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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양심의 눈을 뜨고 살자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5-09 13:17
신문게재 2024-05-10 13면

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어떤 부부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결혼하기 전 교제할 때 대중에게 안 들키려고 아무도 모르는 외국에 나가서 만나던 과정을 고백했다. 연예인의 이성 교제가 대중에게 알려지면 가십거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외국에 나갔다 오기만 하면 즉시 연예 매체에 A양, B군 하는 이니셜로 자기들의 기사가 났다고 한다. 그때 그들은 ‘정말 세상에는 비밀이 없구나!’라는 것과 ‘사람의 눈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정말 그렇다. 반드시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느 곳에서든 간에 사람의 눈을 피하며 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눈이 무서워서라도 남에게 실수하거나 예의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세상에는 사람의 눈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그것은 CCTV다. 요즘 우리나라는 큰 도로 뿐만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에도 CCTV가 설치돼 있어 사람의 눈은 피한다고 해도 CCTV의 눈은 피하기가 쉽지 않다. 간혹 이걸 인식하지 못하다가 CCTV에 찍혀 패가망신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일본 가부키 연극배우 한 사람이 작품에 사용할 의상·원단을 한국에서 구매하기 위해 입국했다. 물건을 구입할 돈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그만 지하철에다 돈 가방을 두고 내렸다. 이 가방에는 한화 3000만 원과 엔화 50만 7000엔(약 450만 원)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곁에 있던 한 50대 남성이 가방 주인이 없는 것을 보고는 그냥 몰래 들고 가져가 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돈이 많은 것을 보고는 한화 1500만 원은 자기 통장에다 입금해 놓고 나머지는 보관하고 있었다.

이분은 자기가 가방 가져오는 것을 아무도 못 봤기 때문에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분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다음 날 그를 잡으러 그의 집에 찾아왔다. 그는 사람의 눈은 피했지만, CCTV의 눈은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요즘 CCTV 감시망은 사람의 눈보다 촘촘하다. 그러므로 아무도 안 본다고 방심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CCTV보다 더 무서운 감시의 눈이 있다. 그것은 자기 양심의 눈이다. CCTV가 아무리 정교해도 혹시라도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있는 양심의 눈은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다. 더구나 CCTV는 사람의 겉모습만 볼 수 있지만, 양심의 눈은 마음과 생각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어 어떤 감시망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인이 우리나라를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치안이라고 한다. 한밤중에 마음 놓고 거리를 다닐 수 있고, 카페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탁자 위에 놓고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국민성이 사람의 눈이나 CCTV 감시망 때문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마음에 양심의 눈이 떠져 있기 때문이면 좋겠다. 그래서 누가 보든 말든 항상 범죄가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가 되길 소망해 본다.

 

손현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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