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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스케이프]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양준모·신영숙 ② “다음엔 도로시와 안중근으로 만나요!”

입력 2022-10-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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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미란다 역의 신영숙(왼쪽)과 다니엘 양준모(사진=이철준 기자)

 

“첫 공연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너무너무 떨렸어요. 열심히 만든 무대의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었거든요. 연습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어느 정도 예상은 하지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잖아요. 저희가 생각지도 못한 데서 웃음이 계속 터지고…첫 공연을 하던 순간의 그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관객들이 웃어주시면 피곤한 줄을 모르겠어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세 아이를 둔 엄마 미란다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신영숙은 “저희가 의도하며 열심히 준비한 것들을 관객분들께서 200% 채워주셨다”고 표현했다. 이어 다니엘 역의 양준모는 “그날그날 관객들의 반응이나 호응도에 따라 저희가 받는 에너지가 달라진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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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미란다 역의 신영숙(사진=이철준 기자)
“배우들은 그래요. 관객들의 반응에 큰 힘을 받죠. 공연을 채우고 완성시키는 건 결국 관객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소리가 크면 클수록 저희는 신나고 행복하거든요. 어떤 때는 극 내내 아무 반응이 없다가 마지막에 기립해서 한꺼번에 환호를 보내주시면 ‘이렇게 좋아할 거면서 그렇게 조용히 봤다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막 행복해지죠.”


◇어쩌면 가장 ‘나다운’ 신영숙의 미란다, 닮은 데라곤 없는 양준모의 다니엘

“미란다가 할 일은 주체적으로 웃기기보다는 다니엘이 잘 웃기도록 받쳐줘야 하는 거예요. 배구로 치면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릴 수 있게 토스를 잘 해줘야 하죠. 미란다 자체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다니엘의 호흡을 잡아먹어도 안돼서 촉을 굉장히 세우고 있어요.”

신영숙은 자신이 연기하는 미란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다니엘이 돋보이도록 하는 리액션이 중요한 역할”이라며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할 때보다 더 촉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가장 저답기도 해요. 뭔가 꾸며서 연기를 하기 보다는 좋으면 좋은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냥 제 모습인 것도 같아요. 특히 모든 문제를 다 떠안고 진짜 열심히 고군분투하면서 사는 건 저랑 너무 비슷해요. 그렇게 저한테 있는 미란다 같은 면들을 끄집어내 연기하고 있죠. 좀 다른 면이 있다면 ‘모든 게 제 자리에 있어야 인생이 좀 덜 번잡하더라고요’라는 대사 정도예요. 미란다의 그 말이 맞고 그렇게 살고 싶지만 그러질 못하거든요.”

미란다에 신영숙 본체가 물씬 묻어나는 것과 달리 양준모는 유쾌하고 다재다능한 성우 다니엘과는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양준모는 “성격 자체도 다르고 비슷한 데라곤 없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주변 인물들을 찾아보고 (정)성화 형이랑 얘기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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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중인 양준모(사진제공=샘컴퍼니)

 

“이 작품을 하면서 성화 형한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레미제라블’ ‘영웅’ 등 같은 역할을 많이 하면서 제가 다니엘 같은 면이 전혀 없는 걸 너무 잘 알거든요. 항상 약속된 연습시간 보다 먼저 와서 같이 놀아도 주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캐릭터 연구도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죠.”

더불어 다니엘은 다재다능한 성우로 비보잉을 비롯한 춤부터 성대모사, 루프스테이션(일정한 구간을 반복 재생해 곡을 구성하는 악기)까지 라이브로 다뤄야 한다.

“저는 리듬에 몸을 못 맡기는 사람이에요. 어깨도 안 들썩이는 사람이죠. 다만 다니엘이 해야 해서 하는 거예요. 제작사 측에서 비보잉 등 다니엘이 해야할 것들의 전문가들을 모셔 주셨어요. 할 게 너무 많아서 기본부터 배우진 못하고 다니엘이 해야할 것만 외워서 딱 그것만 해요. 루프스테이션은 분장실에 놓고 계속 연습하고 있어요.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이상한 소리가 나서 매일 꾸준히 연습해야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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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니엘 양준모(사진=이철준 기자)

◇한국 ‘미세스 다웃파이어’만의 오프닝

“자칫 ‘다니엘 정도면 괜찮은 남편, 아빠 아냐?’라고 생각되거나 미란다가 이혼을 결정하는 이유가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어서 국내 제작진들도 고민이 많았어요. 짧은 시간 안에 다니엘의 철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저는 늘 일해야만 했고 그는 늘 실직했죠’ ‘저는 늘 심각하고 그는 늘 행복했죠’ ‘모든 문제는 다 제 몫이었어요’ 등의 대사를 추가했어요.”

신영숙의 전언처럼 고민을 거듭한 한국 제작진들은 오리지널과는 다른 오프닝을 만들고 미란다의 솔로 넘버 ‘렛고’(Let Go)의 감정을 보다 진하고 확실하게 디벨롭해 표현했다.

 

양준모 역시 “한국과 미국의 문화, 감성 차이 등이 있어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제일 많이 신경 쓴 부분이 이혼하는 과정”이라며 지금의 오프닝은 우리만의 버전”이라고 말을 보탰다.

