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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이클 리와 김성수 음악감독 “소속감과 자부심으로 충만한 우리 모두 수퍼스타!”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2-12-09 18:00
신문게재 2022-12-09 12면

지크수 김성수 음악감독 마이클 리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스 수퍼스타’의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사진=이철준 기자)

 

“배우들 뿐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우리 모두가 ‘수퍼스타’예요. 배우들이 연기, 노래, 춤을 다 너무 잘해서 (김성수) 감독님의 ‘오버추어’를 (지저스 등장 전) 무대 옆에서 듣고 있다 보면 너무 자랑스럽고 감격스럽고 그래요.”



7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2023년 1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이하 지크수)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는 “이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어서 너무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일반적인 것부터 세부적인 사항까지 완벽해요. 포즈 하나, 그들의 손가락 끝만 봐도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죠. 그렇게 저마다가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 시너지로 우리 모두가 레벨업했다고 생각해요.” 

 

지크수 마이클리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스 수퍼스타’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사진=이철준 기자)
2020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 형식으로 한 차례 선보인 후 또 다시 2년여를 기다려야 했다. 마이클 리를 비롯해 ‘캣츠’ ‘오페라의 유령’ ‘메이샤의 노래’ 등의 브래드 리틀, 포레스텔라 멤버 배두훈, 최근 합류한 윤형렬 등이 소속된 블루스테이지가 처음 제작하는 뮤지컬로 마이클 리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작품이기도 하다.

마이클 리 뿐 아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글로벌 붐을 일으켰던 ‘오징어게임’ 작곡가로 참여하며 부쩍 바빠진 김성수 음악감독에게도 ‘지크수’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2015년 ‘지크수’로 처음 지휘를 시작했고 (2011년 ‘미녀는 괴로워’ 이후) 잠시 떠났던 뮤지컬계로 다시 돌아온 김성수 감독은 “제일 간절하게 다시 공연되기를 기다렸던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당시에는 처음 하는 지휘, 다시 돌아온 뮤지컬에 대한 묘한 불안감이 항상 있었어요. 잘해내야 한다,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복잡했죠. 근데 그 불안감이며 복잡한 생각들은 딱 일주일 뒤에 사라졌어요.”

김성수 감덕은 “마이클이 연기하는 지저스에 빨려 들어가는, 제가 리드하기 보다 리드 당한다는 느낌으로 온전히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며 “사실 이번 ‘지크수’도 불안감에서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원작자 쪽에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구성으로 돌아가기를 요청하면서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부분들이 수정될 수밖에 없었거든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로의 회귀, 배우들이 해석 등 관객들 입장에서는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변화들이 생겼죠. 거대한 세트 등 스팩타클한 방식으로 보다 홀리하게 표현하면서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였던 지저스는 이제 내 손이 닿는 인간이 됐어요.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 반, 설렘 반인 상태로 시작해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그 불안감 역시 첫 공연이 끝난 후 휘발됐죠.”


◇첫 공연부터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지저스로 분하고 있는 마이클 리(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첫 공연부터 모두가 굉장히 감정적이었어요. (마리아 역의) 장은아, (유다 역) 한지상 등 모두가 눈시울이 붉어져서…첫 공연부터 이런 작품은 처음 같아요. 첫 공연이 마치 마지막 공연 같았달까요. 요즘도 커튼콜 때 오케스트라 피트에 있는 저랑 눈이 마주치면 배우들이 자꾸 울컥울컥 해요. 제가 만들지 않고 많이 창작하지 않은 작품을 이런 ‘존경심’을 가지고 할 수 있구나를 새삼 깨달았고 이 작품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느껴져요.”

이렇게 전한 김성수 감독은 “공연 시작과 동시에 오케스트라 중 세컨드 기타리스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큰 일이 날 뻔 했는데 다행히 3주간의 치료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했다” 예를 들며 “그 3주를 퍼스트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자리에는 2진을 세우고 악보며 주법 등을 다시 숙지해 세컨드 기타 구간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지크수’ 팀의 모두는 소속감과 프라이드, 책임감으로 충만한 ‘수퍼스타들’이다. 

