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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릉공항’ 건설에 산 깎이고, 보금자리 뺏겨도…하늘 지키는 울릉도 황조롱이·흑비둘기

법정보호종 흑비둘기와 황조롱이 비롯, 울릉공항 건설지 주변 하늘은 45종 새들 ‘터전’
조류충돌 우려, 공항 주변 법종보호종 굵기거나 내쫓을 판

입력 2024-06-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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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독도 현장취재서 마주한 괭이갈매기(환경부 공동취재단)
지난 25일 오전 울릉군 사동리 주변은 길이 1300m·폭 150m의 거대 콘크리트 ‘둥지’를 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늘 길로 비상(非常)하고픈 욕망을 머금은 공사는, 새들의 쉼터이자 기착지인 울릉도에 유형·무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4일 늦은 밤 환경부 출입기자단은 포항에서 울릉크루즈 선박을 타고 울릉도 사동항으로 향했다. 독도와 관음도 등 부속도서 99개로 이뤄진 울릉도는 포항에서부터 217㎞ 거리에 있다. 천혜의 섬에 닿기 위해서는 선박에 따라 최소 2시간 40분에서 6.7시간에 달하는 녹록치 않은 여정이 기다린다.

느릿한 뱃길 대신 빠른 하늘길을 이용, 우리 국토에 좀 더 일찍 닿고자 하는 구상이 나왔던 연유다. 염원은 지난 2014년 울릉공항 건설이라는 대규모 공사 결정의 기폭제가 됐다.

이후 10여 년이 2024년 6월, 50인승 규모 항공기가 울릉도에 랜딩(착륙)하는 상상은 현실화 되고 있지만 고대부터 간직해 온 울릉의 풍광에는 흉이 생겼다.

산이 깎이고, 땅이 울린다. 지난 25일 오전 6시 30분, 당도한 울릉 사동항의 바다 너머 대지에 육중한 ‘거인’ 무한궤도 크레인이 높이 솟아 있다. 90톤에 달하는 노란색의 크레인은 하늘에 닿을 듯 길게 뻗어 있었다. 그 아래 울릉공항의 기초가 되는 방파호안과 상부 콘크리트와 철근 구조물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최근 공사현장은 거푸집과 철근 작업이 한창이다. 이는 길이 1200m·폭 36m의 활주로와 그보다 길고 넓은 1300m·폭 150m의 착륙대를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 격이다. 건설 공정률은 지난달 기준 47.4%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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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공사현장(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새들의 둥지를 짓는 데에는 한뼘, 두뼘 길이의 터전과 약간의 나뭇가지가 필요하지만, 비행기의 둥지인 ‘울릉공항 건설’은 국비 8050억원과 43만1000㎡의 부지, 매립에는 245만㎥에 달하는 막대한 토사·골재가 투입된다. 이 모든 재료를 내륙에서 가져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에, 섬에서 매립에 필요한 재료를 일부 충당(74만㎥)할 방안을 마련해야 했던 모양이다. 울릉도 사동항 주변에 우뚝 서 있는 194.3m 높이의 가두봉이 그 제물이 됐다.

이날 취재진이 바라본 가두봉은 더 이상 울릉도의 비경이 아니었다. 공사로 인해 곳곳이 절단되고, 파헤쳐진 볼품 없는 흙산으로 변해 있었다. 가두봉 밑 돌 무더기 주변, 큰 돌을 깨는 이동식 크라샤(발파암 파쇄 장비)와 흙을 퍼 담는 굴삭기는 이질적 광경으로 스친다. 거대했던 봉우리는 중장비에 의해 점차 깨지고, 파헤쳐져 오는 2028년 자취를 감출 예정이다.

울릉도 땅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지변에 가두봉과 인근에 보금자리를 뒀던 조류들의 운명도 위태롭다. 공사가 짙어질수록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파괴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지방항공청의 울릉공항 건설공사 환경영향평가서(2020년2월)에 따르면 사업부지와 주변 조사지역에서는 법정보호종인 황조롱이와 흑비둘기(20개체) 2종이 현지조사결과 확인된 바 있다. 타 문헌조사에서 이 일대는 물수리, 솔개, 흰꼬리수리 등 법정보호종 8종이 확인되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이들을 비롯한 조류의 이주가 무난할 것으로 평가했지만 수많은 조류는 여전히 울릉공항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지난 25일·26일 사동항 인근에서는 괭이갈매기를 비롯한 여러 새들이 모습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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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건설에 활용되기 위해 깍여진 가두봉 모습(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올해 초 발표된 울릉공항 건설공사 사후환경영향조사결과 통보서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시 흑비둘기·황조롱이 같은 법정보호종을 비롯 29과 45종의 조류가 확인된 바 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서(2020년 2월)의 28과 44종 보다도 늘어난 수치기도 하다. 그러나 오는 2026년으로 완공 예정인 울릉공항이 들어서면 이들 조류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닥친다.

조류충돌(버드스크라이크) 우려가 바로 그것, 앞서 환경영향평가서는 울릉공항 운영시 조류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평가서는 법정보호종과 괭이갈매기 등 조류에 대한 조류충돌 저감방안을 담았다. 그런데 그 주요 방안은 보호가 아닌 퇴출에 방점이 찍힌다. 울릉공항과 주변서 조류를 굶게 하거나, 내쫓아 조류충돌을 막겠다는 골자다.

울릉공항이 완성되면 황조롱이·흑비둘기 등 법정보호종인 새들의 조류충돌 발생 가능성을 차단키 위해 법정보호종의 유입·서식을 금지토록 한다는 것이다. 괭이갈매기 번식지 확장 우려시 번식지로 선호하는 밀사초, 돌피군락 등을 제거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울릉도 하늘의 주인인 맹금류와 수많은 조류들, 산이 깎이고 둥지가 헐려도 포기 못했던 ‘사동항 주변 하늘’에 출입금지 되는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울릉공항 건설로 인한 우려는 비단 새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주변 생태계, 나아가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대한 걱정도 안게 하고 있다. ‘바람의 방파제’였던 가두봉이 사라지며 사동항 인근 주민들과 생태계가 거센 바닷바람에 시달릴 것이란 염려다.

이경애 울릉군 해설사는 “가두봉이 사라지게 되면 거센 바람으로 인한 영향을 걱정하는 분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고대걸 대구환경청 환경평가과장은 “가두봉이 없어지면 사동항 주변에 황사현상이 강해지거나, 바람의 세기가 강해질 우려가 있다”면서도 “다만 대기분야와 서식지 분야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울릉도·독도=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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