“아무리 논레플리카 라이선스라도 없던 오프닝을 만들고 넘버, 대사 등 바꾼 걸 오리지널 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가 되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원작자랑 작곡가가 왔는데 저희가 새로 각색한 부분들, 저희만의 해석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해 들었어요. 다음 시즌에는 미란다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니엘과 미란다 부부의 위기가 왜 왔는지 알 수 있게요.”


◇전혀 다른 세 다니엘과 두 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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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미란다 역의 신영숙(사진=이철준 기자)

 

“세 다니엘이 정말 너무 달라요. 그래도 공통점은 하나 있죠. 세사 살이 쭉쭉 빠지고 있다는 거요. 거의 10kg이 빠진 다니엘도 있어요.”

이렇게 전한 신영숙은 “임창정 오빠의 다니엘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걸 너무 잘 알아서 회를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며 “어떤 메이크업이나 너무 잘어울리는, 예쁜 다니엘”이라고 표현했다.

“사랑스러운 면도 있어요. 연예계 활동을 하실 때도 배우로서, 가수로서 최정상에 있었던 분이시다 보니 적역인 역할을 맡으신 것 같아요. 정성화 오빠는 완전 물만난 다니엘이죠. 그 동안 갈고 닦은 개인기들을 엄청나게 녹여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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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니엘 역의 양준모(왼쪽)와 미란다 신영숙(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양준모에 대해서는 “전작인 ‘웃는 남자’ 우르수스의 극단에 있는 부성애를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다니엘은 광대로 우스꽝스럽게 쇼를 하다가도 아버지로 절절한 부성애를 표현하는 우르수스와는 반대편 쪽에 있는 것 같지만 성우로 재능을 발휘하며 웃음을 주지만 아빠로서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닮았기 때문이다.

“양준모 배우가 다니엘에 캐스팅됐다고 해서 기가 막히게 잘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다 다를까 너무 잘하고 있죠. (양)준모 배우 자체가 가진 심성이 되게 따뜻하고 깊어요. 그 심성이 다니엘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양준모 배우만 의상 체인지에서 상의를 탈의하는 신이 있거든요. 거기서 환호가 쏟아질 때도 있어요. 식스팩에 몸이 너무 좋거든요. ‘정신도 차렸고 일도 잘되기 시작했고 몸도 좋은 양준모 배우 다니엘과는 다시 합치는 게 어떠냐’는 피드백이 있을 정도죠.”

신영숙의 말에 양준모는 “이 작품과 ‘웃는 남자’ 뿐 아니라 ‘서편제’ ‘스위니 토드’ ‘레미제라블’ 등 딸을 향한 부성애를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저만의 스타일이 있기는 한 것 같다”며 “작품이나 캐릭터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신영숙 배우와는 ‘웃는 남자’를 연달아 세 시즌을 함께 했고 (박)혜나는 ‘하데스타운’으로 거의 1년 동안 부부로 무대에 오르다 보니 호흡이 너무 좋다아”며 (신영숙) 누나랑 할 때는 진짜 편안하고 친근해요. 만약 연상이랑 결혼했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건 다니엘이 미란다를 정말 사랑한다는 거예요. 자칫 아이들만 사랑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일부러 연습이 한창 진행된 뒤에 영화를 봤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다니엘이 미란다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죠. 미란다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우리 극이 전하고자 하는 ‘사랑이 있다면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기작 ‘브로드웨이 42번가’ 도로시와 ‘영웅’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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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니엘 양준모(사진=이철준 기자)

 

“도로시 역할이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어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연습하면서 리프레시 중이죠.”

차기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11월 5~2023년 1월 1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습에 한창인 신영숙은 “도로시도 여배우다 보니 할 수 있는 걸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여기서는 토스하느라 바쁜데 거기서는 스파이크를 날리면 되니까 그 재미가 또 있어요. 거기다 저같은 배우가 하리라고 생각도 못했던 역할이다 보니 더 재밌어요. 이번에도 극에 변화가 있어서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새로운 모습의 신영숙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42번가’ 이후에는 오래 함께 했던 작품의 보다 깊어진 캐릭터로 찾아뵐게요.”

양준모는 12월 3일 대구를 시작으로 LG아트센터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준비 중인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래도록 해오던 캐릭터와는 다른 결의 인물로 사랑받으며 한계를 극복한 두 사람은 또 다른 가능성을 가늠 중이기도 하다. TV나 영화, OTT 등 매체 연기는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신영숙은 “이 작품을 하면서 ‘매체 연기도 잘 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내년까지 뮤지컬 스케줄이 이미 꽉 차 있지만 조금 오픈을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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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니엘 역의 양준모(왼쪽)와 미란다 신영숙(사진=이철준 기자)

 

“그 동안은 (무대 외에) 새로운 연기를 한다는 생각은 아예 안하고 있었어요. 출연 제안이 와도 못하겠다고 말씀드리곤 했죠.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다들 좋게 얘기해주시니 좀 열어놔봐야 겠다 싶어요. 그런 면에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정말 고마운 작품이죠.”

양준모는 “예술감독으로 함께 한 ‘포미니츠’ 다음으로 제작하는 또 다른 창작 뮤지컬 ‘달쿠샤’(12월 8~31일 세실정동극장)의 리딩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예술감독으로 함께 할 예정이에요. 배우로서는 아주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그게 제일 어렵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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