호) 등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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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니엘 역의 양준모(사진=이철준 기자)

 

다니엘이 이혼 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에 백발의 보모 다웃파이어로 변장하면서 벌어지는 코믹 가족극으로 2015년 기획·개발을 시작해 2019년 트라이아웃 공연에 이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현재 공연 중인 한국 버전의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자 논레플리카(Non-Replica, 수정·각색·번안 등이 가능한) 무대로 ‘그레이트 코멧’ ‘젠틀맨스 가이드’ ‘데스노트’ ‘어쩌면 해피엔딩’ 등의 김동연 연출, ‘서편제’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김문정 음악감독 그리고 영화 ‘데드풀’ 시리즈, ‘보헤미안 랩소디’ 등을 비롯해 뮤지컬 ‘썸씽로튼’ ‘스쿨오브락’ 등의 번역가 황석희 등이 꾸린다.


◇‘웃는 남자’로 처음 만나 세 시즌 만에 찰떡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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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신영숙(사진=이철준 기자)

 

“미란다는 제가 했던 역할 중 가장 일반적이고 평범해요. 신영숙이라는 사람이 잘 묻어나죠. 사실 이런 연기는 거의 처음이에요. 좀 비슷하다면 ‘맘마미아!’의 도나 정도인데 이 역시 화려한 음악과 사연 등이 있죠. 다니엘을 서포트해주면서 자기 속내를 얘기하는 미란다처럼 내추럴한 연기는 정말 처음이어서 어떻게 봐주실까 싶었어요. 저는 연기하면서 너무 재밌거든요.”

그런 변화에 “너무 신선하다고 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신영숙에 양준모는 “여기 와서 즐거워하는 신영숙 배우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잘하는 밝은 연기를 그 동안 안하고 살았을까 싶다”고 말을 보탰다.

세 다니엘 중 유일하게 “판타롱이 아닌 팬티스타킹을 신는” 양준모는 “극장에 오자마자 팬티스타킹을 신는다. 처음엔 너무 불편하더니 이제는 한번에 후루룩 신을 정도로 익숙해졌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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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중 미란다 역의 신영숙(사진=이철준 기자)

“역사적인 인물이 아닌 현대인을 연기하는 건 2008년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여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는 특별히 여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속에는 다니엘이 있거든요. 그래서 여장에 대한 부담도 없죠. 미세스 다웃파이어도 다니엘로서 임하고 있고 관객들도 남자인 걸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렇게 “매회 부담을 덜고 있다”는 양준모는 신영숙과의 ‘찰떡호흡’과 서로에 대한 믿음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저희가 첫 공연을 함께 하고 거의 한달 있다가 다시 무대에서 만났어요. 진짜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데도 너무 편한 거예요. 매회 이렇게 더 좋고 재밌을 수가 있나 싶어요. 최근엔 (신영숙) 누나한테 ‘나 왜 갈수록 미세스 다웃파이어 목소리가 자꾸 다니엘이 되지’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어요. 처음 잡았던 다웃파이어의 목소리가 자꾸 저음으로 내려와서 고민이었거든요. 그랬더니 ‘다니엘인 거 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고 해줘서 안심이 됐죠.”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로서 서로의 제자들 훈련을 믿고 맡기는 사이였던 두 사람이 무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건 2018년 ‘웃는 남자’ 초연이었다. 조시아나 여공작과 우르수스로 초연부터 2020년, 2022년 재·삼연까지 연달아 세 시즌을 함께 하면서 신영숙의 표현처럼 “믿음과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제가 (양)준모 배우를 배우로서, 인간적으로 너무 좋아해요. 준모도 그런 것 같고. 그래선지 되게 친하고 믿음이 가요.”