 

“저 뿐 아니라 배우들, 스태프들,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지크수’를 한다는 프라이드,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엄청나죠. 이런 작품은 정말 흔하지 않아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후의 ‘지크수’는 무조건 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지크수 김성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스 수퍼스타’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지크수’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에비타’ 등의 유명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작사가 팀 라이스(Tim Rice) 콤비가 꾸린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하는)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는 2004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으로 처음 라이선스 공연된 후 2006년, 2013년, 2015년에 이어 다섯 번째 시즌을 맞는다. 예수의 생애 마지막 7일 간 이야기로 죽음을 앞둔 지저스(마이클리·임태경,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유다(한지상·윤형렬·백형훈·서은광), 마리아(장은아·김보경·제이민), 빌라도(김태한·지현준) 등 그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심리적 관계, 저마다의 고뇌, 두려움, 사랑 등을 담는다.

 

2013년부터 함께 한 마이클 리, 한지상, 장은아, 김태한, 지현준과 2015년부터 유다로 분한 윤형렬 그리고 이번 시즌 임태경, 서은광, 김보경, 제이민 등이 새로 합류했다.

“이미 했던 배우들은 물론 새로 합류한 배우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아요. 그들의 끊이지 않는 질문으로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부분까지 다시 곱씹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하고 좋은 건 마이클이 함께 한다는 거예요. 가슴이 벅차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돼요.”

“모두가 매회를 마지막인 것처럼 공연 중”이라 덧붙인 김성수 감독의 말처럼 마이클 리는 한국 ‘지크수’ 뿐 아니라 시몬 역을 시작으로 브로드웨이 버전 무대에 400회 이상 오른 ‘지크수 마스터’다.

“이번 ‘지크수’는 우리 모두가 각자에 맞는 확신을 가지고 준비하고 공연 중인 작품이에요. 각자가 뭘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면서 각자가 맞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문제가 생겨도 큰 충돌 없이 해결할 수 있었죠. 그 중심에는 마이클이 있었어요. ‘지크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마이클이었고 배우들은 물론 연출 및 창작진, 스태프들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관찰하고 살피며 조용한 리더십으로 팀 모두를 이끌었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수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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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지저스로 분하고 있는 마이클 리(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 집에 머물게 되고 이전보다는 많은 시간이 생겼어요. 그래서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왜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는지’ 등을 생각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을 가졌죠.”

마이클 리가 가졌던 그 사색의 시간들은 ‘지크수’에 온전히 스며들었다. 마이클 리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지크수’를 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지저스라는 한 인간의 마음 깊숙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제자들, 사제들과의 관계를 좀 더 깊이 만들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특히 두 아이의 아빠로서 두 사람의 인생에 내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팬데믹 기간 동안) 매일매일 볼 수 있었고 그 책임이 얼마나 큰지를 좀 더 정확하게 알게 됐어요. 그 느낌을 가지고 지저스로서 한 사람, 두 아이들만이 아니라 인류를 바라보고 그들의 삶을, 미래를 생각한 것 같아요.” 

 

지크수 마이클리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스 수퍼스타’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이번 ‘지크수’는 그 책임을 온전히 내 어깨에 짊어지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했다”며 “지난 시즌이 완전한 신의 아들로 존재했다면 이번엔 그들을 바로 옆에서 챙겨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좀 더 새롭게, 재밌게 만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새로 합류한 배우들에 너무 감사해요. 그들을 통해 다르게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새로운 에너지들을 받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번 ‘지크수’ 음악은 특별한 김성수 감독의 맛이 좀 더 강해졌어요. 우리 배우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음악을 듣는 순간들을 맞이 하곤 했죠.”

