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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팔뚝에 '뉴 코란도' 새겨 넣은 남자 이야기

정의선 회장, 할아버지 타던 갤로퍼…RC카로 복원 의뢰

입력 2024-06-03 06:25
신문게재 2024-06-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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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카의 안흥권 작가. (KG모빌리티 제공)

 

‘뉴 코란도’를 아시나요? 지금 40대에서 50대라면 20대 초반 누구나 꿈꿨던 ‘드림카’이지 싶다. 한국형 지프로 불렸던 이 차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당시엔 자유를 상징하는 문화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코란도가 단종된 지 5년 여만에 ‘코란도 C’라는 이름으로 부활 했을 땐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코란도라는 이름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거였다. 그저 유행만 쫓은 디자인에 코란도가 보여줬던 상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쏟아진 것이다. 뉴 코란도를 자신의 왼쪽 팔뚝에 새긴 안흥권 작가도 쓴 소리를 했다. “뉴 코란도가 KR10(코드명)으로 새롭게 출시된다고 하는데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경기도 평택의 그의 작업실인 ‘안자카’를 찾았다. 옷차림부터 나이를 잊게 만든 안 작가는 반쯤 걷은 소매의 왼쪽 팔에 타투로 새겨 넣은 뉴 코란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연인의 이름이나 삶의 철학을 새겨 넣은 사람은 봤어도 자동차를 새겨 넣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뉴 코란도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을 정도로 의미가 컸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안 작가는 “제가 많은 차 중에 제일 아끼는 차가 뉴 코란도이고 제일 먼저 RC카로 제작한 차가 뉴 코란도”라면서 “뉴 코란도는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 준 차”라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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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권 작가의 왼쪽 팔에는 뉴 코란도가 새겨져 있다. (KG모빌리티 제공)

 

조형 제작 전문 일을 하던 안 작가는 2008년 취미로 뉴 코란도를 RC카로 제작한 게 ‘전업’의 계기가 됐다. 동호회를 시작으로 그의 수제 RC카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도 그가 만든 RC카는 인기 영상이다. 코란도가 좋아 코란도를 RC카(무선조종 자동차·radio-controlled cars)로 제작한 게 삶의 방향까지 바꿔 놨다. “그냥 차가 좋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 사진을 보면 항상 제가 자동차만 갖고 놀고 있더라고요. 자동차만 방바닥에 쫙 일렬로 나열해서 가지고 놀던 그런 사진들이 엄청 많아요.”

초반엔 어려움도 많았다는 안 작가는 지금은 KG모빌리티나 현대자동차에서도 RC카 제작 의뢰가 올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고(故) 정주영 회장이 타던 갤로퍼를 RC카로 제작 의뢰한 것은 유명하다.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정의선 회장은 당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 전시된 갤로퍼 RC카를 보곤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유명세를 타면서 그가 만든 RC카는 대당 가격이 최소 250만원을 웃돌지만 계약이 밀려 이른바 ‘출고대기’ 기간은 3~4달은 족히 걸린다. 인도네시아 대사관도 그의 단골 고객이다. 그는 희망 사항으로도 뉴 코란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개인적으로 쌍용차를 RC카로 제작해 박물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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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카의 안흥권 작가가 제작한 뉴 코란도 수제 RC카. (KG모빌리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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