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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사막’…장기불황에 숨 죽인 K-석화

입력 2024-06-27 06:08
신문게재 2024-06-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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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공장(사진제공=LG화학)

 

중국의 자급률 확대로 시작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하반기에도 석유화학 기상도는 흐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동까지 석화시장 진출에 가세하면서 국내 기업의 사업 재편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에도 석유화학 업황은 흐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의 대규모 소비 촉진 정책 시행에 따라 일시적인 수요 회복은 기대되지만, 중국의 공세로 극적인 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중국발 에틸렌 공급과잉은 2027년 이후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누적된 과잉공급 해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다양한 플라스틱과 합성 고무 생산에 필요한 원료다.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한 후 냉각, 압축, 분리해 생산된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한때 한국 석유화학사들의 1등 고객이었던 중국은 지난해 에틸렌 생산량을 5200만톤까지 확대했다. 한국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석유화학산업은 수출 비중이 55%에 달하는 대표적 수출산업”이라며 “글로벌 경기와 전방산업 수요에 민감한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고 주요국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 품목의 중국 자급률은 2018년 59%에서 작년 121%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설상가상으로 중동지역까지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석유기업들이 약 120조원을 들여 총 8개에 달하는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를 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5년 내 또 다른 석유화학 경쟁국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과잉 공급과 수요 부진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석화업계가 사업 구조 재편 및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강화, 신사업 육성에 주력하는 이유다.

특히 LG화학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친환경 소재를 앞세운 스페셜티 개발·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탄소나노튜브(CNT) 사업도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예고하고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지연할 수 있는 고강성 난연 PP 플라스틱을 개발하기도 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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