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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情 있어 살만하다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5-23 13:01
신문게재 2024-05-24 13면

전태권명예기자
전태권 명예기자

각박하고 냉정한 이 시대에도 인정과 베풂의 정이 있음을 확인했다.


얼굴도 모르는 어려운 처지의 경로당 회원에게 무료로 치료를 약속하신 K정형외과 B원장님의 선행 미담이 감격스러웠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해결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때로는 방법이 곧잘 생각나서 쉽게 해결할 때도 있지만 해결 아이디어가 없어서 고민도 하고 포기도 할 때도 있다. 또 해결할 시기를 넘긴 후에야 해결방법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아쉬울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살다보면 억울한 일도 당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고 자녀문제, 지인문제 경로당 회원의 개인적 문제에 도움을 주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해결방법을 찾아서 도움을 주었을 때의 쾌감은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 임시적으로 해결 후 관련된 어려움이 또 발생하는 가정적 어려움은 난제중의 난제임을 깨닫고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경로당 회장으로써 경로당 한 회원이 가정에서 큰아들 며느리 두 손자(30대)와 생활하면서 심한 학대를 받고 있음을 알고 1년여간 해결 방법을 생각해 봐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없어서 같은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그 여성회원이 살아온 과거는 안타깝게도 38세에 사고로 남편이 사망한 후 2남 2녀 4명을 키우고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혼자 힘으로 해냈을 때 그 고생이 짐작된다.

젊어서 머리이임 장사, 도축장에서 소 돼지 도살 후 피똥 부산물을 치우는 힘든 노동을 10여 년간 환갑나이까지 했고 2008년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서울큰아들에게 아파트를 구입해서 노후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을 꾸고 아파트도 사 주었다. 장남 우선의 사고방식에서 다른 1남 2녀 아들 딸과는 협의 없이 결정 했다고 한다. 재산 상속을 받지 못한 두 딸과 차남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외감에서 홀어머니와 거리가 멀어졌다.

어르신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가 재산 상속이다.

일상생활 중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회원은 식구들이 모두 매운 것을 좋아해서 식생활에 큰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30대 두 손자들에게 방을 내어주고 거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추위에 약한 노인의 심적 육체적 고통 고생이 너무 클 것임이 짐작된다.

또 젊어서 혹사한 육체는 온 몸이 쑤시고 통증이 와서 입원치료를 받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고통을 참는 제한적일 수밖에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 분께서는 “왜 죽지 않고 90세까지 사는지 모르겠다”고 한탄도 하신다.

필자의 처가 비슷한 고통으로 진통제 항생제 위 보호제 등의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으로 증세가 완화되면 약 복용은 중단하고 남은 약은 그 경로당 회원에게 드리곤 했다.

지난 5월 13일 필자도 환자로 평소 친말감이 있는 K정형외과에서 목, 어깨 X-ray 사진 촬영을 하고 약 처방을 받을 때, B원장께 그 경로당 회원 개인 사정을 말했더니 “회장님만 좋을 일하면 되겠습니까? 나도 좋을 일 하여야겠다”라고 하셨다. 이어 간호사에게 그 회원 인적사항을 컴퓨터에 입력 조치시켰고, 본인이 주민등록증만 휴대하고 내방하시면 계속 무료치료 처방을 해주시겠다고 고마운 약속을 하셨다. 이 B원장님의 인정과 베풂의 선행에 고마움을 느꼈다.

 

전태권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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