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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스케이프]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② “ 할아버지부터 이어온 예술사랑 DNA 장착하고 한국 알리기 꿈 위해 달립니다!”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3-01-20 19:27

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
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2018년 출범한 ‘더 시프트’(The Shift)가 8년차를 맞았어요. 첫회에 120명이었던 지원자는 700여명까지 늘기도 했고 삼수생, 사수생까지 생겨났죠. 사실 레지던시 사업 때 작가들한테 해준 것에 비하면 10분의 1도 못해주는데도 너무 고마워하셔서 저 역시 감사해 하고 있어요.”



경제 위기로 레지던시 사업 ‘스튜디오 박영’을 접고 ‘박영작가공모전’을 거쳐 2018년 출범한 갤러리박영의 ‘더 시프트’는 나이, 성별, 장르, 경력 유무 등의 제한이 없는 거의 유일한 작가 발굴·지원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모든 제한을 타파한 ‘더 시프트’는 2022년 21명의 지원 작가를 선정했다.

아이들 양육과 남편 사업 뒷바라지 등으로 밀어두었다 늦게야 조각에 대한 열정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1965년생의 여류조각가는 “갤러리 박영이라면 이 나이의 작가도 받아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털어놓기도 했다.

 

◇8년차 맞은 갤러리박영 더 시프트 “어떤 제한도 없이 ‘작품’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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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사 70주년과 갤러리박영 15주년 특별전 ‘두레문화, 박영 70’展 중 이동춘 작가의 ‘박영의 역사’(사진제공=갤러리박영)

“포트폴리오도, 작품도 너무 많은데 나이 때문에 혹은 경력자, 여자라는 이유로 지원 자체를 못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이번에 선정된 한 작가는 ‘나이 때문에 안될 걸 알면서도 혹시나 갤러리박영에서 내 전시를 할 수 있다면 너무 큰 영광이니까 지원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대학교수로 명성도 꽤 높은, 나이 지긋한 작가는 “갤러리박영에서 전시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 ‘더 시프트’ 지원으로 인연을 맺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 분들이 말씀이 정말 힘이 됐죠.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는 작가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저는 그래요. 저하고 인연이 되고 갤러리박영에서 전시를 한 작가들은 제 사람이라 생각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그게 진정한 컬렉터이자 갤러리스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컬렉터이자 갤러리스트로서 작가를 사랑하는 안수연 대표의 진심은 다양한 형태로 빛을 발하고 있다.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소장하게 된 김원근 작가의 작품 앞에서 짖어대는 반려견 ‘오구’ 사진을 SNS에 공유하면서 작가와 그의 작품이 주목받기 시작하는가 하면 청담동 소재의 이태리 가구 브랜드 리아와 문화 콘텐츠 교류를 하기도 했다.

“리아와의 ‘미지의 세계로 접속’(Acess to the Unknown Planet)은 변종곤 작가님과 함께 했는데 세계적인 작가가 되신 전광영 선생님께서 저랑 하라고 추천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관계들이 저의 재산이죠. 그런 관계의 작가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없는 걸 있는 것처럼 꾸미는 게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우리나라의 미술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게 제 꿈이죠.”


◇인고의 파주살이 15년, 빛을 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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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사 70주년과 갤러리박영 15주년 특별전 ‘두레문화, 박영 70’展 중 조나단 켈런의 ‘the value of politics’(사진=허미선 기자)

 

“이제 10년이 지나 15년이 되니 사람들이 많이들 알아주시고 콘텐츠 교류를 하자면서 찾아오시기도 해요. 우여곡절도 많고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또한 필요했던 과정이었구나 싶어요.”

2021년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서울로 미디어캔버스’ 공모에 당선돼 회화이미지전을 진행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청연재 한옥호텔, 고종황제의 사교클럽이자 안 대표와 안원옥 회장 일가의 추억이 깃든 서울클럽의 아트컨설팅에 나섰다.

그리고 송혜교 주연, 김은숙 작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등을 비롯한 촬영장소 대여, 파주 북시티 미래비전 포럼 참여, 배우이자 공연제작자 송승환이 총감독으로 나서 2024년 개최 예정인 ‘파주 북시티 페스티벌’ 준비 등으로 활동을 다각화하며 서럽다면 서러웠을 인고의 파주살이 15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
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특히 서울클럽의 아트컨설팅은 우여곡절도, 마음고생도 많이 했어요. 역사를 가진 공간이고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작품들이 걸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38년째 회원으로 할아버지와의 추억도 많이 담긴 그 공간에 맞는 예술품들이 제 자리에 배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반영된 것 같아요.”

이 아트컨설팅으로 안수연 대표는 “(안종만) 회장님께 굉장히 칭찬을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파주라는 대규모 출판단지이자 350여명의 작가들이 모여 있는 예술도시가 해외 방문객들이 반드시 거쳐가야하는 곳이 되면 좋겠다”며 “파주의 미래는 영국 웨일스의 ‘헤이 온 와이’(Hay-On-Wye) 같은 책 마을”이라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70주년을 맞아서 곰곰이 어린시절부터의 저를 되짚어 봤어요. 어려서부터 ‘왜 그랬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생각도, 고뇌도 많았더라고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목도하면서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해’라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88올림픽, 삼성이라는 기업이 있는데도 김치, 한복 등의 문화는 물론 한국을 잘 모르는 친구들을 만난 그는 “한국을 알리고 싶은 꿈”을 가슴에 품기도 했다. ‘박영’의 영문표기도 ‘Bak Young’으로 바꾼 것도 그래서다.

“우리 발음 그대로 해외에 알리고 싶어요. 미술계 큰 행사인 키아프와 프리즈에 온 외국 미디어들이 반드시 파주와 그곳의 갤러리들을 방문하고 작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파주가 한국의 대표 북시티이자 미술과 영상, 클래식, 영화, 가구, 책 등 다양한 장르 및 문화와의 협업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라요. 더불어 루이비통이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하는 등 문화적 가치를 입힘으로서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음을 알리고 실행하는 갤러리스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 아버지 뜻 오래오래!

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
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박영사 70주년&갤러리박영 15주년 전시 ‘두레문화, 박영 70’을 준비하며 안 대표는 박영사 물류창고와 청계천 헌책방을 뒤져 “할아버지의 보물이고 저에게까지 이어진 무형의 재산”인 오래 전 출간한 책들을 끄집어내거나 사들이고 600여점에 달하는 소장품들을 다시 살폈다.

더불어 이동춘 사진작가와 30여년간 “박영사 책은 어렵다 보니 다른 출판사 책을 사서 기증한” 초등학교 등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며 “할아버지가 지금의 갤러리박영 정신이 출발점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할아버지가 세우신 박영사의 뿌리를 제대로 알게 된 게 2022년이지 않나 싶어요. 아버지가 왜 현대미술에 심취해 컬렉팅을 하시고 그 허허벌판에 갤러리를 만들어 좋은 소리도 못듣는 작가 지원에 그렇게 열심이셨는지, 내가 왜 그걸 이어 받아 하고 있는지 그 정체성을 파주살이 15년차에야 사무치게 깨달은 거죠. 2022년부터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달리고 있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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