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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말 한마디의 가치

<시니어 칼럼>

입력 2023-08-24 13:17
신문게재 2023-08-25 13면

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다. 말은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말 한마디의 가치가 얼마나 큰 지 우리에게 잘 알려주는 말이다. 반면에 말 한마디 잘못해서 평생 원수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부부가 돌이 갓 넘은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부부 모임에 나갔다. 이 부부는 성품도 좋고 현명한 사람들이었지만, 인물이 잘생지 못했다. 그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2세를 위해서 딸보다는 아들을 낳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만 딸을 낳고 말았다. 그래도 부부는 딸을 누구보다도 정성껏 열심히 잘 키웠다.

부부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아이를 보고는 예쁘다는 둥, 귀엽다는 둥 좋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아이의 부모는 그 말이 진정성이 있든, 없든 간에 사람들이 자기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한 여성이 다가와 아이를 보더니 “역시 부모가 예뻐야 아이도 예쁜 것 같아”라고 농담하듯이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당황했고, 아이의 부모 역시 그 말을 듣고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 그날 이후 그 부부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그 여성과 단절해 버렸다. 결국, 안 해도 될 분별없는 말 한마디를 하는 바람에 좋았던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만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품이다. 좋은 인품에서 좋은 말이 나온다. 성경에 보면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마 7:18)”는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은 곧 사람의 인품이 좋아야 그에게서 나오는 말도 좋다는 뜻이다.

요즘 가장 나쁜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주로 앞에 나서서 말을 많이 하는 국회의원들일수록 듣기에 민망한 말을 많이 한다. 게다가 막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이것은 그들의 인품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품격을 유지하려면 이런 막말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더는 국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말은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말을 함부로 할 바에는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런데도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은경 교수가 노인 폄하 발언을 해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될 것을 굳이 쓸데없는 말을 하다 보니까 말의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가 말을 절제하지 못한 것은 늘 학생들을 가르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 위해 강의를 듣기 때문에 교수가 어떤 말을 하든 비판하지 않고 들을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사회는 다르다. 조금이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할 경우 곧바로 비판의 화살이 날아든다. 그러므로 말하고 싶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서는 안 된다. 말하기 전에 항상 먼저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본 후에 말해야 한다.

운전하다가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 서야 한다. 그러다가 다시 녹색으로 바뀌면 출발한다. 하지만 신호가 바뀌었다고 빨리 출발해서는 안 된다. 가끔 신호가 바뀐 후에도 뒤늦게 달려오는 차량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호가 바뀐 후에도 곧바로 출발하지 말고 잠깐 머물며 좌우를 살펴본 후 출발해야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이 떠오른다고 무작정 내뱉으면 실수하기가 쉽다. 말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이 말을 꼭 해야 하겠는가!’를 한번 생각해 본 후에 상대방에게 꼭 필요하거나 호감을 줄 수 있는 말이라는 판단이 설 때 말을 해야 한다. 그런 말이라야 그야말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만한 가치 있는 말일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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