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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금에 수사까지…'이커머스 신화' 구영배의 날개 없는 추락

입력 2024-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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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오른쪽)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

 

티몬·위메프 사태의 중심에 있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했다. 그의 등장은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시작한 정산 지연 사태 발생 이후 22일 만이다.



30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구영배 큐텐 대표는 국내 1세대 이커머스 업체 인터파크 초창기 멤버이자 G마켓 창립 멤버로 국내에서는 ‘이커머스 신화’, ‘G마켓 성공 신화’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인터파크에서 일하던 2003년 사내 벤처 ‘구스닥’을 모태로 한 G마켓을 설립했다. G마켓은 2005년 거래액 1조원, 2007년 3조원을 넘어서면서 능력을 입증했다. 2009년에는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7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구 대표가 한국 시장에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 2022년이다. G마켓 매각 이후 2010년 이베이와 싱가포르에 큐텐테크놀로지(구 지오시스)에 이어 2012년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을 만든 그는 10년 ‘경영(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조건) 금지’가 풀리면서 티몬을 인수했다. 지난해 3월 인터파크커머스, 4월 위메프를 사들인데 이어 올해는 해외 플랫폼 위시와 애경그룹 AK플라자의 온라인쇼핑몰 AK몰를 인수했다.

큐텐의 몸집이 커진 반면 계열사의 재무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22년 말 티몬의 자본 총계는 -6386억원, 지난해 말 위메프의 자본 총계는 -2398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곪아있던 상처가 터진 것은 지난 8일 위메프 입점 점주 500여명이 5월 판매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하면서다. 당시 큐텐 그룹은 정산 지연을 겪은 그룹사 파트너를 대상으로 보상안을 제시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티몬 역시 정산 대금 지연 문제가 다시 터지면서 판매자들이 이탈, 상품 거래가 중단됐다. 이로 인해 환불이 중단되면서 피해자들이 위메프와 티몬 사무실을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계열사의 판매대금은 올 초 이뤄진 위시 인수 자금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 대표는 위시 인수 대금에 대해 “인수 자금에 그룹 내 판매 대금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판매대금이 포함된 400억원은 판매자들에게 한 달 내 상환했다”고 밝혔다.

현재 관계부처 TF가 추산하는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대금은 약 2100억원이다. 이후 향후 정산기일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개인 재산도 활용해 양사 유동성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약 800억원이다. 다만 다 투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조건도 붙였다.

구 대표의 입장문이 나온 지 반나절 만인 29일 오후 티몬·위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어 30일 법원이 모든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티몬과 위메프의 금융 채권과 상거래 채권이 모두 동결돼, 판매자들은 미정산 판매대금을 돌려 받지 못하게 됐다. 검찰과 경찰은 구 대표에 대해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수사에 들어갔다.

구 대표는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에서 “15년간 모든 걸 바쳐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해 한 번도 사익을 위해 횡령한 적 없다”면서 “100% 사죄하며, 별도 시간을 주면 제가 생각하는 구조조정, 합병으로 사이트를 정상화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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