양준모와 신영숙 뿐 아니라 두 사람이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꽃”이라고 입을 모으는 앙상블 배우들, “가장 걱정이 안되는” 리디아·크리스·나탈리 3남매를 연기하는 김태희·설가은, 이운재·윤준상·유석현, 김가은·조소은·김소희, 미란다의 썸남이자 사업파트너 스튜어트 역의 김다현·김산호, 다니엘 변장의 일등공신인 친형 프랭크 임기홍·육현욱과 그의 남편 안드레 이경욱·영오 등과도 찰떡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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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장면(사진=이철준 기자)

“배우들 뿐 아니라 조명, 영상, 음향 등 디자이너들까지 자발적으로 뭔가를 자꾸 만들어요. 예를 들면 저만 하는 ‘지킬 앤 하이드’ 장면이 그래요. 어느 날 갑자기 무대 감독이 부르더니 ‘널 위한 선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누가 시키거나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저만을 위한 조명을 만들었더라고요. 하물며 ‘지킬 앤 하이드’ 조명팀이거든요.”

그리곤 “본인들이 만들어 놓고 너무 좋아한다”며 “정말 즐거워서 웃음이 주는 에너지로 극 자체도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웃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미소를 짓게 돼요. 몸은 힘들지언정. 정말 건강하게 오래 갈 수 있는 작품 같아요.”


◇저마다의 입장이 투영되는 ‘우리 이야기’…사랑이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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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니엘 역의 양준모(왼쪽)와 미란다 신영숙(사진=이철준 기자)

“우리 작품의 최고 장점은 보시는 분들이 상황과 처지에 따라 모든 인물들에 공감한다는 거예요. 미란다가 ‘우리 이혼해’ 했을 때 객석에서 박수가 터지기도 해요. 열살 아래의 제 후배는 장녀다 보니 리디아만 나오면 눈물이 난데요. 어떤 날은 제가 ‘렛고’(Let Go)를 부르는데 내내 우시는 어머니를 중학생쯤 돼 보이는 두 아들이 계속 다독이고 눈물을 닦아 주는 걸 봤어요. 저마다 공감하는 부분이 다른, 진짜 매력적인 작품이죠.”


이렇게 전한 신영숙은 “삶의 모든 게 묻어나는 작품”이라며 “하면 할수록 좋은 작품, 이 시대에 정말 딱 어울리는 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장면으로 방송에서 케이티의 사연을 읽어주는 다니엘과 마지막 넘버 ‘사랑이 있는 한’(As Long as There Is Love)을 꼽았다. 신영숙은 “최근 양준모 배우와 함께 한 공연회차에서 눈물이 나서 혼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양준모 배우가 이 신을 할 때 목소리가 되게 묘해요. 다웃파이어만도 아니고 다니엘만도 아닌 목소리거든요. 다니엘이 울고 있어서 나까지 울면 안된다는 생각에 희망을 품은 표정을 짓고 있곤 하는데 그날은 눈물이 나서 참느라 힘들었어요. 너무 좋아서 웃다가 울다가…저희 작품이 그런 것 같아요. 마지막 합창에서 느껴지는 다정한 마음이 한명한명 관객들에게 힐링을 드리는 것 같아요.”

 

양준모는 “제가 이 작곡가(캐리·웨인 커크패트릭) 형제를 너무 좋아한다. 이 형제의 특징은 넘버 안에 튀는 것 없이 대본과도 잘 연결되게 담아낸다”고 밝혔다.

“특히 마지막 장면과 넘버가 그래요. 우리 아이들의 처지가 케이티와 똑같아요. 그들의 마음을 보다듬고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녹아 있는 장면과 넘버죠. 케이티에게 해주는 ‘사랑이 있는 한 가족’이라는 말 뿐 아니라 ‘항상 어떤 일에는 결과가 있는 법이야. 나쁜 일을 할 때도’ ‘그 결과는 지켜보면 알아’ 등 방송을 통해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은 제 자식한테도 하는 얘기예요.”

양준모의 말에 신영숙 역시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사랑이 있는 한’ 가족이라는 메시지가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 가족의 결속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

“한국은 한 가족이 깨지는 데 대해, 가족의 형태를 어떻게든 유지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감정과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렇게 한국인 특유의 가족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아우르는 ‘사랑이 있는 한’이라는 말이 우리 작품의 핵심이 아닌가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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