마이클 리의 말에 “이전과는 달리 매일 연습실을 찾았다”는 김성수 감독은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마이클의 그 달라진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졌다” 증언(?)하며 음악에 대해서는 “라이브 퍼커션을 보강하는 등 기술적인 변화도 있지만 가장 주효했던 건 서로에 대한 신뢰, 우리는 다 해낼 거라는 믿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 믿음이 내는 시너지가 엄청나요. 이번 시즌의 ‘지크수’는 한국적으로 변주됐던 2013, 2015년과는 다른,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이에요. 원작자의 요청에 따라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구성을 따르면서 걱정도 많았죠. 특히 1막 마지막이 너무 달라요. 오리지널 구성에서 살짝 비틀어 극 전체의 마지막인 지저스 희생 장면의 음악적 템포, 텍스처 등을 1막 마지막에 그대로 가지고 왔거든요. 지저스와 유다를 동일 선상에 놓은 셈인데…그 지점에 대해 마이클과 많은 의논을 하면서 우리의 DNA를 유지하는 선에서 원작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그리곤 “2013, 2015년 버전의 정재일 음악감독 편곡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며 “더불어 배우들의 힘이 컸다. 보통은 음악감독으로서 배우들에게 ‘하지 말라’는 게 대부분인데 이번 ‘지크수’는 ‘계속 해봐’의 연속이었다. 배우들이 찾은 걸 믿음을 가지고 시도한 결과”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시즌을 통해 언젠가 우리가 또 다른 버전의 ‘지크수’를 해볼 수도 있겠다를 비롯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그 바탕에는 작품, 배우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내가 몰랐던 모든 것들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지크수’는 그 믿음이 구현됐을 때의 카타르시스죠.”


◇“아무도 없다” 그리고 “다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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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스 수퍼스타’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이 작품은 정적이 진짜 중요해요. 특히 수많은 노래 속에서 몇 안되는 지저스의 대사인 ‘아무도 없다’와 마지막의 ‘다 이루었다’가 그렇죠.”

김성수 감독의 말처럼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 뮤지컬에서 인류를 품기 위한 지저스의 노력과 고뇌에서 처음 대사로 등장하는 ‘아무도 없다’와 마지막을 맞이하는 ‘다 이루었다’는 배우의 연기와 오케스트라 음악 사이의 긴밀한 호흡 그리고 ‘정적’이 주는 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한줄의 문장이 가진 행간과 뿜어내는 에너지는 소름을 돋게 할 만큼 의미심장하며 그 여운이 길기도 하다.

“원래는 ‘아무도 없다’ 뒤에 바로 음악이 따라붙지만 2015년부터는 한참을 기다렸다가 들어가요. ‘다 이루었다’도 마찬가지죠. 배우의 모든 딕션과 철학이 함축된 그 한 마디가 최고의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음악이 들어갈 때를 기다려요. 그 때를 가늠하면서 ‘더 기다릴까’ ‘마이클이 너무 힘들려나’ 고민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하죠. 정말 침묵, 정적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성수 감독의 말에 마이클 리는 “리더가, 특히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믿고 따르는 지저스가 ‘아무도 없다’고 말하는 건 충격일 수도 있다”며 “온전히 신적인 존재였던 2013, 2015년과 달리 이번 지저스는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곤 없는, 혼자라고 느끼는 인간”이라고 부연했다.

“내게는 아무도 없지만 유다 너만은 믿을 수 있다, 너만 나를 사랑하면 된다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유다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그의 배신이 저(지저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더 크고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마이클 리의 말에 김성수 감독은 “어떤 인물을 단순화시키거나 섣불리 규정짓거나 지나치게 개연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해석들”이라며 “마이클의 지저스에는 그런 다양한 레이어들이 느껴진다. 신의 아들, 그럼에도 인간이라는 배우 스스로가 만든 다양한 레이어들에 대중이 만들어낸 스타의 면모까지 엿보이는 지저스”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붙잡히지 않는 이야기를 전하죠. 그 수많은 레이어들이 유기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면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많은 이야기들을 해요. 그게 예술의 가장 큰 묘미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배우들의 그런 해석과 표현들이 창작진들에게 숙제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어메이징 ‘2022 지크수’…“캐스팅 상관없이 똑같은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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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스 수퍼스타’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왼쪽)과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캐스팅 상관없이 시간 날 때 혹은 어느 날 문득 보고 싶을 때 와서 보셔도 똑같은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자신감을 표한 마이클 리의 말처럼 그야 말로 ‘어메이징 지크수’다. 김성수 감독은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더 많은 지휘를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제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지크수’는 너무 중요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캐스트가 무대에 올라도, 누가 지휘를 하든 같은 농도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자부합니다. 저마다 다른 맛이 나는 극이겠지만 퀄리티는 변하지 않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이죠. 때로는 수많은 볼거리와 포장재들이 본질을 놓치게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때때로 날 것들을 찾게 되는데 이번 ‘지크수’는 그 지점에서 많은 것들이 잘 맞아떨어진 공연 같아요.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최고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저희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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