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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재정준칙이 꼭 필요한 이유

입력 2024-06-18 13:51
신문게재 2024-06-19 19면

권순철부국장(사진)-3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가장 뚜렷하게 바뀐 경제정책 기조는 바로 건전재정이다.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 천명은 진보정부였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국무회의에서 “전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무려 400조원이 추가로 늘어났다”며 문재인 정부의 재정지출을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떠안게 될 것”이라며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라고까지 했다.

이 같은 정책기조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사실상 긴축예산을 편성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R&D) 예산과 민간보조금이 대폭 삭감되고 각 부처 예산의 지출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정부는 지난 3월에 발표한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에서도 기존의 건전재정기조를 유지해 지출 증가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건전재정기조를 천명하며 재정준칙을 제도화하자고 강조해왔지만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총선 다음날인 4월 11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였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도입해서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폭을 매년 GDP의 3%이내로 묶는다는 것이 목표인데,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올해도 적자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분기에만 한국은행에서 33조원 정도를 빌려,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도 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긴축’이라는 용어만 나와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오히려 재정확장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여당의 반대로 한 발 후퇴했지만 지난 총선 때부터 전 국민에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 등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강제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

독일은 통일 이후 국가채무가 급증하자 지난 2011년 헌법에 ‘부채 브레이크 조항’ 신설하는 등 가장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모든 회원국이 ‘국가채무 60%, 재정적자 -3%’를 충족하도록 했다. 미국은 1990년 예산집행법에 ‘페이고(pay-go, 버는 만큼만 쓰자)’ 원칙을 도입했다.

재정준칙은 나라살림의 적자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사전에 방지하고 탄탄한 국가 신용도를 유지하고, 나아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물론 재정준칙 도입 관련해서는 여야 정치권의 생각이 다르고,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지금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선거 때마다 여야가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고 정부가 선심성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이상 기후 상황에서 물가 급등 등 얘기치 못한 추가 예산을 사용할 것에 대비해서도 건전재정은 필요하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개정안이 대승적 차원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바란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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